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국회의원·시장·시민 등 5000여명 참석..."진상규명 적극적으로 노력" 약속
생존학생의 그리움과 죄책감... 청중 '눈물바다'
행사장 건너편에서는 '416생명안전공원' 건립반대 시위..."세월호 유족 거짓말 마라"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에 참석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폴리뉴스>
▲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에 참석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폴리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손민익 기자]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은 묵념으로 시작됐다. 3시 정각부터 1분간 울리는 사이렌과 ‘잊지 않을게’라는 가사의 음악 가운데서 묵념이 진행됐다.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진행된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은 5년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 날 기억식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화섭 안산시장,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각 정당 대표 및 국회의원과 시민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포함한 6명의 추도사가 이어졌고, 성악가 홍일 씨의 노래와 조성진 씨의 마임, 배우 전소니의 추도시 낭독, 기억영상 감상, 생존학생 장애진 씨의 기억글 낭송, 가주 양희은의 노래, 안산시립합창단의 기억합창 등으로 기억식이 꾸며졌다.

시민들은 노란 옷과 리본, 바람개비와 모자 등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참여했다.

마임 공연을 펼치고 있는 조성진 씨 <사진=폴리뉴스>
▲ 마임 공연을 펼치고 있는 조성진 씨 <사진=폴리뉴스>
추도사 하고 있는 유은혜 장관 <사진=연합뉴스>
▲ 추도사 하고 있는 유은혜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어진 추도사 “진상규명,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유은혜 장관은 추도사에서 “세월호 참사 5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그 많은 희생이 왜 일어났는지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말하며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를 항상 기억하며 참사의 진실을 완전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문성혁 장관 또한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다시 한번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드린다”고 밝히고 “세월호 관련 의혹들이 모두 해소될 수 있도록 특조위 등에 성의를 다해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5년간 한 순간도 이분들을 잊은 적 없다.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자식잃은 슬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눈물로 호소하시던 여러 유족 분들 앞에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완전한 진상규명으로 온전한 추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며 유족들에게 힘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도사 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 추도사 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정 교육감은 “지난 5년을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희생자들에게 빚지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반드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지난 2월 있었던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명예졸업식에서 우리는 생명의 존엄함을 되새기고 새로운 안전사회를 만들 것을 다짐 했다”며 “국민으로 힘으로 출발한 정부는 반드시 사고원인을 밝혀 억울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훈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아이를 잃은 이후부터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고 고백하며 “내 아이도 내가 보고싶을 것이다”라고 말해 청중들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장훈 위원장은 제 시간에 제대로 된 구조가 이뤄졌다면 아이들이 모두 살아돌아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누가 우리 아이들을 죽인겁니까. 누가 304명의 국민을 죽인 겁니까”라고 분노했다.

이어 “무능, 무지, 무책임, 잘못된 관행이 적폐다. 적폐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서 촛불을 들었다. 적폐를 용서하고 그 책임을 묻지 않는 자들은 누구인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생명안전공원을 이 자리에 세워 전국 11개 곳에 뿔뿔히 흩어져있는 우리 아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생명안전 공원 건설로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안전 사회를 만드는 길에 앞으로도 변함없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는 장애진 학생 <사진=폴리뉴스>
▲ 희생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는 장애진 학생 <사진=폴리뉴스>


하늘 위 친구들에게 눈물로 띄운 편지

“너희들에 대한 그리움은 약간의 죄책감과 닮아있다고 생각해”

세월호 생존학생 모임 ‘메모리아’의 대표 장애진 학생은 떠난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첫 문장을 읽으면서 울먹였다. 

리허설 당시 편지를 읽어내려가다가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해 중간쯤에서 얼굴을 가리고 무대를 내려갔던 장애진 학생은 이번에는 숨을 가다듬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장애진 학생은 “나는 매일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쓰고 용서받을 수 없는 사과를 해. 용서해줄, 괜찮다고 말해줄 너희가 없으니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며 죄를 갚아나갈게”라고 말하며 생존학생이 느끼는 죄책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어 “돌아오는 4월, 인터뷰를 할 때 강인한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생각을 해. 울게 되면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이 생각나 울음을 참게 되더라. 그게 습관이 되어버렸나봐. 너희가 생각날 대도 습관처럼 울음을 참게 돼. 그래도 눈물은 흐르더라”고 말했다.

떠난 친구들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생존학생으로서 느끼는 죄책감, 부담감을 고백한 장애진 학생은 “진실이 밝혀지는 날이면 너희에게 사과할 기회를 줄래. 지금 내가 쓴 글 잘 듣고 있지. 지금 여기 우리 앞에 와 있다 생각해. 무능력한 어른이 되지 않게 열심히 노력할게”라며 진실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장애진 학생의 편지를 듣고 있는 내빈들. 유은혜 장관이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 장애진 학생의 편지를 듣고 있는 내빈들. 유은혜 장관이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폴리뉴스>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 미안함을 느껴야하는 생존학생의 고백을 들은 시민들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삼켜냈다. 맨 앞줄에 앉아있던 유은혜 장관, 진선미 장관, 이정미 대표 등도 고개를 숙이고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애써 닦아냈다.

장애진 학생은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숨겨지고 감춰졌던 것들을 조금씩 찾아내고 있다. 그 중 여전히 감추고 있는 것 하나가 ‘대통령의 7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30년이 지나면 저희는 50대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우리가 포기할거라는 생각으로 긴 시간을 묶어놓은 것인가.”라며 “시간을 잘못을 감추고 빠져나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 정말로 결백하다면 이렇게 숨길 필요가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또한 “정치인 중 몇몇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말한다. 정작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비치도록 하며 서로의 사이를 이간질 했다”고 꼬집으며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이웃의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당부했다.

또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이 활동했던 현실을 지적하며 특별수사단의 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납골당이라며 결사반대하고 있는 시위대 <사진=폴리뉴스>
▲ 416생명안전공원은 납골당이라며 결사반대하고 있는 시위대 <사진=폴리뉴스>


길 건너편에서 벌어진 소란...“세월호납골당 결사반대”

장애진 학생이 편지를 읽는 말미 길 건너편에서는 구호를 외치는 소리와 북소리가 났다. 이어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리며 기억식 행사장에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게 했다.

4차선 도로 건너편에는 시위대가 ‘세월호납골당 결사반대’, ‘416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납골당’이라고 쓰인 하늘색 깃발을 들고 서있었다. 마이크 사용을 제지하는 사람들과 마찰이 일어나 경찰들이 몰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언제까지 세월호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하나”, “세월호 때문에 안산시 지역경제가 다 망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73만 안산시민들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고 성토했다. 

시위대와 기억식 참가자 측의 마찰을 제지하고 있는 경찰 <사진=폴리뉴스>
▲ 시위대와 기억식 참가자 측의 마찰을 제지하고 있는 경찰 <사진=폴리뉴스>

지속적인 북소리와 마이크 사용시도가 발생하자 세월호 기억식 행사장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노란 리본을 단 한 시민이 “미친 것 아니냐”며 흥분하자 시위대 측에서도 즉각 욕설을 하며 맞받아쳤다. 

몇차례 몸싸움이 발생할 뻔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큰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월호 기억식에 참여한 한 사람은 길 건너편을 향해 “때와 장소를 가리라”며 외치기도 했다. 

가수 양희은과 안산시립합창단의 공연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소란은 이어졌다. 시위대 측이 사용하는 마이크의 스피커가 길 건너편 행사장 쪽에서 울리자 기억식 참여자가 경찰에게 “시위대가 마이크를 일부러 길 건너편에 울리게 하며 행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 제지하라”며 경찰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기억식이 끝나고 인파가 빠져나가자 시위대 측은 본격적으로 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 측은 거짓말하지 마라”며 416생명공원의 건립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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