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파상공세와 전기료 부담커 이전 결정
고부가가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만 생산

[폴리뉴스 안희민 기자]군산공장에서 반도체용과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가 한국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만 영위하고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은 말레이시아로 이전한다. 간헐적으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도 풀 가동은 아니다. 일각에선 정권 비판을 위해 한국 태양광산업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다. 속내를 알아봤다.

#1. 중국의 비정상적인 파상공세

17일 업계는 한국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산업의 몰락의 가장 큰 요인을 중국의 비정상적인 파상공세로 봤다. 작년 3분기 중국이 자국의 태양광산업의 보조금을 줄인다고 발표할 즈음 중국 폴리실리콘 업계는 공장을 증설하는 중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 내 태양광 잉곳·웨이퍼 수요가 팽창하자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태양광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산업 수직계열화에 나섰다. 그 결과 중국의 폴리실리콘 자급률은 30%까지 올랐다.

문제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했다는 점이다. 2018년 1월 kg당 12달러였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6월 10.39달러로 급락했고 2020년 1월 현재 7.1달러 선이다.

중국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OCI에게 큰 타격이 됐다. 중국이 전세계 태양광 시장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처 다각화’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말레이시아와 중국의 전기요금보다 비싼 한국의 전기요금도 한국 폴리실리콘 산업에 치명상이 됐다. 말레이시아의 전기요금은 한국의 3분의 1, 중국의 전기요금은 7분의 1~4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섬나라인 말레이시아의 경우 풍부한 수력자원을 활용해 생산한 전기를 고스란히 산업시설에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전기요금이 값싼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경우 워낙 땅덩이가 넓다보니 성마다 전기요금이 다르고 특히 신장성의 경우 값싼 수력이나 대규모 태양광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 보니 전기요금이 한국에 비해 턱없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의 80% 수준이라고 하지만 꾸준히 오름세가 지속됐고 OCI의 경우 폴리실리콘 원가의 30~40%를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업계전문가는 “저간의 사정을 볼 때 OCI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보다 상대적으로 값싼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설비를 말레이시아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일은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 절감할 퇴로 없는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말레이시아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요금이 OCI 태양광 폴리실리콘 공장의 말레이시아행의 원인 중 하나로 밝혀졌지만 한국에선 산업용 전기요금을 절감할 길이 뾰족하게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2018년 2.3GW, 2019년 한해에만 3.1GW가 설치되는 등 누적설비보급량이 11.1GW에 달하는 태양광발전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이를 제품에 원가절감에 활용할 길을 찾기 힘들다.

우선 모든 재생에너지발전 설비가 한전의 계통에 연결되도록 제도화돼 있어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마이크로그리드를 설치한다고 해도 현행 전기요금 체계 상 한국전력 계통에 연결해 전력을 판매(매전)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이기 때문(공급인증서에 가중치 적용)에 마이크로그리드를 활용하는 빈도가 적다. 실제로 에너지공단이 발간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상용자가발전으로 사용되는 태양광설비 가운데 산업용의 경우 2018년 기준 16.7MW에 불과하다.

산업부가 시행하는 한국형 RE100의 경우 녹색요금제나 전력거래가 한전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태양광발전이 늘어난 만큼 저렴해진 전력을 활용할 수 없다. 올해 태양광발전 경매제도가 도입된다지만 여기에 대한 저항도 크다.

녹색요금제는 재생에너지에서 발전한 전력을 구입하는 제도로 일반 전기요금보다 비싸다. 또한 한국형 RE100엔 태양광발전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전력구매제도(PPA)가 없다. 이에 비해 중국의 경우 PPA제도가 구비돼 있고 수력이나 대규모 태양광발전, 해상풍력발전에서 생산한 값싼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여지가 많다.

따라서 OCI나 한화솔루션의 경우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값싼 전기를 심야에 저장했뒀다가 전력피크 때 사용하거나 아예 심야에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방법뿐이다.

이마져 위태롭다. 한전의 경우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ESS 전기요금 특례를 올해 일몰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어 OCI나 한화솔루션이 추가로 ESS를 설치해 전기요금 절감을 시도하기엔 늦었다. 게다가 한전은 경영악화 이유로 심야전기요금 할인제도를 개편할 뜻을 관계요로에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전력을 직접 생산판매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프로슈머라는 개념이 한국에 소개된지 5년을 헤아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며 “한전 중심의 전력산업구조를 개편해야 재생에너지 거래가 활성화돼 기업들이 늘어난 재생에너지설비만큼 저렴해진 전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공장 <사진=한화케미칼 제공>
▲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공장 <사진=한화케미칼 제공>

#3. 폴리실리콘 공장 이전은 이산화탄소 역외 이전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때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베이징 북중국 전력대학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의 원료가 되는 실리콘 원석 20.25kg을 채굴하는데 이산화탄소 0.13kg이 발생되지만 이를 활용해 폴리실리콘 5.65kg을 만드는데 무려 이산화탄소 661.27kg, 황산 6.13kg이 발생된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장을 역외로 이전한다는 이야기는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황산 등 화학물질을 함께 보낸다는 말과 같다. 한국 입장에선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장을 내보내며 이산화탄소를 그만큼 줄일 수 있으니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달성에 도움된다고 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따로 포집하지 않는 한 글로벌 온실가스 총량은 줄어들진 않는다. 결국 온실가스 발생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는 것과 같다. 이러한 문제는 탄소 유출(Carbon Leakage)이라는 개념으로 유럽에서 논의가 됐다. 유럽이 현재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줄였지만 온실가스 다배출 설비를 한국과 중국 등에 이전한 덕분이며 그만큼 지구의 온실가스 총량은 줄지 않았다는 비판이 대두됐다.

OCI와 한화솔루션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설비에 탄소포집 설비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이산화탄소는 발전 및 산업공정 모두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설혹 OCI와 한화솔루션의 설비에 설치돼 있지 않더라도 회계적인 책임(accountability)이 없고 적어도 한국에선 탄소배출권의 가격으로 제어되고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만큼 값을 치룰 제도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공이 탄소배출권 제도로 넘어간 셈인데 현재 톤당 3만원을 호가하는 탄소배출권이 이산화탄소 발생을 얼마나 적실성있게 제어하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발전단계에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태양광발전이 제조단계에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모순이 존재함은 부정할 수 없다. 

업계 전문가는 “온실가스 감축은 파리협약 당사국인 한국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장에 온실가스 포집이나 저장장치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이산화탄소와 화학물질 배출  <사진=북중국 전력대학 논문(2015) 발췌>
▲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이산화탄소와 화학물질 배출  <사진=북중국 전력대학 논문(2015)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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