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교착-한·일 갈등-한미 방위비분담금, 외교안보 삼중고(三重苦)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25일 부산 힐튼호텔에서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앞서 아세안 정상 내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 한·아세한 특별정상회의 개최는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의 중간결산으로 볼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25일 부산 힐튼호텔에서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앞서 아세안 정상 내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 한·아세한 특별정상회의 개최는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의 중간결산으로 볼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한반도 평화’와 ‘적폐청산과 개혁’, ‘포용적 성장정책’이 전반기 문 대통령 국정운영의 핵심 축이었고 국민들의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평가도 이에 연동됐다. 집권 후반기에도 이 과제들의 성패가 문 대통령 평가에 고스란히 적용될 것이다.

반환점을 돈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긍·부정평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갤럽의 11월 2주차(12~14일) 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46%였고 문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도 46%로 동률을 이뤘다.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평화 프로세스’가 궤도에 진입한 지난해 5월 1주차 지지율 83%에 비하면 크게 하락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평화 프로세스가 제동이 걸렸고 적폐청산이 수반한 반대세력의 결집, 더딘 제도개혁에 대한 피로도 증가 등이 문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렸다.

한국갤럽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6개월 시점에서의 경제, 고용노동, 복지, 교육, 대북, 외교, 대북, 국방 정책과 공직자 인사 등 분야별 국민평가를 보면 복지정책이 57%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외교 45%, 국방·대북 40% 내외, 고용노동·교육 30%대 초반, 경제 정책과 공직자 인사가 20%대 중반 순으로 나타났다. 복지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의 긍정평가는 50% 미만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이 가장 잘한 정책으로 ‘사회 부조리, 권력기관 등 개혁’ 정책이 18.9%, ‘기본생활·의료·주거·노후 등 복지’ 정책이 15.5%로 각각 1위와 2위, ‘남북관계 등 한반도 평화·안보’(8.5%), ‘다자·양자 등 외국과의 외교’(8.1%), ‘소득 불균형 등 양극화 완화’(5.4%) 등이 성과로 꼽혔다.

반면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는 경제 정책이 16.6%, 인사 정책이 14.2%, 한반도 평화·안보 정책이 13.6%로 상위권에 꼽혔고, 이어 개혁(10.9%), 양극화 완화(7.5%), 외교(5.1%), 복지(3.1%) 정책 순으로 집계됐다.

문 대통령 국정평가에서 집권 초기 문 대통령 지지율의 고공행진을 이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임기 반환점을 맞은 시점에서 부정 평가요인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사회·정치 개혁 추진’과 ‘경제 이슈’는 보수·진보 진영 간의 대립된 시각이 서로 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11월부터 40%대 중후반에 고착됐고 이후 1년 동안 40%대에서 움직였다. 이는 6.13 선거로 위기감을 느낀 보수 세력이 대북문제와 국내정치 이슈에서 문재인 정부 반대 정서로 빠르게 결집한 상황과도 맞물린다.

문 대통령 지지세력 또한 완강하게 버티며 지지율 40%선에 견고한 방어선을 쳤다. 현재 흐름이 4개월 정도 남은 총선까지 이어질 경우 ‘친문 대 반문’이 ‘5 대 5’로 맞선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 국정의 중간평가로 볼 수 있는 내년 총선이 여의치 않다는 의미다.

4개월 남은 총선 뿐 아니라 남은 2년 반 문 대통령 집권 후반기 성공 여부의 최대 변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상징되는 제도개혁 법안 통과 여부와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진전여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처리는 ‘문재인 정부 개혁’의 척도가 될 것이다.

또 ‘한반도 평화’ 변수 외교안보 현안과 맞물려 한국 정치지형 변화를 이끄는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성패도 여기서 갈릴 수 있다. ‘경제와 복지 이슈’는 경제정책의 성공이나 실패가 국민이 체감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가시화되지 않는 한 지난 2년 동안과 비슷하게 정치적 공방의 소재가 될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 개혁 드라이브 종착점 패스트트랙, 총선 정국의 핵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11월 22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단식투쟁 중단을 요청했지만 황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황 대표의 단식투쟁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11월 22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단식투쟁 중단을 요청했지만 황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황 대표의 단식투쟁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제도개혁은 지금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 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선거법 개정안 3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지 여부가 핵이다. 이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정치개혁’의 성과로 귀결되지만 실패하면 문재인 정부는 곧바로 추락, 식물정부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1987년 문민정부 출범 이래 처음 검찰개혁 제도화에 손을 댔다. 공수처 설립과 검경수사권 조정은 사정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 분산을 도모한 것이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지방자치제도 전면실시 이래 가장 주목 받는 ‘정치제도 개혁’이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로 심화된 지역구도 타파, 진영정치 완화를 위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로 인한 기득권의 반발과 저항을 불가피했고 진영 간의 대립과 반목은 깊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는 ‘패스트트랙 정국’의 전초전이었다. ‘조국 정국’은 패스트트랙에 대한 보수층의 위기감을 증폭시킨 매개였고 이것이 문 대통령 반대층을 결집시키는 요인이 돼 진영 간 분열과 대립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사회와 교육의 불공정과 불평등’과 결부된 ‘문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라는 보수야당의 공격의 화살이 겨냥한 지점은 ‘패스트트랙’ 좌초에 있었다. 이에 문 대통령 지지층은 ‘검찰개혁’의 구호로 맞섰고 조 전 장관의 사퇴와 문 대통령의 ‘사과’에도 이러한 갈등과 반목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또 12월 예정된 패스트트랙 표결을 앞두고 진영 간의 대립은 최고조를 이룰 것이다. 한국당은 이를 ‘문재인 정권의 장기집권 음모’로 바라보며 극렬하게 반대해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은 이러한 위기감의 반영이다.

한국당은 선거법이 개정되면 보수 우위의 정치구도가 해체될 것으로 본다. 선거법안이 통과되면 한국당으로의 보수진영 결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패스트트랙 저지에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한국당은 이러한 투쟁과정에서 보수진영에 대한 동원력을 극대화해 내년 4월 총선을 치르겠다는 계산도 함께 갖고 있다.

이처럼 소용돌이치는 정국의 흐름 속에서 문 대통령이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공간은 넓지 않다. 오히려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더 우선이다. 검찰개혁법안과 선거법안 처리가 실패하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전반이 부정되면서 개혁 실패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로 인한 정치적 후폭풍을 문재인 정부로선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12월의 ‘패스트트랙 정국’은 문재인 정부 전반기 국정의 마무리이자 후반기 국정의 출발점이다. 패스트트랙 처리에 실패하면 총선도 어렵고 후반기 국정은 무너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참여정부 국정이 지지층의 신뢰를 상실한 계기가 4대 개혁입법 처리 실패에 있었다. 패스트트랙을 두고 한국당 등 보수진영도 절박하지만 문 대통령이나 여권도 절박하다.

또 총선을 바라보며 야권이 패스트트랙 저지투쟁으로 진영의 결집력을 높이려 하듯이 여권은 패스트트랙 처리에 실패하면 지지층의 분열과 책임론 부상으로 진영 내부가 붕괴할 수 있다. 이것이 총선패배로 이어지면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은 끝없는 수세 국면에 빠져들게 되고 전반기 국정 개혁성과마저도 토해내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의 키는 ‘패스트트랙’ 정국과 연동돼 있다. 이는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총선 국면까지 야당의 소통을 통한 협력, 통합의 정치를 추구할 여건을 만들 방도는 없다. 진영 간 분열과 갈등의 골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계속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교착국면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지소미아·방위비 분담금 등 외교안보 난제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9일 일본 오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만찬장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아베 아키에 여사와 짧게 인사를 나눴다. 이후 한일 관계는 수출규제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9일 일본 오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만찬장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아베 아키에 여사와 짧게 인사를 나눴다. 이후 한일 관계는 수출규제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사진=청와대]

‘외치’는 ‘내치(內治)’ 이상으로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소다. 정권의 위기는 외교안보적 상황의 변화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 ‘외치(外治)’를 이끈 것은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의 가동이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여권 압승의 바탕에는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평화의 물결이 깔려 있었다.

지난해 4.27 판문점 정상회담 → 6.12 북미정상회담 →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이어지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는 2.28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았다.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장기간의 교착국면은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도 약화시켰다.

국정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현재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한일 갈등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란 삼중고(三重苦)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 한일관계, 한미관계를 상징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의 최대 난제이면서도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숙제이자 과제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남북-북미 양축이 선순환 하도록 한다는 것이 목표였지만 지금 두 개의 축이 악순환의 골에 빠져 있다. 미국이 ‘남북축’을 신뢰하지 않은데 있다. ‘한미워킹그룹’으로 남북경협의 발목을 묶어버림으로써 ‘남북축’이 제 기능을 발하지 못하게 했다.

북한도 정권의 ‘생존 전략’에만 몰두해 북미 교착을 장기화시켰다. 북한의 ‘새로운 셈법’이란 과감한 비핵화보다는 정권 생존을 우선해 돌다리도 두들기는 식의 비핵화로의 방향전환이기 때문이다. 즉 완전한 비핵화와 전면적인 북한 개방에 대한 두려움이 베여 있다. 중국과의 순치(脣齒)관계 복원은 이의 또 다른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당장 내년 4월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 번영의 꿈도 훼손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문 대통령에게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일본과의 관계 재정립도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과제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이후 벌어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A·지소미아) 지소미아 갈등은 이의 표현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22일 발표한 협상 조건부 지소미아 종료 효력 유예 결정으로 한시적인 봉합이 이뤄졌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2015년 12월 한일위안부 합의가 박근혜 정부 ‘외치’의 허상을 드러내면서 국민적 신뢰도가 추락했다. 그로 인해 2016년 4월 총선에서의 새누리당 패배로 이어졌듯이 지금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에 이은 한일 무역협상의 결과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제 식민 통치 이후 100년 만에 한·일 수평관계 형성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일본이 과거 식민통치시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전제돼야 해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난제다. 내년도 분담금을 6조원으로 올해보다 무려 6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미국이 매우 거칠게 한국 정부를 다그치는 모습이다. 심지어 주한미군 감축설까지 흘리며 한국의 여론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갈수록 더 커질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국민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한미동맹을 끌고 가는 해법을 마련해야 하지만 어려운 난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은 한국의 외교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다. 11월 25~26일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중간결산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뚫리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신북방정책은 여전히 ‘이름’만 걸고 있을 뿐이다.

文대통령 후반기 국정, 새로운 정책보다는 추진 중인 정책 마무리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의 첫 관문은 내년 4월 총선이다. 4월 총선의 결과에 따라 후반기 국정운영의 기본 틀이 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야당을 향한 ‘소통과 통합’을 보다 공세적으로 할 공간을 열 수 있지만 패배하면 야권의 공세에 밀려 ‘수세적 협치’의 틀에 갇히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단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지만 2016년 4월 총선 새누리당 패배와 당내 분열 심화가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점은 반면교사다. 문 대통령 후반기 국정운영의 키도 내년 총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선 후 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전반기보다는 떨어질 것이다. 문 대통령 중심으로 뭉쳤던 여권은 새로운 구심점을 찾기 위한 원심력에 함몰될 것이다. 이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다. 차기 대권을 두고 여권 내 경쟁이 가시화되는 과정은 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 약화과정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책의제를 제시하기보다는 전반기에 추진한 국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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