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정치 제3지대 구상, 합리적보수·중도·무당층 포용 전략
민주·평화·대안정치로 흩어져 ‘호남 춘추전국시대’ 개막 
나경원의 유승민 러브콜, 보수 야권 대선주자까지 겨냥 ‘범보수 대통합론’

박지원 의원 등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지원 의원 등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분열 과정에서 창당한 민주평화당이 결국 1년 6개월 만에 분당을 택했다. 평화당 내 비당권파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목표로 탈당한 만큼 총선을 8개월 앞두고 본격적인 정계개편이 시작됐다.

평화당 내 비당권파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10인은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사분오열되고 지리멸렬한 제3세력들을 다시 튼튼하고 건강하게 결집시키면서 대안신당 건설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대안정치는 유성엽 원내대표를 포함해 천정배·박지원·장병완·김종회·윤영일·이용주·장정숙·정인화·최경환 의원으로 구성됐으며 이날 탈당계를 제출했다. 장정숙 의원의 경우 국민의당 분열과정에서 비례대표로 바른미래당으로 합류된 만큼 평화당에서 활동해 왔으나 탈당계 대신 당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대안정치의 대표 격인 유성엽 의원은 “지난 8일 평화당의 모든 사람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제3지대 신당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것을 (당에) 공식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탈당해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만간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해 대안연대의 대표는 외부에서 추대할 계획이다. 특히 제3지대 빅텐트를 구성해 합리적 보수와 중도세력을 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대안정치 세력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운영에 실망한 건전한 진보층, 적폐세력의 ‘부활’로 역사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합리적 보수층, 국민 40%에 육박하는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하나로 모을 비전과 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당 사분오열, ‘호남 춘추전국시대’
호남에 지역기반을 두고 있는 평화당은 이번 분당으로 인해 내년 총선이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호남을 석권했지만 국민의당은 결국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으로 분열하며 호남에서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 여기에 평화당까지 분열함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호남은 이른바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호남은 이번 평화당의 분당으로 민주당, 정의당, 평화당, 대안정치 등 중도 혹은 진보 세력과 보수 세력까지 합해져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다.

특히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평화당 당권파는 이미 ‘조기 공천’을 통한 대안정치와의 총선 인재영입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오늘 평화당은 구태정치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한다. 구태 정치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명분, 국민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10분이 탈당한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가지 말았어야 할 길을 끝내 간 것에 대해 참으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당권파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박지원 의원으로 보고 있다. 그간 박 의원을 원로정치인으로 지칭하던 평화당은 이날 논평에서 박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아베 정치’에 비유하기도 했다.

유영욱 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베는 한일 과거사를 입맛대로 해석해서 트집을 잡는다. 박지원은 자기가 원하는 공천권 안 내준다고 트집을 잡는다”라며 “아베는 일단 판을 깨고 본다. 박지원도 일단 당을 깨고 본다. 분탕질, 분열, 강자에 아첨해서 잇속 챙기기라는 전략적 패턴이 똑같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후원회장·전당대회의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비당권파 탈당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후원회장·전당대회의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비당권파 탈당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3지대 신당’, 결국 ‘도로 국민의당’
총선을 8개월 여 앞두고 평화당이 결국 분당의 길을 걸음에 따라 정치권에선 본격적인 정계개편 움직임이 시작됐다.

대안정치 세력은 우선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와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대안정치는 출범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토론회는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의원들과의 ‘제 3지대 빅텐트’ 구성에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토론회에는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의원인 박주선 의원이 참석했으며 바른미래당 소속인 주승용 국회 부의장 역시 대안정치 토론회에 서면축사를 보냈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토론회 직전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과 나눈 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괜히 헤어졌다. 잘못된 이별이었다”고 밝혔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현장 축사에서 “제3지대 빅텐트를 쳐 중도·실용·민생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제3지대에 들어가려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이 함께 해야 되는데 헤어질 때 앙금이 있어 어떻게 만나냐고 한다. 정치는 국민 위한 것이지 개인 위한 것 아니다. 과거의 감정과 앙금을 벗어나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와 대안정치가 힘을 합할 경우 ‘제 3지대 빅텐트’혹은 ‘제 3지대 신당’이 ‘도로 국민의당’에 대한 우려도 쏟아진다. 평화당 내 대안정치 세력과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의원들이 결국 국민의당 출신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주 의원은 국민의당으로의 회귀에 대한 우려에 “어떻게 보면 ‘도로 국민의당’의 성격이 있다”면서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은 국민의당 자체의 제 3정당의 성격을 받아들였다”며 “문제점들과 비판이 있다하더라도 국민의지지 성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나경원發, 유승민 향한 ‘보수대통합’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가시화 된다면 바른미래당 내 내홍이 실제 분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나경원 원내대표의 최근 ‘유승민 의원과 통합하지 않으면 한국당에 미래가 없다’며 보수대통합 움직임을 한층 더 끌어올린 바 있다. 

특히 바른미래당 당권파는 유승민계가 손학규 대표를 퇴진시키고 한국당과 통합을 추진하려한다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평화당의 분당이 바른미래당 내홍을 격화 시켜 보수대통합과 제3지대 신당 창당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당 내부에서 바른미래당의 상징성을 가진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한 러브콜도 보내고 있는 만큼 그 가능성이 높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최근 “유승민, 안철수 등 정치인들과 통합, 의기투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보수 야권 대선주자까지 포함한 큰 틀에서의 범보수 대통합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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