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블랙홀’에 휩싸여 ‘정책 이슈도 국감 스타도 없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 및 업무보고를 위해 발언대 앞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 및 업무보고를 위해 발언대 앞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24일 기획재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 여성가족위원회 현장시찰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현재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국감 정도만 남아있다.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국회사무처 등에 대한 국감과 내달 1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감이 진행된다. 또 정보위원회는 내달 4일 국가정보원, 5일에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와 경찰청, 6일에는 국방정보본부와 사이버작전사령부 등에 대한 국감이 실시된다. 

국회가 짧은 기간 많은 피감기관을 감사해야 하므로 내실있는 국감이 되지 못하고 ‘겉핥기’식 국감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치원 비리’ 의혹을 폭로한 것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등 국감을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비리가 폭로되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국감은 정치인들에게는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의원과 보좌진이 밤낮 없이 준비해 이른바 ‘한방’을 터트릴 경우 국감 스타로 등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해처럼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국감은 정치적 입지 강화 무대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기회였다.

▲ 한국당은 국감 시작 전부터 ‘조국 국감’ ‘제2의 조국 인사청문회’ 선포
   민주당은 ‘민생‧정책 국감’ 내세우면서도 ‘나경원 의혹’으로 역공

자유한국당은 국감 시작전부터 이미 ‘제2의 조국 인사청문회’ ‘조국 국감’을 선포했고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정책 국감’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었다. 결국 이번 국감은 예상대로 모든 이슈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블랙홀이 삼켰다. 이번 국감이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났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조국 정국’ 덕분에 피감기관들만 웃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올해 국감은 정책 이슈는 실종됐고 ‘제2의 박용진’으로 불릴만한 국감 스타도 없었다. 국감 기간 중인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퇴하면서 ‘조국 때리기’ 준비에 치중했던 야당 의원들의 맥이 빠졌고 결국 국감이 끝까지 ‘맹탕’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국 사태’로 인해 국회 안팎이 모두 ‘조국’ 이슈가 뒤덮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회 안에서는 ‘조국 국감’이 이뤄졌고 국회 밖에서는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와 보수진영의 ‘조국 파면’ 촉구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세 대결이 펼쳐졌다. 

상임위원회 중 특히 법제사법위원회는 ‘조국’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첨예하게 벌어진 정쟁의 장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이 끝날 때까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의 적절성 여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가능성, 조 전 장관 직접 수사 필요성, 검찰개혁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조국’ 사수에 바빴고 야당은 ‘조국 사퇴’를 주장하며 날을 세웠다. 국감 기간 내내 여야가 고성과 비방으로 격돌했고 욕설까지 나왔다.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지난 7일 국감 중 김종민 민주당 의원을 향해 “웃기고 앉았네. X신 같은 게”라고 욕설했다. 이후 송기헌 민주당 간사의 지적에 사과하긴 했지만 민주당은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여 위원장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 ‘법사위 정무위 교육위 과방위’ 등 모든 상임위 ‘조국 이슈’가 덮어

법사위 뿐만 아니라 다른 상임위들도 모두 ‘조국 이슈’가 뒤덮었다. 정무위에서는 조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질의가 쏟아졌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만 하더라도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서 미래에셋대우 본부장과 김은수 KTB투자증권 상무를 상대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KTB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와 연결된 피앤피(PNP)플러스컨소시엄에 사업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집중 따져 물었다.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는 여야의 질의가 조 전 장관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동양대 표창장 위조 논란,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문제, 조 전 장관 서울대 복직 문제 등에 집중됐고 교육 현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한국당의 ‘조국 때리기’에 맞서 민주당 의원들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자녀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딸이 자격도 없이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당연직 이사로 권한을 행사했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조 전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허위 인턴 의혹, KIST의 후속 조치, 조 전 장관 딸의 이름이 새겨진 KIST 내 조형물 등을 놓고 야당 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또 행정안전위원회의 지난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인사혁신처 국감에서는 조 전 장관의 호칭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펼쳐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여부를 질의하면서 조 전 장관을 ‘청와대 전 민정수석’이라고 칭했다. 이에 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굳이 전직으로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권은희 수서경찰서 전 수사과장이라고 불러도 되겠냐”고 따져 물으며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뒤쪽 가운데)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방청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무소속 이언주 의원(뒤쪽 가운데)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방청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감 결과 놓고도 여야 충돌
  민주 “한국당 국감 내내 정쟁” vs 한국 “조국 방탄 국감”

국감이 마무리되자 여야는 국감 결과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감 기간 내내 정쟁과 발목잡기에만 일관했다고 비판했고 한국당은 이번 국감은 ‘조국 방탄 국감’이었다며 공격을 가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민생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고 개혁의 마중물을 붓는 생산적이고 내실 있는 국감 실현을 위해 128명 의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지난 3주 동안 최선을 다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당의 정쟁과 발목잡기가 국감 기간 내내 이어진 점은 참으로 개탄스럽지만 우리당 의원들의 합리적 견제와 건설적 대안 제시 노력은 대단히 의미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조국 방탄 국감, 민주당은 수고했다”며 “앞으로는 민생을 외쳤지만, 뒤로는 불법과 위선을 옹호했다. 심지어 양심을 저버리고 국민을 거리로 내몰고 조국 수호에 당력을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집권여당 민주당의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 모습이다”며 “위선자 조국을 옹호하고 두둔하느라 속으로 얼마나 창피했을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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