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심판론 강조하며 민생 이슈 챙기기에 나서
이낙연 “일 제대로 해봤다”며 황교안과의 차별점 부각
지역 주민들 극렬히 엇갈리는 민심 보여줘
여론조사상 李 앞서지만 한국당 개의치 않는 분위기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달 간의 장고 끝에 서울 종로 출마를 확정지으면서 이낙연:황교안이라는 4‧15 총선 최대의 빅 매치가 확정됐다. 황 대표는 이 총리에 맞서 ‘문재인 심판론’을 제기하는 한편, 이 총리는 ‘박근혜 탄핵 책임’와 ‘미래’를 강조하는 등 프레임 전쟁도 치열하다. 단순한 지역구 선거 수준을 넘어선 두 전직 총리의 대결에 세간의 관심이 크게 집중되고 있다.

민생 부각하는 밑바닥 선거로 승부하는 양 캠프

황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종로 선거는 후보 간 대결의 장이 아니라 무지막지한 무법왕(無法王)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이라며 “경제와 민생을 무너뜨린 무능의 왕국, 문재인 정권과의 한판 대결”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상대인 이 전 총리는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종로 선거가 이 전 총리와의 대결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심판론을 너무 크게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황 대표는 9일 전략을 좀 수정하여 종로구의 민생이슈 챙기기에 나섰다. 황 대표는 9일 논평을 통해 “제가 알고 있던 종로는 경제의 중심지였고, 정치의 중심지였다. 정말 활기차고, 많은 분들이 오가는 그런 곳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옛날의 활력은 다 없어지고 보시는 것처럼 문을 다 닫은 그런 상황”이라며 “종로의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겠다. 우리가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뜨린 종로의 경제 되살려내도록 하겠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그것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분들이 생기지 않도록 챙겨서 현재의 상태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그리고 비싼 임대료 때문에 가게를 비워야 하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총리 또한 심판론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황 대표가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자 심판론보다는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낸 것이 그 예다. 같은 맥락에서 이 전 총리는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후 중앙 정치 이슈보다는 지역 현안 파악에 치중하고 있다. 그는 8일 ‘열하나 동네’에 방문해 종로의 현안을 공부하는 현장 간담회를 갖고 지역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위 ‘밑바닥 선거’로 정세균 현 국무총리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맞대결에서 이긴 것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오 전 시장은 여론조사상 앞섰음에도 다른 지역구 유세를 다니는 등 지역 현안 챙기기에 소홀했고, 결국 낙선한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9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차담회 시간을 갖고 “일을 제대로 해봤다”며 “과거 총리들과는 꽤 다르게 현장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해결을 직접 모색하고 진두지화하고 했던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황 대표와 자신의 차이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李, 黃 둘다 대학 종로에서 나와…黃, 고교 시절도 종로에서 보내

이 총리와 황 대표는 둘 다 종로와 인연이 있다. 대학교를 둘 다 종로로 다녔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15일 민주당 복귀 환영식에서 "청년 시절 제일 많이 산 곳이 종로라서 추억이 많다. 시골뜨기로서 종로에 산다는 것은 꿈같은 것이었다"며 "효자동, 부암동, 평창동, 창신동, 신문로와 삼청동의 독서실 등등에 제 청춘의 흔적이 있다"고 했다. 서울대 법과대학 출신의 이 전 총리가 서울대에 재학하고 있을 당시에 서울대학교는 현재의 관악캠퍼스가 아닌 종로구 동숭동 문리대 캠퍼스에 있었다.

황 대표의 종로와의 인연은 이 전 총리와의 그것보다 길다. 황 대표는 정독도서관 자리에 있던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며 "종로는 제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청춘의 꿈을 키워온 희망의 땅이다. 가로수 하나하나와 골목 곳곳에 제 어린 시절 추억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9일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와 화동 정독도서관을 찾았다. 황 표는 도서관 인근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 먹는 등 민생 행보에 나섰다.

극명하게 엇갈린 민심…이 총리 낙승 가능성에 한국당 “뒤집을 수 있어”

민심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전 총리를 지지하는 종로 주민은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이와 반대로 황 대표를 지지하는 시민은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 더한 독선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황 대표를 뽑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7일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보였다. 성균관 대학교에 다니는 최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언론 기사를 보면 황 대표는 종로 출마를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출마 선언을 한 느낌이 강하다”며 “과연 황 대표가 종로 발전과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사람인가”라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하지만 교남동에 산다는 주민 김 씨는 해당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라가)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문 정부와 이 전 총리가 한 게 무엇이 있느냐”면서 “이번 총선에서 황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 상 드러난 민심은 이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SBS가 여론조사 업체인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종로구 유권자 500명(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 ±4.4%)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 대결에선 이 전 총리가 53.2%, 황 대표가 26.0%였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하지만 한 한국당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종로 출마 선언을 하기 전인 1월 중하순에 당에서 자체 실시한 조사에선 두 사람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다른 한국당 관계자 역시 9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종로에서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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