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술, 상생의 술


지난 11월 25일 동국대 상생과통일포럼 리더십 최고위과정 6기 14번째 강의는 ‘리더의 술’을 주제로 허시명 경복궁막걸리학교 교장이 맡았다. 이날 수업은 여주 썬밸리호텔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워크샵 강좌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허시명 대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하는데 수신(修身)이 가장 어렵다며 권력가들은 술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술은 상당히 권력적이며, 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국가별, 지역별로 차이가 많지만 한 나라를 경영하는데 술이 개입하는 부분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사실 술이 독성물질이지만 술 한잔 한다는 것은 업무 이외에 한번 더 만난다는 것, 즉 ‘소통’이라고 강조하고, 적당히 술을 즐기면 “조직은 관계와 소통, 국가는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를 얻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국면(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은 소통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앞으로는 술 마시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허시명 막걸리학교 대표의 이날 강의 전문이다.

술이 도대체 뭔지에 대한 생각을 누구나 한번씩은 하셨을 것이다. “맨날 마시는데 뭘 생각하고 말고 해, 뻔히 아는 거지”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다. 저는 성교육과 비교 한다. 우리가 성교육 받고 결혼하나. 때 되면 다 깨우치고 결혼도 하고 그런다. 사실 술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되어 술을 접하는데 술을 어떻게 마셔야 되는지 우리가 들어본 적이 있던가? 아니면 거꾸로, 술을 어떻게 마셔야 된다고 자제분들이나 후배들에게 과연 이야기 할 수 있나? 술은 (법적으로)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마실 수 있다. 수능 끝난 고등학생들이 새해 자기들끼리 졸업여행 비슷한걸 가서 술을 진탕 먹는다. 왜 술만 먹냐, 다른 것도 좀 해보지~ 했더니 “30명이 갔는데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어요?” 한다. 여러 명이 모여 앉아서 할게 없다. 둘러 앉아서 게임을 하기도 하는데 지면 벌주를 마신다. 그리고 대학 들어가면 “대학생 됐는데 알아서 하는 거지” 이런 식이다. 술에 대한 이야기를 자녀들이나 젊은 후배, 또 내 자신에게 할 수 있나 생각해보면 상당히 비어있는 부분인 것 같다. 막걸리학교는 이런 것을 포함해 문화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경복궁 막걸리학교 수업전경
▲ 경복궁 막걸리학교 수업전경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하천평국치가제신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사실 저는 평천하(平天下)가 가장 쉬운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 다음이 치국(治國)이고, 그 다음이 제가(齊家), 그리고 수신(修身)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일반사람들은 수신제가 하다가 끝난다. 권력가들은 술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술은 대단히 정치적 액체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술을 안마시면서 조직의 리더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거나 지나치게 권력지향적이거나 둘 중 하나다. 예컨대 MB 같은 경우 사석에서 먹는지 안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장로라서 술을 좀 멀리 했다. 현재 여성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제가요 공학도거든요, 제가 따르는 각도와 배합비율은 달라요” 이러면서 폭탄주를 만들 줄 안다는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정치인, 검사, 언론에서 폭탄주를 많이 마시는 동기 중 하나는 그냥 술을 마시면 자기 자리에서 먹는 건데, 폭탄주를 만들면 내가 돌리든지, 받아가든지 순환시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고 얘기를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조직 속에서의 관계를 풀어내는데 술을 어떻게 대하고 활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폭탄주를 만드는 사람이 사실 술자리의 권력자다. 아니면 술값이라도 계산한다. 그 술자리에서 아무 힘이 없는 사람은 폭탄주 못 만든다. CEO가 폭탄주를 아주 싫어하면 밑에 있는 부장이 못 만든다. (술은) 상당히 권력적이다. 

소주는 군수품, 막걸리는 농기구

우리나라에 소주가 들어온 것은 몽골 침략기, 원나라 때다. 몽고가 세계 제패할 때의 음식 두 가지를 들자면 훈제된 양고기와 소주를 꼽는다. 고기를 훈제시키면 작아지는데 이걸 물에 불리면 다시 커진다. 며칠 치의 군용식량을 말에 부착하고 갈 수 있느냐가 진격해나갈 수 있는 거리, 정복할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소주는 리더십을 강화시킬 때 동원되는 물질이다. 저녁에 술 한잔으로 파이팅을 외친다. 선조임금이 전쟁터의 장수를 격려하기 위해 권율장군에게 내렸던 것이 술이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임금이 장수에게 술을 한 독 내리면 장수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법으로 술을 우물에 붓고 그 우물물을 나눠 마셨다. 1백~2백 명은 마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많은 수천 명이면 강물에 술을 붓고 강물을 나눠 마셨다. 이것을 ‘투료’라고 한다. 던질 투(投) 막걸리 료(醪). 그러면 병사들이 ‘우리 대장이 술 한 독도 우리랑 모두 나눠 마시려고 저렇게 하는데 어찌 우리 목숨을 아끼지 않겠나. 대장을 위해서 목숨 걸고 싸우자!’ 이렇게 되는 거다. 또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임금에게 상소하고 진언할 때도 투료 이야기를 한다. “상감마마 투료의 정신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이것은 공동체정신, 임금 혼자가 아니라 우리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사실 막걸리의 나라다. 중국은 빠이주(53도). 물이 안 좋고 추워서 독한 술을 마신다. 중국여행을 하다보면 고속도로 길가에 세워진 큰 간판은 거의 술간판이 많다. 마오타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가술이다. 모택동이 장개석에 밀려서 서쪽 귀주성까지 가는데, 적수화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면서 마지막 싸움을 싸운다. 그러다 마지막 동력을 받아 모택동이 밀고 들어와서 정권을 만들게 된다. 이 적수화 강변에 있던 대표적인 술이 바로 마오타이주다. 가장 절박한 순간에 가장 가까이에서 그 지역의 술로 위로 받으면서 정권을 잡는데 동력을 얻었고, 재미있게도 모택동을 ‘마오’라고 하는데 술 이름도 ‘마오타이’다. 모택동 입장에서는 마치 ‘내 술’ 같다. 마오타이를 얘기할 때마다 모택동을 이야기 한다는 의미에서 마오술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오타이가 중국을 대표하는 국주(國酒)가 되고 공산정권이 수립한 뒤 연찬 때는 늘 이 술을 가져다가 접대했다. 

마오타이 공장 직원은 만 명이다. 마오타이가 가짜가 많다고 하는데 진짜가짜 구분이 없다. 그 동네에 술 공장이 천 개가 있다. 동네 이름이 마오타이니까 다 마오타이주다. 중국이 크긴 크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사천에 있는 공장은 직원이 3만 명이다. 견학을 가면 버스가 나오는데 그 버스를 타고 산에 올라가면 산에서 보이는 모든 공간이 양조장이다. 아파트들이 많은데 전부 저장공장이고 나라에서 운영한다. 이러니 중국은 혁명을 해야 양조장을 인수하는 일이 벌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절대 술을 평가절하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MB정권 말기에 ‘조폭 보다 심한 주폭’ 이라고 해서 술 마시고 이뤄진 범죄 단속을 세게 했다. 술 광고를 못한다고 할 정도였는데, 중국은 양조가 거의 국가 기간산업처럼 되어있어서 그럴 수 없다. 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국가별, 지역별로 차이가 많다. 한 나라를 경영하는데 술이 개입하는 부분이 상당한 것 같다. 

 
막걸리는 아시아 쌀문화권의 대표 저도주

세계적인 술 축제를 꼽으라면 옥토버 맥주페스티벌을 들 수 있다. 지구상 성인들이 마시는 술의 80%가 맥주다. 유럽의 자본주의 문명이 세계를 장악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9월부터 10월 초까지 축제를 진행하는데, 역사도 200년으로 오래 되었다. 사실 술 축제는 술맛만 좋으면 성공한다. 게다가 많은 지역축제들이 꼭 술 축제가 아니라도 술은 마신다. 옥토버페스트를 벤치마킹 해 중국 칭다오에서도 8월에 맥주축제가 열린다. 근 20회 정도 되었다. 작년과 올해 다녀왔는데, 한마디로 옥토버페스트를 엉망진창으로 카피했다. 고막이 터질 정도로 시끄럽고 서커스 하고… 도저히 “다음에 칭다오 축제 한번 가보세요” 이렇게 말이 안 나온다. 그런데 사람들은 많다. 한번 와서 술 마시고 지나가고 이런 식이다. 지역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니까 양조장 주도로 이런 축제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 올해 가평 자라섬에서는 막걸리 페스티벌을 했다.

제가 막걸리학교를 운영하지만 맥주학교, 청주학교, 소주학교, 양조장학교도 운영한다. 양조장학교는 1박2일로 진행하는데 양조장에 직접 들어가서 아침 10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양조의 모든 것을 직접 실습한다. 이렇게까지 술이 가까이 와있다. 생활 속에서 취미, 부업, 창업 아이템으로 넘어와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양조장은 권리금을 주고 사거나 양조장을 하려면 1억 주고 면허권을 사야 되는 등 제한적이었는데, 지금은 잉여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양조장 면허 내기가 아주 쉬워졌다. 16년 2월에는 하우스막걸리 법령이 생겨서 음식점 안에서 양조장을 만들어 창업할 수 있게끔 법이 풀렸다. 연남동 하우스막걸리 제조장 같은 경우는 식당이 30평인데 한가운데 양조장을 통유리로 만들어서 유리벽 둘레에 바를 만들고 운영하는 곳도 등장했다. 음식점을 차별화시키는 컨셉인데, 말하자면 주막이다. 

조선시대 주막은 술과 음식이 있고, 주모가 술을 만들어서 내놓고 숙박업도 같이 했다. 이런 식의 주막이 1920년대까지도 있었다. 그런데 일제시대 때 조선총독부가 ‘술 만드는 공간에서 음식 만들지 말아라’ 이런 법령을 만들어서 분리시킨다. 그래서 주막들이 급격히 사라졌다. 한편, 조선시대 때는 흉년이 들거나 기상이변이 일어나면 금주령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실 수 있었던 유일한 집단은 사간원 관리들이었다. 사간원은 3정승을 탄핵하는, 지금으로 치면 검사, 감사원과 언론의 기능을 다 가지고 있었다. 과거에 장원급제 하면 이곳을 거치고, 여기를 거쳐야만이 출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사간원 관리들에 대한 배려였다. 또 ‘향음주례’라는 예가 있었는데 11,12월이 되면 관아사람하고 마을 젊은 청년들을 불러다가 지역의 가장 연장자가 함께 술을 마시면서 향약, 고을의 예법을 전해주는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문화가 많이 굴절되고 망실되었다. 

 
막걸리, 한국 문화의 상징 – 또 하나의 한류

막걸리는 쌀술이고 맥주는 보리술이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얘기한다. “보리밥 드실랍니까, 쌀밥 드실랍니까?” 막걸리는 맥주와 닮아있다. 맥주는 대체적으로 4~5도, 저알콜 탄산음료다. 쌀로 된 저알콜 탄산음료는 막걸리뿐이고 그것을 주도적으로 먹는 민족이 우리민족이다. 일본에도 탁주가 있지만 알코올 도수가 15~18도다. 말하자면 흐린 청주다. 마시면 완전히 머리 아프다. 중국은 미주라고 있는데 지나치게 끈적거리고 달다. 쌀술이 발달되지 않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막걸리가 대단히 경쟁력 있다. 그래서 저는 ‘논이 있는 곳에 막걸리가 있게 하라’ 이렇게 말한다. LA든지, 태국이든지 이런 데서도 막걸리를 가지고 한국문화와 함께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장님들이 관계를 위해서 골프처럼 와인교육은 받는데, 사실 외국 바이어들에게 와인을 접대할 때 설령 5백만원짜리 와인을 내놓는다 할지라도 그게 수입가격은 50~100만원, 현지에서는 20~30만원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와인을 잘 아는 바이어라면 나는 500만원을 내지만 상대방은 이게 어느 정도 급인지를 다 안다. 접대하는 사람의 정성과 받아들이는 사람의 코드가 다르다. 또 와인에 대해 설명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더 잘 안다. 나는 단지 내놓을 뿐이다. 막걸리는 그렇지 않다. 프랑스사람에게 막걸리를 내놓고 한국말을 하면서 누가 통역 해주면 그 순간 아주 능란하게 불어를 얘기하는 것보다도 한국말의 발음과 음색과 그 표정이 그가 외국땅(한국)에 와 있다는 것을 더 느끼게 해준다. 어떤 외국인은 한국에 와서 와인을 먹지 않고 막걸리를 마시니까 정말 한국땅에 온 것 같다는 얘기를 하더라. 

또 우리는 추억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주전자 들고 막걸리 받으러 갔다 오던 길에 갈증도 나고 출렁출렁 넘치니까 어차피 넘쳐 버릴거 내 입에 한번 넣어보는 거고, 알딸딸 해서 오니까 아버지가 “막걸리가 오늘은 좀 적다” 이러시고, 다음에 올 때는 또 한잔 먹고 냇물 퍼 담아 가져가면 “오늘은 막걸리가 좀 싱겁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성장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막걸리 마시면서 할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 말할 내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내가 내는 물건에 대한 히스토리와 사연을 이야기하면, 내가 진짜 대접하는 것처럼 된다. 그런데 가격으로만 밀고 나갈 때의 효과는 상당히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사실 1천 원짜리 소주도 소중하다. 진로소주가 1천억 넘게 수출되고 있다. 경제개발시대에 소주로 위로를 받으면서 우리 노동자들이 일을 했던 이야기도 풀어낼 수 있다. 우리 술 가지고 비즈니스와 문화를 함께 풀어냈을 때 더 효과적이고 세련되어진다. 

 
“앞으로 술 마시는 대통령을 좀 뽑읍시다!”

앞에서 투료 이야기를 했다. 치국에 대한 이야기인데, 지금 이 국면(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술을 이야기하는데 조금 묘한 상황이다. 술 이야기를 하면 지금이 어느 시국인데 한가하게 술 얘기를… 하지만 사실 우리가 집회를 하고 났든지 뉴스를 듣고 났든지 속이 상하면 술 한잔 안 마시고는 견디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술을 말하는 것은 곤혹스럽지만 술을 마실 일이 더 많아진 상황이다. 술이란 것이 상당히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술에 대한 담론을 얘기하는 처지에서 술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그러니까 술로 정치도 얘기할 수 있어야 되고 경제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되고, 술 마시고 시를 읊을 수도 있는 거다. 결국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소통하기 위해서, 많은 경우 관계 때문에 마신다. 사실 밥은 끼니때가 되면 누구하고라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술은 아무하고나 먹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술 한잔 하시죠~” 아니면 내가 “술 한잔 사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했을 때는 상당한 호감을 표시한 거고, 뭔가를 말하거나 들을게 있다는 얘기다. 역으로 기분 나쁜 사람, 싫은 사람하고는 술 안 마신다. 술 맛 떨어지고 짜증난다. 

저는 이렇게 얘기한다. “앞으로 술 마시는 대통령을 좀 뽑읍시다!” 현재 국면은 소통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술 한잔 한다는 것은 한번 더 만난다는 것이다. 업무 이외 저녁에 한번 더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영업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코드가 술이다. 은행지점장님들 한 50분을 모시고 강의를 한적이 있는데 술 못 마시는 분이 두 분이었다. 한 분은 너무 술을 많이 마셔서 간이 더 이상 술을 마시면 안되고, 또 한 분은 진짜 술을 안 마시는 분인데 어떻게 지점장까지 되셨나 물었더니 주변 사람들이 다 칭찬하더라. “저분은 진짜 말을 잘해요.” 그리고 직원들과 문화상품권으로 연극도 같이 보고 이런 것을 한다. 술은 안마셔도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을 가지고 리더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저는 술을 못하면 언술(言術)이라도 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건배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봉

술은 위계가 있다. 사장님이 참석하면 사장님이 술을 먼저 들고, 부장이 사장님께 건배사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럴 때 정확히 건배사를 해줘야 한다. 건배사는 30초 리더십이라고 한다. 생각을 하고 훈련이 좀 되어야 한다. 너무 길어지면 안된다. 음담패설도 안된다. 처음 들으면 재밌지만 권위를 상당히 떨어뜨린다. 아주 좋은 조직이라면 건배구호가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예컨대 “**프로젝트 / 위하여!” 이런 식으로 리더가 우리의 주제를 정확하게 던져주고 나머지 사람이 받아주면서 그 순간에 ‘아, 우리가 지금 중요한 과업을 함께 수행하고 있고 그걸 통해서 위로를 받고 있구나’ 이 메시지가 전달돼야 술자리의 의미가 있다. 사장님이 단지 술값 내러 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분은 술이 돈을 닮아있다고 말한다. 은행이 돈을 잘 버는데 왜 그러냐면 돈이 돈을 벌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주면 돈은 24시간 금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휴일인 토,일요일도 금리는 쉬지 않고 발생한다. 빌려준 기간이 길수록 이자도 많아진다. 그런데 술도 그렇다. 와인은 빈티지를 따지지 않나. 10년, 15년, 갈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증류주인 소주도 상하지 않으니까 가치가 올라간다. 막걸리 술 빚는 과정을 봤더니 고들밥을 짓고 누룩을 넣어 통에다 넣어 놓는데 그 다음은 효모가 다 만든다. 술을 담아 일주일을 그냥 놔두면 술이 된다. 그동안 양조장 사장은 유통하러 다닌다. 일주일 동안 효모라는 미생물이 붙어서 새로운 가치를 계속 만들고 증식을 한다. 막걸리로 식초나 소주를 만들어도 된다. 식초도 1년산, 2년산… 가고시마 식초의 경우 오래 묵을수록 가치가 계속 올라간다. 

고들밥과 누룩을 빚어 항아리에 일주일간 두면 막걸리가 완성된다.
▲ 고들밥과 누룩을 빚어 항아리에 일주일간 두면 막걸리가 완성된다.
 
막걸리는 논의 파수꾼

술은 부피 대비 가격이 높다. 우리 몸에 바르는 가장 비싼 액체가 향수라면, 몸 속에 들어가는 가장 비싼 액체가 술이다. 술이 소비되는 사회에서는 술을 통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포기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상품이다. 쌀 한 가마니로 막걸리 6가마니가 나온다. 쌀 80kg이 20만원인데 누룩까지 하면 21만원, 음식점에 가면 보통 3배로 팔리니까 가치가 192만원이 된다. 그러니 직접 쌀로 하우스막걸리를 만들면 20만원짜리 가치를 200만원짜리로 판매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정성껏 만든 술에 내 이름을 붙여서 팔 수도 있다. 그래서 술은 장인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이문을 따지는 것을 떠나 자기 성취감이 높은 물건이다. 요즘 막걸리학교 와서 배운 CEO분들은 손수 만든 술을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는데 직원들이 사장님 술을 기다린다고 하니 신나서 선물도 하고 비즈니스를 한다. 

누룩은 밀로 단단하게 만든다. 고들밥을 쪄서 누룩을 분쇄해 열심히 빚어 항아리에 넣으면 술이 만들어진다. 술 만들기는 아주 쉽다. 세계적으로 막걸리만큼 쉬운 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와인은 만들어놔도 1년 정도 숙성시켜야 되고, 일본 청주도 1년 3개월 이상 시간이 걸리고, 위스키도 숙성 시켜야 되고, 맥주는 하루 종일 끓여서 만드는데 6시간 걸린다. 그런데 막걸리는 2시간 정도면 만들어지고 일주일 뒤에는 마실 수 있다. 내가 만들어 먹으면 더 좋은 점은 판매되는 술보다 맛있다는 것이다. 판매되는 막걸리는 대부분 수입쌀로 만든다. 또 올리고당과 아스파탐이 들어있지만 내가 만들면 차라리 설탕을 타먹더라도 원재료의 맛을 살려 담백한 술로 담근다. 와인, 맥주, 위스키는 그럴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막걸리는 만들어먹기 참 좋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쉽게 술을 만들어서 즐길 수 있는 술도 없을 것이다. 제가 막걸리를 자랑하는 코드 중 하나이다.

술은 간접세를 낸다. 일제시대 때 일본인에 의해서 주세법이 만들어졌고, 주세법이 완성된 1930년대에 이르면 국세의 30%가 주세였다. 밀주 단속을 심하게 할 수 밖에 없던 이유다. 우리 민족은 식민지 백성으로 속상해서 술을 사 마셨는데, 조선 총독부는 그 술을 팔아서 거꾸로 통치를 했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지금은 주세가 약 2조 정도로 전체 국세에 비해 1%도 안되게 비율이 낮아졌다. 1940~60년대까지도 주류업은 지금의 전자산업 버금가는 산업이었다. 마을의 유일한 공장이 양조장이었고 방앗간이었다. 삼성 이병철 회장도 대구에서 주조장을 했다. ‘풍국주정’이라고 아직도 있다. 

 
Life is too short to drink bad beers. What is your beer?

음성 산업단지에 있는 맥주 공장 유리창에 씌어 있는 글귀다. 나쁜 술을 먹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짧다고 말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술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그럼 당신이 누구라는 것을 말해드릴께요.” 음식도 마찬가지다. 사실 내 몸의 일부를 구성하는 물질에 대한 이해를 하면 그 사람의 기질도 나오고 특성도 나온다. 이렇게 술은 다양한 해석과 관계 속에 들어있다.

끝으로 술은 사실 독성물질로 1급 발암물질이다. 이 독성물질이 잇몸으로 침투해서 심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술 마신 후에는 반드시 물로 입을 헹구고 이를 닦아야 한다. 그리고 술 한잔에 물 한잔을 먹으면 몸을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또 술이 취한 상태에서 잠들지 않아야 한다. 취한 상태에서 잠들면 내 모든 장기가 술에 절여있다고 보면 된다. 바람을 쐬어서 술을 좀 깬 후에 자야 한다. 물론 사우나나 격렬한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술을 즐기면 조직은 관계와 소통, 국가는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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