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협의...대법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
김관진,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무죄' 확정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1년 10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1.10.28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1년 10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1.10.28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세월호 참사 보고 시점에 관한 국회 답변서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3)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려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졌다. 

검찰이 지난 2018년 3월 이 혐의로 김 전 실장을 기소하고 1, 2심에서 유죄가 나온 근거인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 것은 김 전 실장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해 허위공문서작성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시각각으로 보고를 받았다는 답변서는 사실에 부합한다는 게 대법원 결론이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을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9일 오전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지난 2018년 기소된 후 4년만에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에 관한 국회 서면질의답변서를 조작해 제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당시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 관한 세월호 참사 보고와 관련해 국회에 답변서를 내면서 허위 내용의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답변서에는 '비서실에서 실시간으로 시시각각 20~30분 간격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박 전 대통령은 사고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답변서 초안에는 '부속실 서면보고'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고, 김 전 실장에 의해 '대통령 실시간 보고'로 바뀌었다는 게 검찰의 조사내용이다. 실제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은 부속비서관에게 이메일로 상황보고서를 11차례 발송했는데, 해당 비서관은 오후와 저녁 각각 한 차례 보고서를 취합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날 대법 재판부는 답변서에 담긴 '시시각각 20~30분 간격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은 실제 대통령비서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부속비서관이나 관저에 발송한 보고횟수, 시간, 방식 등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 사실인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답변서에 사실뿐 아니라 김 전 실장의 개인적인 의견이 혼재돼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김 전 실장은 답변서에 '박 전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적었는데, 이는 그의 주관적 의견일 뿐 어떤 사실을 확인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처벌하려면 사실을 증명하고자 하는 문서의 기능을 훼손해 그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해야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의견을 표명했을 뿐이어서 처벌이 어렵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이 밖에 김 전 실장이 국회 출석에 대비해 허위의 예상질의응답 자료를 작성한 혐의 등은 무죄가 확정된 가운데,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장수(74)·김관진(73) 전 국가안보실장은 무죄를 확정받았다. 

1심은 "세월호 사고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이 제때 보고받지 못했다는 게 밝혀질 경우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행사했다"며 "이런 범행은 청와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이유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에 관해선 사고 당시 공무원이 아니거나 국가안보실에 근무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

2심도 "(김 전 실장은) 서면 답변서에 박 전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해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는 취지로 기재했다"면서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애매한 언어적 표현을 기재해 허위적 사실을 썼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한편 대법원이 김 전 실장 등의 사건을 선고한 건 지난 2020년 7월 상고장을 접수한 지 2년여 만이다. 김 전 실장은 지난 2020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상대로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총 23억8900여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 밖에 특정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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