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이용섭 전 광주시장 “尹정부, 부자감세 비판 면하기 어려워… MB정부 낙수효과 실패 교훈 삼아야”

2022.07.25 18:18:18

이용섭 전 광주시장 “세금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가업상속공제 확대,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조장”
“尹정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우선해야”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정주희 기자]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7월 스페셜 인터뷰로 ‘이용섭 전 광주시장’을 모시고 현 정부의 감세 정책과 바람직한 조세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1일 첫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을 위해 전면적인 감세에 나선다고 밝혔다. 법인세와 종부세, 상속세 등 폭넓은 세제 개편으로 향후 5년간 13조1000억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제2의 부자감세’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정건전성 확보와 조세 정의 측면에서 우려를 표하고 “세금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25일 열린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서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재정정책 분야를 두루 거친 정책 전문가이자 세제 전문가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국세심판원장,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정자치부장관(지방세), 국회의원(기획재정위 세법소위 위원) 등 국세 뿐 아니라 지방세에 관한 정책·행정·입법·사법 분야 등을 모두 경험했다. 

현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조세개혁보다는 안정을, 공평보다는 효율을 선택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감세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안정 등 조세의 경기조절 기능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조세의 본질적 기능인 재정조달 기능과 소득재분배 기능이 크게 약화되거나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향후 5년간 13조1000억 원(정부 추계) 세수 규모가 줄어든다. 이는 대대적 감세에 나섰던 이명박 정부의 2008년 세제개편안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감세 규모다. 특히 감세 혜택이 대기업(4.1조), 고소득자(1.2조), 고액재산가(종부세 1.7조)에 집중돼 있어 ‘제2의 부자감세’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은 “낙수경제론은 질 좋은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며 재정건전성을 무너뜨린다”며 “대기업이나 여유 있는 계층으로부터 적정한 세금을 거둬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회복과 민생안정을 위한 분야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은 "세금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조세정책이 인기 위주로 흐르다보면 나라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세 수입의 충분성, 조세의 공평성, 조세의 효율성' 원칙을 지키되 서로 상충되는 경우에는 우선순위를 설정해 조화롭게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뒷받침하며 사회양극화를 완화시키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조세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각각 ‘적정부담 적정복지’,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백성은 배고픔보다 불공정에 분노)’, ‘넓은 세원, 적정 세율’을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 감세를 내걸었다. 낙수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은 “대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아니라 유망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며 “이명박 정부에서도 선순환의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 경기 부양이나 민생회복을 위해 감세 조치보다는 적정한 세금을 걷어 시급한 분야에 정부가 직접 사용하는 게 재정 지출 정책에 훨씬 효과적”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세입 기반이나 감세보다는 규제 완화, 노사상생문화 정착, 적정 금리와 선진금융, 인재육성, 재정재출 등을 통해 이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시장은 ‘가업상속공제제도’ 중 적용대상 기업과 감면 확대를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조장해 세 부담의 형평성을 크게 저해하고 조세 정의를 파괴하는 잘못된 개편안”이라며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중산 서민이나 중소기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기업주들에게는 사실상 상속증여세가 유명무실해진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새 개편안을 지지하는 측에서 ‘세금 때문에 가업 승계가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가업 상속에 대해 20년에 걸쳐 세금을 분납해서 납부할 수 있는 연부연납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상속세 때문에 가업의 일부를 팔아야 하는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시장은 윤석열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민생경제 대책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그는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민생대책이고 성장정책이자 복지정책”이라며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 혁명이 본격화돼 정부가 일자리 혁명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보장하고 일할 수 없는 분들에게 맞춤형 복지를 보장하는 것이 21세기 국가의 책무”라며 기업들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민간 부문 지원 정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금융·공정거래 정책을 일자리 양산 부문으로 전환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중소기업·내수산업 등에 대한 조세지원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 일자리 확대 위한 구조개선 △미래형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1951년 전남 함평 출생으로 전남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재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관세청장을 역임하고 노무현 정부에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일자리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광주 광산을에서 당선,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하고 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했으며, 그후 2018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광주광역시장에 당선되었다. 2022년 광주광역시장 경선에서 패함으로서 재선에 실패했다. 그의 독보적인 오랜 경륜과 경험이 향후 더불어민주당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열어가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다음은 이용섭 전 광주시장 인터뷰 전문이다]

김능구: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세금 전문가인데 윤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한 견해와 바람직한 조세정책방향에 대해?  

이용섭 :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세제개편안의 키워드는 ‘감세’이다. 조세개혁보다는 안정을, 공평보다는 효율을 선택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3고로 인한 경기침체로 국민도 기업도 모두 어렵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을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안정’에 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또 근로소득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일부 불합리한 세정을 정상화 시킨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이처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적 처방으로는 무난한 개편안이지만, 재정건전성 확보와 조세정의라는 큰 틀에서 보면 우려되는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새 정부의 첫 번째 세제개편안에 당연히 담겨야 할 향후 조세정책 기조, 적정 조세부담률, 재정건전성, 국가채무 등에 대한 큰 그림과 비전제시가 없어 앞으로 조세정책의 예측성과 일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잇다. 또한 이번 세제개편으로 5년간 13조1000억 원(정부추계)의 세수감소가 예상되는데, 이는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감세에 나섰던 이명박 정부의 첫해인 2008년 세제개편안(33조 9천억 감세)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감세규모이고, 감세혜택이 대기업(4.1조)·고소득자(1.2조)·고액재산가(종부세 1.7조)에게 집중되고 있어 ‘제2의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감세를 통한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안정 등 조세의 경기조절기능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조세의 본질적 기능인 재정조달기능과 소득재분배기능이 크게 약화되거나 후퇴하였다. 만약 이 기조가 임기 내내 계속된다면 재정건전성 위기를 가져오고 조세 공평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물론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은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그러나 조세는 재정지출에 비해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고 간접적이다. 따라서 대기업이나 여유 있는 계층으로부터 적정한 세금을 거두어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회복과 민생안정을 위해 시급한 분야에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대기업, 고액재산가,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낙수경제론은 질 좋은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며 무엇보다 재정건전성을 무너뜨린다. 새정부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검증이 끝난 ‘부자감세정책’으로 회귀하지 않기를 바란다. 

새 정부에 바라는 3대 조세정책방향은 다음과 같다. 세금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조세정책이 인기위주로 흐르다보면 나라가 흔들리게 된다. 조세정책은 국가 미래를 보고 고독한 길을 가야한다. ‘조세 수입의 충분성, 조세의 공평성, 조세의 효율성’ 원칙을 지키되 서로 상충되는 경우에는 우선순위를 설정해 조화롭게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조세정책은 무엇보다 재정건전성을 뒷받침하여야 한다. 우리와 같은 소규모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는 대외변수에 매우 취약한 천수답 경제라서 재정건전성은 대외충격을 흡수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성역이다. 우리가 IMF 외환위기나 세계 금융위기 등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공적자금 투입과 적극적인 정부역할을 가능하게 한 재정건전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이고 빠른 고령화 등으로 재정수요는 폭증하고 있는데 정부의 감세기조가 계속될 경우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한국경제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재정건전성이 무너질 수 있다. 5월말 현재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사실상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잠재적 채무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 규모이다. 정부의 재정적자(관리수지)도 2017년 18.5조에서 금년에는 110.8조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 조세부담률은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임에도 세수보전 대책을 밝히지 않고 감세정책을 공식화하고 있어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세금은 많이 걷는 것도 문제지만 나라살림을 뒷받침하지 못할 정도로 적게 걷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적정 세부담 수준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국제적으로 낮은 조세부담률을 적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2020년 기준 OECD 조세부담률 24.2, 한국 20%). 이를 통해 ‘저부담 저복지’를 넘어 ‘적정부담 적정복지’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조세의 공평성과 소득재분배기능을 제고하여 사회양극화를 완화시켜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인류가 개발한 훌륭한 시스템이지만,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지속되기 어렵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하면 부의 편중으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담세능력이 있는 경제주체로부터 적정한 세금을 걷어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지출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소득재분배정책은 없다. 부자감세가 비판받는 것은 경기활성화 효과에 비해 조세 부담의 공평성과 소득재분배기능을 결정적으로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재정은 국가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인데 우리나라 재정의 소득재분배기능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세금의 생명은 공평과세다. 세금은 누구에게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담세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부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금은 우리가 문명사회에 사는 대가이므로 누구나 편익원칙(benefit principle)에 따라 사회에서 편익을 누린 만큼 세금을 내는 것이 공평과세의 출발점이다. 

어느 설문조사에 의하면 ‘쓰고 나서 가장 아깝다고 생각되는 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위가 세금이라고 답변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세금을 내는 사람만 내고 있다는 세부담의 불공평과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는 재정지출의 불공평때문이었다. 

이번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조세정의와 공평과세원칙을 흔들 조짐이 엿보인다. 조세정책 담당자들은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백성은 배고픔보다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의 교훈을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한다.

셋째, 자본과 노동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국가선택시대’이므로 조세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지금은 다른 나라보다 세율이 높고 조세행정이 후진적이면 세원이 우리나라를 떠나게 되므로 독불장군식 조세제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외국보다 유리한 조세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한 기본방향은 ‘넓은 세원, 적정 세율’체계이다. 이를 통해 필요한 재정수입을 확충해야 조세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건전재정과 세부담의 공평성을 실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수정권은 조세정의나 형평성보다 조세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번 정부 세제개편안 역시 효율과 성장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능구: 윤 정부는 대기업에 감세해주는 대신 투자하라고 하고 있는데 3고위기로 경영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 투자가 가능할까요. 

이용섭: 감세론자들은 감세로 인한 여유자금을 대기업들이 투자하고 부자들이 소비를 늘리게 되면 경제가 활력을 되찾게 되어 세금이 더들어와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현실성이 없다.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유망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감세로 인해 늘어난 소득을 대기업은 회사내 유보(또는 배당)하고 부자들은 저축하는 성향이 높아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정부에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를 감수하면서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지만 투자와 고용이 늘고 다시 민간의 생산과 소비가 확대되는 선순환의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감세는 소비와 투자 촉진을 통한 경기진작 효과보다는 세입기반을 잠식시키고 있는 계층에 효과가 집중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단기적 경기부양이나 민생회복을 위해서는 감세조치보다 정부가 적정한 세금을 걷어 보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시급한 분야에 직접 사용하는 재정지출정책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런 점에서 감세를 통한 경기회복이나 조세의 경기조절기능은 건전재정기조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그 혜택이 국민 다수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을 때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또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세입기반과 공평성을 훼손하는 감세보다 규제완화, 노사상생문화 정착, 적정금리와 선진금융, 인재육성, 재정지출 등을 통해 이루어 가야할 것이다.

김능구: 이번 감세는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등 여러 세목에서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몇 가지 지적해준다면? 가장 문제가 큰 정책하나만 꼽는다면?

이용섭: 기본적으로 세금은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내기 때문에 깎아주면 부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조세당국의 적극적 의지가 없으면 감세로 인해 중소기업이나 중산서민들이 받는 혜택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조세정책은 부자를 가난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가난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번 새 정부의 세제개편안 역시 경제 활력 회복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대기업, 고소득자, 고액재산가에게 감세혜택이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감세정책은 이번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맞춤형 대책으로 끝나야지 임기 내내 지속되는 새 정부의 조세정책기조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2%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 한 것은 조세도 국가 간 경쟁시대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한 법인세 감소가 6조8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중소중견기업에 따른 감세혜택은 2조 4000억 원으로 대기업 4조1000억 원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고액재산가들이 부담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크게 경감된다. 종부세 역시 그간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수단으로 이용되다보니 중산층 입장에서 세부담이 무거웠던 측면이 있어 이를 합리적으로 적정화할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2019년 수준으로 세율인하, 다주택자 중과 폐지 등 세금부과방식 변경, 다주택자의 부담상한 완화(300%→150%), 기본공제액상향(공시가격 6억 원→9억 원) 등 전방위적으로 세금부담을 완화하다보니 종부세가 무력화되고 부동산 투기 억제 등 정책수단으로서 기능이 크게 후퇴했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종합부동산세는 1조 7000억 원이 줄어드는데 서민들에게는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대주주’의 기준도 완화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목당 10억 원 이상 또는 일정 지분율(1~4%)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대주주로 분류해 양도세를 부과한다. 개편안은 대주주의 기준을 지분율과 무관하게 종목당 100억 원 이상으로 완화한다. 100억 원이 넘는 고액 투자자를 제외하고 대다수 주주에 대해서는 주식 양도세가 사실상 폐지된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가장 문제 있는 정책은 家業상속공제제도의 확대이다. 이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조장하여 세부담의 형평성을 크게 저해하고 조세정의를 파괴하는 잘못된 개편안이므로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반드시 시정되길 바란다.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으로 이룬 사업을 자녀들에게 상속할 때 세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속세를 감면하는 제도이다. 만약 아버지가 피땀 흘려 일군 회사를 세금 때문에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면 사업의욕도 떨어지고, 또 세금내기 위해 사업용 재산을 일부 팔게 된다면 가업이 승계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점에서 제도자체는 필요하고 의미 있는 제도이다.

문제는 이 지원제도가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이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고,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조세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여지를 제도적으로 계속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와 특성 때문에 처음에는 상속세를 부과하면 가업승계가 어려워지는 중소기업에 한정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 공제를 허용해주었는데, 업계의 끊임없는 건의와 일부 철학부재의 정책담당자와 정치권의 무지로 계속 확대되어 왔고,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그 부작용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경제 활력이라는 미명하에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을 조장하고 조세정의를 파괴하는 이런 세제개편안이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는 적용대상기업과 감면확대이다. 중소기업에 한정하여 시행해야 할 이 제도가 그간 매출액 4천억 미만의 중견기업에 까지 확대되었고,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매출액 1조원 기업까지 확대하고 있다. 극히 일부 대기업만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기업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또한 세금이 면제되는 공제한도는 현재 500억 원에서 1000억 원까지 확대하였다. 피상속인이 최대주주이거나 10년 이상 40% (상장법인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경우 그 자녀들은 최대 1000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이므로 세금으로 따지면 대충 500억 원 가까이 면제받게 된다.

월 몇 백만 원 받는 근로소득자나 자영사업자, 그리고 일반인들은 부모로부터 10억 원만 상속증여 받아도 세금을 내야 되는데, 기업주가 자녀에게 매출액 1조원의 기업을 상속 증여하는데도 1000억까지 세금을 면제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 면에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번 가업상속공제 확대에 따른 혜택은 중산서민이나 중소기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러한 정부 개편안은 세금의 생명인 공평성과 조세정의를 크게 저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개편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가업상속공제제도로 인해 기업주들에게는 사실상 상속증여세가 유명무실해진다. 

일부에서는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우리 지원이 과다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조상 대대로 목공일이나 사시미집을 이어가는 독일과 일본의 가업승계문화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우리는 당대에 사업을 일으켜서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대부분이고 사업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정부 세제개편안을 지지하는 측은 세금 때문에 가업승계가 어려우므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내걸지만 이 역시 타당하지 않다. 가업상속에 대해서는 20년에 걸쳐 세금을 분납해서 납부할 수 있는 연부연납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상속세 때문에 家業의 일부를 팔아야 하는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김능구: 국회, 정부, 청와대, 지방자치단체 두루 경험하고 특히 경제, 행정 정책통인 이 전 시장이 보실 때 윤석열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민생경제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용섭: 고물가, 높은 금리, 코로나19, 주거불안, 실업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문제가 많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다.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민생대책이고 성장정책이며 복지정책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열어줄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경제가 성장하면 자동으로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성장정책이 곧 일자리 정책이었다.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 생계는 시장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탈산업사회에서는 시장경제의 내재적 결함은 물론 고용 없는 성장과 낙수효과 약화 등 경제구조상의 문제로 인해 과거처럼 기업 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장 중심적 고용확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일자리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어 정부가 일자리 혁명에 앞장서야 한다. 기업을 통한 ‘고용 촉진’이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고용 보장’이라는 적극적인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 각종 지원을 고용창출효과와 연동시키고 고용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등 정부가 좋은 일자리 창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보장하고 일할 수 없는 분들에게는 맞춤형 복지를 보장하는 것이 21세기 국가의 책무이다. 정부의 적극적 고용정책은 총수요 부족을 메움으로써 기업들의 투자를 유발하고 복지지출을 줄여 재정부담을 덜어주며 결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므로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은 여전히 중요하다. 통화금융정책이나 공정거래 정책도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 부문에 대한 신용창조나 자금흐름을 억제하고 일자리 양산 부문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불어 대기업, 수출산업, 제조업에 편중된 조세지원 등을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중소기업, 내수산업, 서비스업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또한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각종 제도의 고용 친화적 개편 등 일자리 확대를 위한 구조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스마트워크를 통한 업무혁명으로 미래형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야 한다. 1만 5천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직업의 수’를 선진국 수준인 2~3만 개 수준으로 확대하여 소질과 적성에 따른 직업선택권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직종을 다양화하여 국민 각자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국가경쟁력도 높아진다. 또한 적극적인 직업훈련과 교육을 통해 수요 변화에 부응하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게 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인력 양성 체계를 개선하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인공지능, IT, 서비스 분야 등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공공부문이나 대기업만 찾지 않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상상력과 창의력이 있는 청년들이 쉽게 창업하고 성공할 수 있는 창업생태계 조성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또한 근로 형태 다양화, 일과 가정 양립 문화 확산 등을 통해 여성의 경력 단절을 완화하고 취업을 촉진하는 방안도 강화해야 한다.



정주희 zooey0805@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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