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철회번복에 4+1 협의체 예산안 강행처리돼
투쟁 성과 바라는 강경한 당내 목소리에 협상 표류
민주당 “협상테이블 먼저 걷어찬 건 한국당”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심재철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취임 하루도 되지 않아 가혹한 시험대에 섰다. “공수처법, 선거법, 예산안을 갖고 오후에 협상에 들어갈 것 같다”며 “여당 원내대표, 국회의장을 찾아가 예산안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4+1 협의체는 안된다. 다시 협의하자고 요구하겠다”라고 원내대표 당선 소감에서 말했지만, 예산안의 본회의 강행처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이 얽힌 복잡한 실타래를 제대로 풀지 못해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과 여당의 공조로 예산안이 강행 처리되는 상황을 뒷짐 지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더해 교섭단체 간 합의를 번복하고, 예산 관련 실익도 챙기지 못하는 등 심 원내대표에겐 투쟁 일변도의 길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당을 뺀 ‘4+1’ 협의체가 수정한 예산안의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낸 입장문에서 “문재인 정권과 이중대들의 야합으로 예산폭거가 자행됐다.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탈하는 불법집단들의 반헌법적 불법예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이 저 무도한 자들, 역사의 죄인들을 기억하고 심판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의 항의에도 ‘4+1’ 협의체가 수정한 예산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사실 4+1 협의체의 예산안 강행 처리는 심 원내대표와 한국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심 원내대표는 당선 뒤 첫 행보로 ‘예산안 우선 처리-민생법안 필리버스터 철회’에 합의했다. 두 조처가 이행되면 패스트트랙 법안을 정기국회 동안에는 상정하지 않겠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약속도 받아냈다.

이를 두고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YTN라디오에서 “심재철 원내대표 스스로도 방향이, 협상을 통해서 원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방향이 맞다라고는 생각한 것”이라며 협상을 통한 합의 도출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그러나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신청 철회’를 추인받지 못했다. 대안 없이 필리버스터를 어떻게 철회하느냐는 반발이 쏟아진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면 오히려 민주당과의 ‘4+1 협의체’에 소위 ‘꽃길’을 깔아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대여 강경파에 속하는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10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제대로 보지도 않은 예산안을 필리버스터 철회와 함께 본회의에서 먼저 처리하자고 합의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기에 심 원내대표가 추인을 거부당하는 고된 신고식을 치른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안이 한국당 의총에서 잇따라 추인받지 못한 것은 4월 말 선거법 개정안·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 후 반년 넘게 지속해온 원내외 투쟁의 성과물을 요구하는 강경파의 목소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반발에 여당과의 협상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여야 합의안이 파기되면서 협상 당사자로서 신뢰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진행된 예산안 협상에서 ‘지연 전략’을 펴며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과 연동을 꾀했지만, 이미 4+1 공조 체제가 확립된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정춘숙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그의 논평에서 “주어진 기회를 걷어찬 건 자유한국당”이라며 “반나절 만에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를 철회할 수 없다며 합의안을 헌신짝처럼 버렸기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예산안 카드’를 허공에 날려버린 심 원내대표에게 남은 것은 저지투쟁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 원내대표는 황교안 대표와 발맞춰 필리버스터와 장외집회를 병행하는 등의 여러 투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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