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보수정당의 강세와 극우정당의 준동 부르는 난민 문제
관용적인 프랑스마저 최근 난민 반대로 선회…“서민이 피해받아”
감성적으로 시작된 난민 수용, 인프라 구축과 시리아 재건으로 해결해야
대한민국, ‘예멘 난민 사태’ 등 난민 문제 예외 아냐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급증하는 난민 문제에 대한 유엔 차원의 첫 논의의 장(場)이었던 '제1회 글로벌 난민 포럼'이 난민 지원에 대한 결정적인 전환을 이룬 행사였다고 자평했다.<사진=연합뉴스>
▲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급증하는 난민 문제에 대한 유엔 차원의 첫 논의의 장(場)이었던 '제1회 글로벌 난민 포럼'이 난민 지원에 대한 결정적인 전환을 이룬 행사였다고 자평했다.<사진=연합뉴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의 정치 전반이 시리아·예멘 등의 난민 문제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리아 난민이었던 3살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차가운 주검 사진이 유럽 정책의 난민 정책을 ‘적극적 수용’ 쪽으로 뒤바꾼 이후, 급격히 유입된 난민으로 인한 여러 사건사고 등 사회적 부작용이 심해진 것이다.

이에 난민 수용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보수 정당들이 승승장구하고 일부 유럽 국가에선 극우 정당들마저 득세하기 시작했다. 브렉시트마저 난민 문제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될 정도로, 난민 문제는 단순한 인도주의적 수용의 차원을 넘어선 문제가 됐다.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선 난민 수용을 강경하게 반대하는 방향의 정책을 펴는 우파 정치인들과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주로 난민들과 ‘엮일 일이 많은’ 서민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다. 16년 한 해에만 쾰른 집단 성폭행 사건, 독일 열차 도끼 테러, 베를린 트럭 테러가 일어나는 등 난민들이 일으키는 사건 사고가 많은 탓이다.

정착 목적으로 유럽에 왔으면서도 쉬이 동화되지 않으려는 난민들의 성향도 유럽인들의 난민 비토(veto)에 한몫한다. 9월 프랑스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응답자 중 66%가 이주민들이 프랑스에 동화되지 않으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그나마 난민에 관용적인 나라다.

이탈리아의 경우 18년 강력한 반 난민 정책을 펴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북부동맹 대표가 부총리직에 취임했다. 그는 18년 11월 ‘사회안전법’을 제정해 난민에 대한 인도적 보호를 축소했으며, 난민센터를 지난 1월 기습 폐쇄하기도 했다.

또한 이탈리아는 리비아와 난민 방지 협약을 맺어 각종 설비와 자금을 지원하는 등 리비아 당국의 해상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난민 유입을 막고 있다. 18년에는 난민들을 태운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을 막았으며, 지난 8월에는 난민들을 태운 구조선이 입항하려 하자 일단 거부했고, 난민들이 바다에 뛰어들고 나서야 입항을 허용한 적도 있다.

폴란드에서는 “난민이란 ‘무지개색 흑사병’이 폴란드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는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법과정의당 대표가 10월 하원의 과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10월 “난민이 몰려드는 터키와의 국경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역시 22일 “시리아 난민들을 시리아 내 안전 지역으로 돌려 보낼 것”이라며 “지지하지 않는다면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문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370만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난민 수용국으로서, 사실상 더 이상의 난민 수용이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난민 수용에 가장 포용적이었던 프랑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월 “난민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은 서민·노동자들”이라며 “부르주아 계층은 그런 문제(난민·불법 이민자)와 관련이 없고 그들은 난민과 마주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난민에 대한 지나친 관용이 노동자 계층과 서민 계층의 지지를 반(反) 난민의 기치를 든 극우 진영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프랑스마저 난민 문제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난민 수용의 국가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9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몰타, 핀란드 등 유럽연합 소속 5개국은 그동안 이탈리아와 몰타로 집중 유입됐던 난민을 분산 수용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 방안이 도입되면 해상에서 구조된 난민들은 최대 한 달 이내에 국가별 쿼터에 따라 EU 회원국들로 배분된다. 회원국은 그 뒤 자체 심사를 거쳐 난민 인정 또는 송환 여부를 결정한다.

난민 수용의 체계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28개국으로 이뤄진 유럽연합(EU) 전체로 난민을 자동 분배하는 시스템도 논의중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월 18일 “이탈리아와 몰타가 입항을 거부하지 않도록 항구 도착 전에 난민들을 EU 회원국에 자동으로 분배해 수용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는 나라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조만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성적으로 수용이 결정돼 엄청난 부작용을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개선 방안이다.

결국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유럽 국가간의 폭탄돌리기가 돼 버린 난민 문제는 쉬이 해결될 조짐이 없다. 힐러리 전 미국 국무장관이 “극우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 난민을 그만 받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치공학적 해결책에 그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난민 수용 자체가 지나치게 감성적인 이유 때문에 아무런 체계적 절차 없이 진행됐고, 기저에 깔린 사상적 기반인 인도주의와 기존 유럽 국가 국민의 권익 간의 충돌에서 쉽사리 접점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난민 문제를 수용/비수용 구도가 아닌 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들이 떠나온 본국의 문제를 해결해서 사람이 살 만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리아의 경우 8년째 지리한 전쟁을 벌이고는 있지만, ISIS가 완전히 패퇴되는 등 분명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의 재건이 그 어떠한 난민 대책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대한민국, 난민 수용 문제에서 예외 아냐

예멘 난민 사태, 심각성만 다를 뿐 쟁점 비슷

유럽과 같은 심각한 갈등과 사건사고를 겪지 않았을 뿐, 대한민국도 사실 난민 수용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무려 71만명을 기록한 지난 제주 예멘 난민 사태가 그렇다.

지난해 5월, 예멘 출신 난민 500여 명이 대한민국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부분의 국가에게 허용한 30일간의 무비자 체류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561명 중 500명 이상이 남성이었고, 그중 젊은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당시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수용 반대 의견이 수용 찬성 의견을 넘어섰으며, 무분별한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며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71만 명에 달했다. 난민의 수용을 반대하고 무사증 제도를 폐지하라는 집회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체로 김진태·김성태·조경태 등을 중심으로 보수정당 정치인들은 부정적이었으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진영은 박원순 서울시장·김종대·홍익표를 중심으로 난민 수용을 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도주의적 관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경태 한국당 의원은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며 난민법 폐지안을 발의했으며, 김진태 의원은 난민에 대한 생계비, 교육, 의료 혜택을 폐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즉, 사태의 심각성만 다를 뿐 유럽과 쟁점에서 비슷하다. 기존 자국민들의 생명, 재산, 안전을 우선시할 것인지 한때 한국민들도 난민이었을 때 도움을 받은 것처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다.

한편 예멘 난민 사태 1년 반 이후인 지금, 예멘 난민들의 체류 자격은 전원 연장됐다. 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 제도 때문에 강제추방되지 않고 국내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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