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정리] 7월 5일, 2022년 하반기 첫 정국진단입니다.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지 불과 한달여 만에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도에 부정평가가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일어났습니다. 

어제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못한다’는 의견이 50.2%로 과반수를 넘었습니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44.4%로 오차범위를 벗어난 5.8%p의 격차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KSOI의 정례조사도 부정 51.9%, 긍정 42.8%로 9.1%p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난 주 각종 여론조사에서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는데, 이번 주에는 긍부정 여론의 차이가 오차범위 밖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주는 대통령에게 호재라고 할 수 있는 나토정상회의가 있었음에도, 지지율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입니다.

대통령 취임 후 채 두 달도 안된 시점인데, 국민들의 평가는 냉정하기만 합니다. 두 개 조사 모두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잘못한다는 의견이 크게 우세했습니다. 리얼미터의 지역별 결과를 보아도 여론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양대 선거 모두 확고한 윤석열 지지를 보였던 서울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긍정과 부정이 1~2%p 차이로 딱 붙었습니다. 지방선거 승리를 안겨준 대전충청지역은 오히려 부정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고, TK지역의 부정 여론이 35%를 넘어섰습니다.

그래픽=연합뉴스
▲ 그래픽=연합뉴스

이념적 양극화 속에 나름대로 균형을 잡아온 중도층의 의견이 현 상황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리얼미터의 경우 긍정 42.4%, 부정 52.8%, KSOI는 긍정 42.1%, 부정 53.0%입니다. 두 조사 모두 중도층에서 10%p 이상 부정 여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아직 출발선에 서 있다고 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신호로 읽혀집니다.

그런데도 지지율 하락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다.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일견 대범해보이는 답변이지만,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의 판단을 대통령이 의미없다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것인지,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제왕무치(帝王無恥)란 말이 있었습니다. 일반의 규범과 상식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군주의 권력행사를 뜻합니다. 정치의 본질을 학습할 기회가 없었던 윤 대통령이, 본인이 경험한 검찰 조직의 생태를, 마치 제왕무치와 같은 국정의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범죄를 재단하고 벌을 줄 수 있는 권력 속에서, 스스로는 ‘역지사지’가 안 되는 안하무인의 태도가 길러지는,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선민의식이 그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어찌 보면 너무 무난하게 최고의 권력에 올랐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무치의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대통령은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무적 판단의 최정점에 위치합니다. 대통령의 권력은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서부터 빛을 발하게 됩니다. 떨어지는 지지율을 아무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국민과의 공감 가능성, 성공한 대통령의 길은 멀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KSOI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고물가 등 경제위기 대응이 미흡하다는 의견부터 대통령과 부처간 정책 혼선, 보복 수사 논란, 대통령 부인의 행보까지 여러 가지 원인이 지적되었는데, 2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여권내부의 갈등’이었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사상 초유의 당대표 징계 절차가 그 갈등을 상징합니다. 7일로 예정된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소명을 듣고 곧바로 징계를 의결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들리는 바로는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예상된다고 하는데, 결국 이준석의 퇴진과 당권 재편 절차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준석 당대표는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이긴, 승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위사건 자체의 사실관계도 확정되기 전에 당대표 징계라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는 징계여부 보다 실제 징계가 언제 개시될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데, 바로 당권에 대한 문제라는 뜻입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2.7.5(연합)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2.7.5(연합)

결국 이준석 징계는, 대선에 승리한 여당, 그 내부의 권력투쟁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세력들, 인사를 통해 요직을 점거한 검찰출신들과 이른바 윤핵관으로 통하는 사람들이 사실상 권력을 독점해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 이준석이라는 조금은 다른 색깔의 사람이 당대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유승민까지 몰아낸 친윤 세력들에게 고립무원인 이준석은 이제 배제해야할 대상이 되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이준석의 역할과 효용성은 무엇이었을까요? 30대 ‘0선’의 당대표는 국민의힘이 꼰대정당, 수구정당에서 벗어났다는 상징이었고, 그 결과 국힘은 2030 남성들의 지지를 받는 보수정당이 되었습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보조를 맞추며 기득권 부자 정당의 이미지를 벗는 노력도 했습니다. 젊은 당대표는 스스로 많은 분란의 중심에 있기도 했지만, 회복 불능의 보수정당이 대선 승리로 가는 길에 나름대로 분명한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준석의 징계와 축출이 떨어지는 대통령 지지율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입니다. 정당지지율 격차도 이미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왔는데, 여기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입니다. 리얼미터를 기준으로, 6월초만 해도 국민의힘이 10%p 이상 우위에 있었지만, 오늘 발표된 결과는 국민의힘 43.5%, 민주당 40.3%입니다.

이준석이 가진 상징성, 그리고 예상할 수 있는 반발을 생각하면 결코 긍정적일 수 없습니다. 2030의 대통령 국정 평가는 이미 부정적 의견이 훨씬 높아진 상황인데, 리얼미터를 보면 20대의 부정평가는 47%, 30대는 무려 57.9%입니다. 현재 정당지지율은 20대와 30대가 엇갈려 있습니다. 30대는 민주당이 소폭 우세하지만, 20대는 국힘 42.6%, 민주당 35.1%입니다. 20대에서 국민의힘 우위가 유지되고 있는데, 지난 주에 비하면 3.4%p 정도 격차가 줄어든 결과입니다.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40%대 초중반인데, 이준석 징계의 영향이 더해진다고 가정하면 집권 3개월차 30%대 지지율이라는 또다른 초유의 상황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60대 이상 노인층 지지에 기댄 수구꼴통 정당의 이미지로 돌아갈 수 밖에 없고, 정당지지율 또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힘 내부에 조금은 다른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흔히 ‘이명박 정권 시즌 2’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와 친기업 노선이, 외교안보에서는 친미반중과 남북대결 기조가 뚜렷합니다. 물론 이준석이 이런 기조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 존재할 수는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서울시내에서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게 물가 폭등의 책임을 묻고, 친기업 노동정책에 대한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집권한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정권에 대해 퇴진의 목소리까지 더해졌습니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겠구나’라는 걱정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느낍니다. 정권 초기 최악의 국정 지지율과 국민적 반발이 이어지면, 절대 다수 의회권력을 가진 야당의 공세는 직접 대통령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어제 기사를 보면 이준석 당대표는 떨어진 지지율을 20일이면 돌려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토정상회의를 마친 윤 대통령의 귀국길에는 마중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본인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의 조율을 기대하는 움직임입니다.

다음 총선까지는 2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선거가 가까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준석의 축출 수순도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여론에 끌려다녀서도 안되겠지만, 적어도 국민의 판단을 두려워하고 공감할 줄은 알아야 합니다.

대선 전 당내 의원들과 이준석의 갈등을 당시 윤석열 후보가 무마하고 간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일도 정부와 여당의 미래를 위해 어떤 결정이 더 바람직할지,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포용과 화합은 대통령의 덕목이고, 책임질 부분이기도 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