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물타기용’ 허위주장, 反이명박 정서 확산...인터넷 대공황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정부를 불신하는 여론이 집중 형성되면서, 인터넷상에서 이에 더한 각종 괴소문들까지 떠돌며 누리꾼들을 혼동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6일 서울지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AI에 감염된 꿩 2마리가 발견됐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정부의 쇠고기 파문에 대한 ‘물타기용 기사’라는 주장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확인이 안 된 이 같은 주장은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가며 정부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감을 더욱 확산시켰다.

이 같은 파문의 시초는 자신을 AI 발생지역 해당 구청 근무자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에 의해서다. 그는 광진구청에서 공식적 입장을 발표하기에 몇 시간 앞서,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이 있을 예정이며 뒤 이어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내용을 인터넷 상에 퍼뜨렸다.

그가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지 1-2시간이 지나자, 광진구청은 그가 말한 대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의해 AI라고 통보받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언론 역시 사안이 중대한 만큼 이 같은 소식을 속보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가 쓴 글의 내용이 착착 맞아 떨어지자, 누리꾼들은 대형 폭풍에 휘말려들었다. 특히, 쇠고기 수입에 성난 민심은 이를 근거삼아 또 다시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누리꾼이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같은 글을 올렸던 누리꾼은 사과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각종 괴소문과 허위사실이 유포되면서 인터넷이 건전한 여론 형성 기능을 잃은 채,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누리꾼 한 명의 AI음모론에 대공황...“어수선한 요즘, 도대체 진실이 뭐냐?”

6일 오전 9시 14분, ‘nolbusaggi’라는 아이디의 글쓴이는 한 포털 사이트에 “긴급속보 이명박의 음모가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조금 있으면 낮 12시 경에 서울 모 구청 내 동물농장에서 닭, 오리가 조류독감 걸렸다는 속보가 뜰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언론의 기사 제목까지 예견하며 “속보 조류독감 서울확산, 이렇게 말이죠”라고 확언, “이거 정부발표부터 시작해서 조중동에서 국면전환용으로 엄청 떠들어 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은 단순 의심사례를 확대 부풀린 대 국민 이벤트”라며 “해당 구청 근무자 올림. 내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곧 뉴스를 보면 알겠지요. 아직 언론발표 안됐음”이라고 자신하기까지 했다.

그의 글이 인터넷에 일파만파 확산되고 난 후, 오전 10시를 조금 넘어서 광진구청에서는 실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고, 10시-12시 사이 그의 말처럼 관련 기사들이 줄을 이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맙소사........작성 글 시간 보고 깜짝 놀랐음.........정말 용기에 감사 드립니다”, “이글 올리신 분 정말 대단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신변의 위협이 될까 심히 걱정됩니다;;”, “그럼 태안사건도 bbk 물탈려고 mb가 들이 받으라고 한거구나!!!!!” 등 정부를 비난하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요즘 정말 너무 어수선하니 진실을 알 길이 없구나...아무튼 미국산소나 협상다운 협상으로 똑바로 다시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혼란스런 여론의 현 상황을 반영하기도 했다.

또, 소수의 누리꾼들은 “나도 해당 구청 근무자인데 당신 누구요? 같은 구청내에 있으니 얼굴 좀 봅시다. 얼토당토 않은 말 지어 내가지고 뭐하는 짓이요?”, “저도 성지순례님과 비슷한 시간에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서울시에서 10:30분 기자회견으로 밝혔고요. 구청관계자면 누구나 기자회견이 열리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요. 이걸 가지고 국면전환용 이벤트라니...” 등의 글을 올려 최초 논란을 제공한 누리꾼에 대해 비난키도 했다.

AI음모론 허위사실로 밝혀져...일파만파 논란되자, 急사과

이처럼 인터넷 상에서 여론이 갑론을박 논란에 휩싸이자, 해당 구청인 광진구청도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문의전화가 쇄도해 이날 한 때 업무가 마비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 광진구청 공보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폴리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저희도 지금 황당하다. 이런 글이 왜 올라 왔는지 황당하다”면서 “아이피를 조회해봤는데 구청과 전혀 관련이 없는 아이피였으며,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파문이 이처럼 일파만파 확산되자, 이 같은 사실을 유포한 ‘nolbusaggi’는 이날 오후 4시 51분 또 다시 글을 올려 “정말 미안하다”며 조작된 허위사실이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글에서 “우연하게 광진구청에서 AI발생하고 오늘 언론에 뜬다는 거 일찍 알게 된 건 사실”이라며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 AI관련주식 사라고 소스 좀 푼다는 게...”라며 진위여부를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무원들이 웃으면서 의미 없이 떠들어 댄 거 듣고 영감을 받아서”라며 “그럼 그럴듯하겠네 하고 재미있게 음모론으로 각색해서 디씨와 네이버에 웃자고 올린 글이다. 일순간에 네티즌 여러분의 순수한 마음을 더럽힌 거에 대해 정말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특히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글 퍼다 나른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정말 고개를 들수가 없다”며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라고 크게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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