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비례 교차투표 전략’ 윤곽 나올 가능성, 한국당 위성정당 전략이 변수
4.15 총선을 불과 70여일 앞둔 시점까지 정치세력 구도가 불투명하다. 보수통합이 성사돼 양자구도로 선거가 치르질 지, 또 제3지대 정당이 출현할지, 아니면 아예 다당제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지 여부가 유동적이다.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승자 독식의 시스템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1대1 구도’를 형성하지 못하면 필패한다는 기본공식은 유효하지만 비례정당 투표에서 3% 이상의 득표율을 얻을 수 있는 정당들의 존립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1988년 총선 이후 역대 총선에서 야권진영이 분열돼 ‘1여 다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여당에 유리했다. 이를 막기 위해 야권은 ‘1대1 구도’를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한 ‘선거연대’, ‘후보단일화 전술’을 줄곧 사용했다. ‘분열은 필패’라는 공식이 작용했고 이것이 양당정치를 강화시켜 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비례대표 47석 중 30석까지 50% 연동형이 적용되기에 한 정당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3% 이상만 득표하면 지역구에서 단 1석도 건지지 못하더라도 비례 의석 4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원내 제1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렵게 되면서 다당제 정치공간이 넓어졌다.
자연스럽게 제3지대 정치공간의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 각 진영 내에서도 여러 정당들이 자기 색깔을 가지고 연합, 연대의 틀을 가동할 수도 있게 됐다. 이는 한국정치의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될 수 있고 그 첫 시험대가 21대 총선이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의 보수통합 논의도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고 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이 추진하는 제3지대 정당 창당 추진도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게다가 안철수 전 의원의 정계복귀로 연동형 선거제도와 결부된 정치적 계산법은 더 복잡하다.
먼저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 논의는 ‘박근혜 탄핵의 강’이 장애물이다. 정치는 명분이기에 탄핵갈등을 봉합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당 친박 지지층이 유승민 의원을 정서적으로 용납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봉합은 지지층의 분열만 낳아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영향만 키울 수 있다.
또 유승민 의원은 준연동형 선거제도 도입으로 한국당과의 협상에서 버틸 공간이 존재한다. 최근의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보수통합 없이 새보수당 독자로 3% 이상의 정당득표율 획득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보수통합에 있어 관건은 ‘탄핵 갈등’의 골을 어떻게 넘어설지 여부와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유승민 의원의 맷집이 강해진 부분이다. 이 관문이 뚫려야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추진하는 중도보수통합의 길도 열린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는 안철수 전 대표의 움직임도 이와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을 발판으로 ‘제3지대 건설’을 도모할 예정이었으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대표직을 고수하면서 무산됐다. 안 전 대표는 제3지대 독자정당 창당, 다시 유승민 의원의 새로운보수당과 함께 하거나 혁통위의 중도보수통합 참여 등 3가지 길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 있다.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의원의 대안신당, 정동영 대표의 민주평화당도 제3지대 정당 통합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 중심의 정당이란 꼬리표를 달겠지만 20대 총선 국민의당을 모델로 삼아 호남에서의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 또한 준연동형 도입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진영 내 ‘지역-비례 교차투표 전략’ 가능, 한국당 위성정당 추진시 민주당 선택 주목
총선에서 각 진영은 준연동형 선거제도 도입으로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전략적인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 감소가 불가피하기에 이해찬 대표는 지역구에서 선전하더라고 비례의석 배분에서 불리한 여건 때문에 원내 1당은 목표로 하지만 과반 의석 달성을 어렵다고 했다.
결국 정의당 등 범여권 진영 정당들과의 암묵적인 전략적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즉 민주당 지지층 중 일부가 범여권 정당들에 비례정당투표를 하도록 하는 행동요령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지지층을 동의를 유도해내느냐의 문제다.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 정당투표는 정의당이란 공식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잡히는 상황이다. 지역구 투표의향 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5% 내외로 저조하지만 비례대표 정당투표 의향조사에서는 10%대 중반을 기록하는 흐름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이러한 전략적 협력모델 방식은 선거가 임박하면서 범진보·범보수 진영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또 범진보진영 지지층은 이러한 전략적 교차투표 경험이 있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지지층 간의 ‘3(지역구 열린우리당)-12(비례 민주노동당)’ 교차투표를 이미 실행한 바 있고 20대 총선에서는 수도권에서 지역구 선거는 민주당 후보를 찍고 비례정당 투표는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교차투표도 있었다.
그 결과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정당 득표율은 26.7%로 민주당(25.5%)보다 높았다. 이러한 잠재력을 감안하면 21대 총선에서 대안신당, 평화당 등이 뭉쳐 호남권 범여권정당들이 민주당 지지층과 전략적 협력을 도모할 공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의 통합 논의 중 유승민 의원이 언급한 ‘선거연대’는 지역구 선거 후보단일화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의 연대에 방점이 찍혔을 가능성도 있다.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정의당 관계처럼 한국당-새보수당 관계를 모색해보자는 의미다.
그러나 보수정당들은 ‘전략적 협력 모델’을 만드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보수진영은 정당 간 전략적 협력, ‘따로 함께’ 가는 방식에 대한 경험이 없다. 따라서 자신의 리더십 관철이 용이하지 않은 정당과의 전략적 협력에 나설 만큼 내부적인 의사결정구조가 단단하지 않다. 게다가 대선을 앞둔 총선이기에 ‘전략적 협력’의 공간도 좁다.
따라서 지금 한국당은 ‘미래한국당’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 의석을 확보해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 우선이다. 한국당이 관리하는 위성정당이 20% 이상의 정당 득표율을 얻을 경우 한국당은 전체적으로 20석 이상을 획득해 민주당과 원내 1당을 두고 다툴 수 있다.
문제는 한국당의 노골적인 편법에 민주당이 두 눈을 감고 갈 것이냐다. 제동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정당지지율이 높은 민주당도 위성정당 창당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총선 결과는 의석수가 말해주는 정치현실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도입한 준연동형 선거제도의 법적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 되기에 민주당의 선택이 주목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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