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일명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기 전 첫번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할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2022.4.27(사진=연합)<br></div>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일명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기 전 첫번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할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2022.4.27(사진=연합)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들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임박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회기 쪼개기’에 따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종료되었고, 30일에 다시 새 임시회의 본회의가 열리게 된다. 이미 상정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이날 표결 절차가 진행되어 통과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두 번째 검수완박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이날 상정되면 다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들어갈 것이고, 회기 쪼개기도 반복되면서 다시 또 한 번의 임시국회 회기인 5월 3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게 될 것이 유력하다.

 검수완박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는 과정도 우여곡절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초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는 5월 3일로 되어있었다. 민주당은 어떻게든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도록 서둘렀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그날 오전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국무회의 시간을 늦춰야 공포가 가능한 일정이다.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을 곧바로 공포하기 위해 국무회의 시간까지 늦추고 대기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전체에게도 큰 부담을 주는 모양새가 된다. 결국 5월 9일 임기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공포를 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제까지의 과정에서도 중재안에 대한 여야 합의와 번복,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국회가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을 국민에게 보였는데, 앞으로 남아있는 과정도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입법 과정에서 빚어지는 이런 혼란 보다 심각한 것은 지금 상태에서 검수완박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될 경우, 진짜 큰 문제들이 두고 두고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하듯이, 국가적 수사공백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점이다. 법의 시행을 4개월 동안 유예한다고 하지만, 몇 달 사이에 경찰 수사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찰을 통제할 곳도 없어지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의 지연과 적체를 호소하는 범죄 피해자들의 불만이 비등한데, 이제 대부분의 수사가 경찰로 몰리는 상황이 되면 수사 현장의 혼란은 극심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당초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잠정 합의했던 중재안에서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 국회 사법개혁특위를 만들어 ‘한국형 FBI’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논의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사개특위를 구성하고 1년 6개월 후까지는 중수청을 설립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미 상정된 법안에는 중수청 관련 내용은 통째로 빠져버렸다. 민주당은 사개특위를 구성하여 중수청 설립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그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개특위의 표류 속에서 중수청 설립이 미뤄지면 부패, 경제라는 2대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본회의에 상정된 민주당의 수정안을 보면 대통령의 시행령을 통해 부패, 경제 범죄 이외에도 검찰 수사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아마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나면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무력화하는 여러 조치들이 강구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민주당의 꼼수 입법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꼼수 운영이 맞대결하는 형국이 되는 셈이다.

 그 과정은 우리 형사사법체계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 민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내용이 과연 그럴만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검수완박에 앞장섰던 황운하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결과적으로 검찰공화국 시대를 활짝 열어주는데 들러리를 서고 말았다. 검찰개혁의 역사에 가장 비참한 실패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비판 여론을 의식하여 검수완박의 내용들을 완화하다 보니까 누더기가 되어 실패한 법안이 되었다는 불만의 토로일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강경한 검수완박론자들조차도 실패로 규정하는 누더기 법안이 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법안 통과 이후  감당해야할 수사 현장과 형사사법체계의 혼란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검수완박도 하지 못하면서 혼란만 양산하는 결과는 민주당도 원치 않았던 상황일 것이다.

 민주당도 30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기 이전에 이쯤에서 근본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법안들을 통과시킨다고 민주당이 원했던 검수완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민주당은 법안 통과 이후에 예고된 혼란들을 감당하고 책임질 준비와 각오가 되어 있는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역풍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가. 범죄자들에게는 좋은 환경, 범죄 피해자들에게는 힘든 환경을 낳는 결과가 된다면 이는 정당과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냐 진보냐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법조인들도 요구하고 있듯이, 시간을 갖고 논의해서 대안까지 마련하고 결론 내릴 일이지, 이렇게 시한을 정해놓고 쫓기듯이 처리할 일이 아니다. 30일 본회의 처리를 미루고, 사개특위를 구성해서 국회에서 더 심도있는 논의를 하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일이다. 민주당이 숙고의 시간을 갖는 결단을 내리기를 주문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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