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집중돼 외제차 수백여대 피해…300억원 이상 손해액 추정
여주 412.5㎜, 양평 398.5㎜, 광주 392.0㎜…주택침수·도로통제 잇따라
10일까지 100∼200㎜, 많은 곳 300㎜ 더 예보…도, 재난본부 2단계 운영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9일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에서 사고로 인해 차량이 뒤엉켜있다. 2022.8.9
▲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9일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에서 사고로 인해 차량이 뒤엉켜있다. 2022.8.9

8일부터 이틀간 경기지역에 평균 23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하천이 범람하면서 인명피해와 주택침수, 도로통제 등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오는 10일까지 많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 발생이 우려됨에 따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9일 경기도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내린 강수량은 여주 산북 412.5㎜, 양평 옥천 398.5㎜, 광주 392.0㎜ 등이다. 의왕, 광명, 성남, 과천 등에도 300㎜ 이상의 비가 내렸으며, 누적 평균 강수량은 230.7㎜로 집계됐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군포에는 전날 오후 10시 26분부터 한 시간 동안 112.5㎜, 성남에는 같은 날 오후 10시 45분부터 한 시간 동안 110.5㎜의 비가 내리기도 했다. 광주에도 전날 오후 11시 14분부터 101.5㎜, 화성 역시 이날 0시 13분부터 107.5㎜의 시우량을 기록한 가운데, 기상청은 9∼10일 이틀간 경기지역에 100∼2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남부의 경우 많은 곳은 300㎜ 이상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비가 요구된다.

경기 연천군 최북단 임진강 필승교 수위는 밤사이 경기북부지역에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오전 8시 현재 3.96m로 다소 낮아졌고, 필승교 수위는 지난 8일 오후 7시 50분께 5.3m를 넘어섰으나 9일 오전 5시 30분부터 하강하는 추세이나, 비가 계속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북한지역에도 강한 비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보돼 관계 당국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27분께 화성시 정남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변 공장의 직원 기숙사로 사용하는 컨테이너가 매몰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굴착기를 동원해 흙을 퍼낸 뒤 오전 8시 11분께 컨테이너 안에서 40대 중국인 1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오전 1시 1분께 경기 광주시 직동 성남장호원 간 자동차전용도로 성남 방향 직동IC 부근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했다. 도로로 흙이 쏟아지며 인근을 지나던 렉스턴 차량을 덮쳤고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운전자 A(30·남) 씨가 숨졌다. 차량에 타고 있던 다른 2명은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전 0시 59분께 양평군 강상면에서는 60대 남성이 도랑을 건너다가 불어난 물에 휩쓸렸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전날 오후 11시 40분께에는 광주시 목현동 목현천을 지나던 한 시민이 "사람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것 같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일대를 수색하다가 이날 0시 15분께 주변 한 아파트 앞에서 숨진 채 쓰러져 있는 30대 여성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여성이 발견된 곳에서 2㎞가량 떨어진 버스정류장에 있다가 정류장 지반이 무너지면서 인근 하천에 빠져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주 목현동에서는 남매가 실종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날 0시 43분께 주민 B(77·여) 씨가 집 주변 하천의 범람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지 않자 동생 C(58·남) 씨가 따라나섰다가 함께 실종됐다. 경찰은 이들의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이밖에 이번 비로 인한 부상자는 14명으로 집계됐으며, 71명이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인명피해 외에도 주택과 상가, 차량이 침수되고 곳곳의 통행이 통제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침수 피해는 주택·상가 74건, 차량 35대, 도로 30건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이재민이 5가구 8명 발생했으며 74가구 122명은 거주지를 떠나 일시 대피했다.

교통 통제도 곳곳에서 이뤄져 시민들은 출근길 불편을 겪었다. 현재 도내에서 통제 중인 곳은 하상도로 24곳, 일반도로 21곳, 세월교 30곳, 둔치주차장 31곳, 강변 산책로 25곳이다. 용인서울고속도로에도 인근 산비탈 면에서 흙이 쏟아져 용인 방향 서판교에서 서분당 구간 13㎞가 통제되고 있다.

경기도는 전날 오전 9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1단계 체제로 운영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호우경보 발효 지역이 확대되자 비상 2단계 체제로 격상해 운영하고 있다. 도는 산사태 우려 지역 329곳, 침수 우려 도로 65곳 등을 대상으로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피해 지역은 현장 점검할 방침이다.

국지성 폭우가 9일 서울과 경기 지역을 강타하면서 단 하루 만에 차량 2천여 대가 침수되는 큰 피해가 발생해 손해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체에 8일부터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삼성화재[000810] 등 각 손해보험사에 9일 오전에만 2천여 건에 달하는 차량 침수 피해가 접수됐고 계속 늘고 있다.

이로 인한 손해액은 3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9일 오전 8시 기준 삼성화재에는 전날 폭우와 관련해 500대 이상의 침수 피해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외제차가 200대 이상에 달했다. 이어 오전 10시 기준으로 침수 차량 1천100대에 손해액은 200억원까지 불어났고 피해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서울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다 보니 차량 침수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한 거 같다"면서 "현재 접수된 피해 외제차만 200여 대 이상으로 외제차 관련 피해 추정액만 53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DB손해보험[005830]은 오전 8시 기준 248대가 침수 피해를 접수했으며 이 가운데 85대가 외제차였다. 추정 손해액만 25억여원에 달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주로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폭우 침수 피해 차량이 집중됐다"면서 "울산과 경북에서 차량 침수 피해 접수는 2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현대해상[001450]은 오전 7시 기준 214대가 침수 피해로 접수했다. 경기가 122대, 서울이 84대, 인천이 8대였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오늘 새벽에만 100여 대 침수 피해 접수를 했고 지금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 "기존 지역들보다 고가 차량이 많아 손해액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000060]는 오전 8시 기준 55건의 차량 침수 피해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외제차는 21건이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오전 9시 30분 기준 침수 차량 130대가 접수됐으며 손해액은 13억9천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들 대형 손보사들 외에도 침수 피해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손보업계에서는 침수 피해 차량이 2천여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 등 손보업계는 2020년과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줄어 반색했다. 하지만 올해 갑작스러운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손해율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차량을 옮길 여유가 없어 피해가 커진 것 같다"면서 "이번 폭우는 서울, 특히 강남 지역에 집중돼 고가의 외제차들이 대거 피해를 보는 바람에 자동차 보험 손해율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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