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출마한다는 게 아니라 수습하러 나서겠다는 것”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조기 등판에 이어, 홍준표 전 대표까지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자유한국당의 2·27전당대회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비박·복당파의 좌장 김무성 의원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의원은 당초 지난해 12월 김학용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비박·복당파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황교안 전 총리가 당권경쟁에 뛰어들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전당대회가 화합과 통합의 자리가 돼야 하는데, 단일지도체제로 채택돼 걱정이 많이 된다”며 “위기가 오면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황 전 총리가 뛰어들어 혼전으로 가는 거 같다”며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홍준표 전 대표도 나올 것 같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고민하는 것 같은데 오늘내일 중으로는 결정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위기가 오면 나서겠다”는 발언은 당대표 출마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김 의원은 하루 뒤인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악의 미세먼지, 효과적인 대책은'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황 전 총리 등 잠룡들을 겨냥해 “이번 전당대회는 화합과 통합의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며 “대권을 생각하고 있는 지도자라면 이번 전대에 나와서는 안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출마한다는 말은 안했다”며 “당에 위기가 오면 나서겠다는 것이다. 계속 몰아가지 말라”라며 자신의 발언이 당대표 출마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김 의원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나서겠다는 것은 출마한다는 게 아니라 수습하러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김무성 의원 측은 30일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의원의 지금까지 발언으로 봤을 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끝까지 당대표 불출마 고수할까
   ‘중진으로서 당 화합 역할 아니면 대리인 통해 당권 획득?’

막판 출마로 전격적으로 선회할 수는 있으나 김 의원의 발언과 측근들의 언급을 종합해봤을 때 사실상 불출마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최근 ‘정치적인 상황이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당 대표에 출마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공개적으로도 이번 한번은 쉬겠다고 한 적도 있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기 때문에 각 계파는 생존을 위해 당권 획득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이번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끝까지 고수할지, 최종적으로 불출마를 선택한다면 당 중진으로서 혼전이 될 당권경쟁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선택할지, 아니면 계파 수장으로서 대리인을 통해서라도 당권 획득에 나설지가 이번 전대에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박ㆍ복당파 김학용 의원이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무성 의원의 지원을 받고도 친박계가 지지한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완패하면서 김 의원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렇다고 해도 김무성 의원은 부산지역 6선 중진이라는 점에서 당권경쟁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판세는 ‘황교안 vs 오세훈’ 양자 구도에 홍준표 전 대표가 뛰어들면서 3자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비박ㆍ복당파 주호영 의원도 당 대표에 출마했지만 세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박·복당파가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저는 계파에 의존해 전당대회를 치를 생각이 전혀 없다”며 “초계파와 탈계파를 위해 저부터 솔선수범하도록 하겠다”라고 비박·복당파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부 언론은 지난 22일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 이재오 상임고문,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만나 홍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할 경우 후보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 24일 “홍준표 전 대표와 이재오 전 의원 등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단일화에 합의한 바는 없다”며 “그런 대화는 있었지만 저는 듣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특정 후보를 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해말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학용 의원을 지원했음에도 낙선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이번에 전대에서도 나설 경우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를 놓고 깊게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번 전당대회 판에 끼어 누구 한명을 지지한다는 것은 김 의원의 역할은 아니라고 본다”며 “전대를 치르면서 여러 가지 후유증이 나올 것이다. 큰 어른으로서 수습하고 당이 하나로 뭉치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지난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김학용 의원을 밀었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상처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누구 한명을 밀었을때 계파 싸움의 시발점이 될 수 있고, 김 의원이 지지한 후보가 당 대표가 안됐을 경우에 후폭풍도 있을 수 있다”며 “전대가 계파싸움이 되고 인신공격 저질 선거가 되지 않도록 김 의원이 방향을 잡아주는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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