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무언의 메시지다. 어떤 색상과 스타일을 입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내면이 투사된다. 정치인의 정장은 감청색(네이비 블루)을 입는 것이 기본 공식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선두로 굵직굵직한 자리에 있는 정치인들조차 의정 활동 과정에서 밝은 회색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면 생뚱맞아 보인다. 회색 고유의 컬러는 부드럽고 분위기가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중간색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요구되는 결단력과 추진력 등의 이미지 와는 상반된다. 그래서 대통령을 비롯, 정치인이 회색 정장을 입으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2022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 2022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남성의 정장 컬러는 짙을수록 권위와 신뢰감을 전달한다. 지난 2022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회색 정장을 입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윤대통령의 회색 정장이 짙은색을 입은 주변 인사들 속에서 상대적으로 튀어 보이기 때문이다. 앞쪽의 오른쪽 테이블에 윤대통령보다 더 밝은 회색 정장을 입은 권성동 국민의 힘 전 원내대표는 더욱 눈에 잘 들어온다.

2022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인사를 나누는 윤대통령
▲ 2022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인사를 나누는 윤대통령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회색 정장을 입은 윤대통령이 감청색 정장을 입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보다 지위가 더 낮아 보인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윤대통령이 입은 회색 정장은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 주최국의 수장으로서도 그리고 스스로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는 물론 권위를 떨어뜨리는 옷차림새였다.

어깨가 넓고 목이 짧은 체형에게 어울리지 않은 회색 정장
▲ 어깨가 넓고 목이 짧은 체형에게 어울리지 않은 회색 정장

비단 정치인이 아니어도 윤대통령처럼 어깨가 넓고 목이 짧은 체형이 회색 정장을 입으면 어깨가 더욱 넓어 보여 자칫 둔감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굳이 회색 수트를 고집한다면 청색이 살짝 섞인 청회색이나 짙은 회색을 입는 것이 정치인다워 보인다.

연 옅은톤의 회색 정장을 입은 권성동 전 원내대표(국민의 힘)
▲ 연 옅은톤의 회색 정장을 입은 권성동 전 원내대표(국민의 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매우 옅은 회색 정장을 즐겨 입는다. 하지만 회색 정장은 여당에서 최고의 서열을 자랑하는 그의 직책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정치인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을 갖춘 인재의 이미지와는 상반되어 보인다. 어깨는 넓지 않아도 얼굴이 큰 그에게 회색 정장은 얼굴을 확대되어 보이게 해 피하는 것이 좋다. 더군다나 정장 재킷의 허리가 날렵해 보이는 이탈리안 재킷 스타일 또한 그의 도시적이지 않은 얼굴 이미지와 동떨어져 보인다. 그에겐 감청색의 아메리칸 노멀 정장 스타일이 베스트이다.

회색 꽃무늬 타이를 맨 정장과 회색 무늬 점퍼의 캐주얼을 입은 권성동 전 원내대표
▲ 회색 꽃무늬 타이를 맨 정장과 회색 무늬 점퍼의 캐주얼을 입은 권성동 전 원내대표

권 전 원내대표의 회색 꽃무늬 넥타이 정장과 취약계층 현장을 방문하며 입었던 캐주얼 차림새는 정치인의 아이덴티티(Identity)에서 어긋난 패턴이다. 꽃무늬 넥타이나 복잡한 무늬의 캐주얼은 지나치게 멋을 낸 느낌도 풍긴다. 이런 차림새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건축 디자이너나 예술인들에게나 걸맞은 스타일이다. 정치인의 패션은 멋스러움보다는 상황과 격식에 맞고 신뢰감을 주는 패션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밝은 톤의 회색 정장을 입은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
▲ 밝은 톤의 회색 정장을 입은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가 입은 밝은 회색 정장 또한 정치인의 패션으로 적절하지 않다. 주원내대표가 입은 회색 정장은 퍼스널컬러 이론에는 맞는다. 더군다나 그는 어깨가 넓지도 않고 큰얼굴도 아니며 얼굴 이미지까지 부드러워서 밝은 회색 정장이 잘 어울리는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의 여당 원내대표와 5선 중진의원이라는 묵직한 지위에는 옅은 회색 정장은 적절하지 못하다.

(왼쪽)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밝은 회갈색 정장을 입고 기자회견하는 오바마 대통령
▲ (왼쪽)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밝은 회갈색 정장을 입고 기자회견하는 오바마 대통령

지난 2014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핵안보 관련 주제로 기자회견을 할 때 입었던 밝은 회갈색 정장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이날 평소에 즉겨 입었던 감청색 정장이 아닌 밝은 회갈색 정장을 입었다. 그런데 생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오바마대통령의 이전 이미지(오른쪽 사진)와 너무 다른 모습을 보고 백악관 홈페이지에 무려 7천여개의 댓글들을 올렸다. 급기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하는 바람에 백악관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말았다.

미국의 시청자들은 “사안이 무거운 핵안보 주제를 다루는데 대통령의 정장색이 너무 밝아서 가벼워보인다” “앞으로 오바마 형제라고 불러야겠다” “토네이도 보험 회사의 영업부장 같다”는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얼마 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왜 옅은색의 회갈색 정장을 입었는지에 대해 해명까지 했다. 그는 “기자회견 다음 날이 연휴가 시작되었고 날씨도 더워지기 시작해서 옅은색 정장을 입었다”라며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대통령 패션에 대해 관심을 크게 갖는 미국인의 문화와 얼마 전, 윤대통령이 바지를 너무 크게 입어서 거꾸로 입었다는 오해를 부른 논란이 있었어도 어떤 해명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우리나라 대통령실의 유교(?) 문화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결국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대통령을 비롯, 정치인이 회색 정장을 입으면 안되는 이유 하나를 들라면 정치인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요점이다.

참고로 직장인이나 비즈니스 맨에겐 짙은 회색 및 회청색(청회색) 정장이 베스트이다. 피부색이 밝고 외모가 수려한 젊은 이삼십대의 남성 직장인이라면 직업과 업무의 특성에 따라 옅은 회갈색 정장도 무난하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 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

정연아는 국내 최초의 이미지컨설턴트로서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의 퍼스널 브랜딩, 최고경영자(CEO) 등의 이미지컨설팅을 담당해왔다.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등에서 이미지메이킹을 주제로 1만회 이상 강연한 명강사이다. 저서로는 1997년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에겐 표정이 있다’ ‘매력은 설득이다(2011)’ ‘내 색깔을 찾아줘(2022)’ 등 총 8권이 있으며, 칼럼니스트로서 여러 매체에 퍼스널브랜딩과 관련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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