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인들 중에서 이미지메이킹을 가장 잘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기간에 배낭을 메고 출퇴근하면서 서울 시민들과 대화하는 사진을 노출시켜 소통하는 시장후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리고 서울 시장으로 당선이 확실 시 되었을 때는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멘 채 카메라 앞에 섰다. 그의 정장 차림새는 캐주얼한 운동화와 배낭이 동떨어져서 연출된 이미지가 역력했지만 그리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어떠한 목적의식으로 연출된 이미지가 다소 가식적으로 비쳐졌던 것과는 달라 보였다. 즉 연출을 해도 그리 연출한 티가 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박원순 시장의 어떤 매력이 호감 버전으로 만들어주는 것일까.

하회탈 표정을 가진 박원순 시장은 눈꼬리가 내려간 눈매로 무표정할 때도 웃는 얼굴을 가졌다. ‘겉 볼 안’이라는 속담이 말해주듯 그의 얼굴은 상대의 말을 마냥 잘 들어줄 것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그래선지 그가 추구하는 소통 리더십이 온화한 표정과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다.

하회탈 표정의 호감 얼굴 유형을 가진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div>
▲ 하회탈 표정의 호감 얼굴 유형을 가진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은 이 시대의 ‘탈 권위’ 정치인의 아이콘으로서 감성 리더십의 소유자이다. 그는 유교적 사고를 가진 여느 60대 남성 정치인들이라면 꺼려할 만한 화장하는 사진 등도 과감히 공개하는 열린 사고를 가졌다. 얼마 전에는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만화 캐릭터를 연상하게 하는 우스꽝스런 얼굴을 하고 무대에 올라 축사를 하기도 했다.

화장하는 모습과 코믹한 모습을 공개한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div>
▲ 화장하는 모습과 코믹한 모습을 공개한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서려는 그의 의지는 서울시 홈페이지 상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서울 시장의 활동을 '원순씨 X-File'이라는 카테고리로 원순씨 일정, 원순씨 동영상, 원순씨 SNS 소식 등으로 구성했다. ‘시장’이 곧 ‘높은 사람’이라는 기존의 수직적 관념에서 ‘원순씨’라는 호칭은 수평적 리더십을 지향하고 있음을 반영해준다. 그래서 박시장의 선거 전략은 권위를 거부하는 젊은 층의 유권자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탈 권위를 엿보게 하는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div>
▲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탈 권위를 엿보게 하는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그의 감성 리더십은 언론에서의 인터뷰 장면을 봐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가령 인터뷰를 할 때는 책장이나 그림을 뒷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찍는다. 서울시의 새 모토인 'I SEOUL U'의 빨간색 하트 무늬에 맞추어 빨간색 볼펜을 들고 기자간담회를 하는 등 감성 리더십을 갖춘 시장으로서의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빨간색 볼펜을 들고 컬러 브랜딩을 하는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div>
▲ 기자간담회에서 빨간색 볼펜을 들고 컬러 브랜딩을 하는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박시장의 인터뷰를 할 때의 제스처나 포즈 연출은 방송인 못지않게 자연스럽다. 타고난 따뜻하고 부드러운 퍼스널 아이덴티티와 그의 유연한 카메라 대응 능력은 스마트 폰을 주축으로 하는 SNS 시대에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인터뷰 시의 제스처가 자연스러운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div>
▲ 인터뷰 시의 제스처가 자연스러운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고뇌하는 표정마저 멋진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div>
▲ 고뇌하는 표정마저 멋진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박원순시장은 사계절 ‘퍼스널 컬러 브랜딩(Personal Color Branding)’ 이론에 의하면 봄사람 유형에 속한다. 봄사람은 피부색이 노르스름하고 이목구비가 크지 않다. 대표적 유명인은 영화배우 ‘휴 그랜트’이다.

봄사람에겐 노란빛이 도는 따뜻한 색 계열이며 흰색이 섞인 복숭아색, 아쿠아 블루 그리고 원색의 노란색, 연두색, 오렌지, 레드 계열이 베스트컬러이다. 봄사람 유형은 흔히 남성들이 잘 소화할 수 없는 웜톤(Warm Tone) 컬러의 타이도 잘 소화해낸다. 즉 정치인의 전유물인 푸른색 타이도 무난하지만 웜톤의 노란색 타이가 박원순 시장의 따뜻한 고유의 이미지를 잘 살려준다.

쿨톤 컬러의 푸른색 타이 VS 웜톤 컬러의 노란색 타이] <사진=연합뉴스></div>
▲ 쿨톤 컬러의 푸른색 타이 VS 웜톤 컬러의 노란색 타이]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현대인에게 어필되는 정치인으로서의 외모와 섬세한 감성을 가졌지만 그의 앉은 자세는 다듬어지지 않았다. 두 발을 모으고 손바닥을 펴서 다리 위에 얹은 자세는 자칫 소극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동네 아저씨 같이 앉은 자세가 오히려 인간적일 것이라는 잣대는 무리이다. 글로벌 한국의 국격에 걸맞은 서울 시장으로서의 고품격 이미지가 필요하다.

옆집 아저씨처럼 앉은 자세는 시민과의 대화 시에 적절하지만 공식 석상에서의 앉은 자세로는 부적절하다 <사진=연합뉴스></div>
▲ 옆집 아저씨처럼 앉은 자세는 시민과의 대화 시에 적절하지만 공식 석상에서의 앉은 자세로는 부적절하다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의 시선처리와 손 제스처는 훌륭하지만 두 발을 모으고 앉은 자세가 상대 싱가폴 장관보다 당당하지 못한 느낌을 주는 모습 <사진=연합뉴스></div>
▲ 박원순 시장의 시선처리와 손 제스처는 훌륭하지만 두 발을 모으고 앉은 자세가 상대 싱가폴 장관보다 당당하지 못한 느낌을 주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박시장의 동향을 보면 외국의 수장들과 면담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글로벌 리더의 면모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앉은 자세’ 교정이 필요하다. 양쪽 발 사이를 30cm 정도 간격을 두고 양 발의 모양이 11자 형의 기본자세는 물론 디테일한 보디랭귀지 기법을 몸에 익힐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박원순 시장의 감성과 소통을 중시하는 강점에 좀 더 디테일한 고품격 정치인의 이미지리더십을 더할 수 있다면 대선 후보자로서 갖추어야 할 퍼스널 아이덴티티가 구축될 수 있겠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 (사)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

정연아는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 최고경영자(CEO) 등의 이미지컨설팅을 담당해왔다.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등에서 이미지메이킹을 주제로 1만회 이상 강연한 인기 강연가로, 여러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초의 이미지컨설턴트로서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대회와 미스코리아 등 미인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1997년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에겐 표정이 있다’‘매력은 설득이다’ 등 총 7권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칼럼니스트로서 여러 매체에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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