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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정당의 자존심

책임윤리 부재한 변신의 반복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미래통합당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다고 한다. 황교안 대표가 영입 제안을 했고 김 전 대표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수락 조건에 관한 합의만 이루어지면 조만간 통합당에 ‘김종인 선대위’가 출범할 전망이다. 다들 알다시피, 통합당이 그를 원하고 있는 이유는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이다. 보수통합과 공천 물갈이에 이어 중도성향의 김 전 대표가 이번 선거의 얼굴로 나선다면 중도보수 대통합에 마침표를 찍고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자유한국당 시절 극우적인 노선으로 치달아 우려를 자아냈던 제1야당이 이제라도 중도성과 확장성을 의식하는 모습 자체를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비록 선거 때면 등장하는 쇼라 하더라도, 극단적이지 않은 합리적인 길을 가야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정도는 깨달았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김종인이다. 그가 누구였던가. 바로 4년전 20대 총선 때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아 원내 제1당을 만들었던 주인공이 아니었던가. 자신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상대 당을 위기로부터 구출하는 공을 세운 사람이다. 아무리 표가 아쉽고 인물이 아쉬운들, 자신들의 정치적 적수를 회생시킨 인물을 모셔오는 것은 정당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이다. 물론 4년 전에 민주당도 그러기는 했다. 박근혜 정부 탄생에 공을 세운 인물을 모셔다가, 사과의 말 한마디 듣지 못한채 구원투수 역할을 맡긴 역사가 있으니, 통합당 쪽의 움직임에 딱히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김종인 전 대표의 몸값이 올라가고 그를 모셔가려는 경쟁이 벌어지는 광경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평소에는 중도층이나 부동층은 의식하지 않고 자기 지지층만 의식하는 편향적인 정치를 하다가, 선거철이 다가오면 승패를 가르는 중도층을 잡기 위한 정치적 연출을 하곤 한다. 박근혜 후보가 그렇게 ‘조작된 중도성’의 효과 덕분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민주당이 또한 원내 1당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다들 원위치로 돌아가 버린다. 변신을 즐기는 노정객(老政客)과 무원칙한 연출에 익숙한 정당이 벌이는 한판의 쇼다.

정치인에게는 책임윤리라는 것이 있다. 번번히 반대 편으로 말을 갈아탄다는 것은 자신의 이전 선택이 잘못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뜻을 배신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그런 선택과 역할을 한데 대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지는 것이 정치인의 윤리이다.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는데 공신 역할을 했다면 민주당에 가서 비대위 대표 씩이나 맡으면 안되는 것이었고,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드는데 공을 세웠다면 다시 통합당으로 가서 선거를 지휘하면 안되는 일이다. 책임윤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김종인의 거듭되는 변신은 우리 정치에 대한 조롱이다. 이제 그의 나이가 79세이다. 무슨 미련과 욕심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아니, 그런 그를 자꾸 소환하는 우리 정치가 더 문제다. 이 나라 정치에는 자존심도 없는가.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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