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된 지 1년, 국민 피해…현 제도 안착이 우선”
“국민 생명·안전 직결된 법안, 2주 내 처리는 부적절”
“여야 합의 거치며 국민들 이해·공감대 형성 필수”
“충분한 증거 없이 기소하면 힘있는 피고인만 이익”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검수완박' 법안 입법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검수완박' 법안 입법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법’에 대해 4가지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국정감사 기간이 아닌 때 국회 상임위에 출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 총장은 검수완박법에 반발해 사의를 표하기도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김 총장과 면담을 가지며 사표를 반려했고 ‘검찰 내 질서있는 의견 표명’을 주문했다. 

김 총장은 19일 오전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방안을 국회에 직접 제출하겠다면서 '특별법 제정과 검찰 수사지휘권 부활' 등의 대안을 언급했다.

이날 오후 김 총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 출석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즉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반박하는 내용의 성명을 읽어 내려갔다.

특히 김 총장은 '검수완박법' 정면 반대뿐만아니라 민주당이 검찰개혁으로 추진했던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현행 수사의 문제점도 짚으며, "할 말이 많다"면서 검찰개혁 전반에 대한 재논의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신체의 자유와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지금과 같이 2주 안에 처리한다는 것은 절대로 적절하지 않다”며 “여야 합의를 거쳐 최선의 결론을 찾는 과정과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검수완박법'을 4월말 국회 본회의 통과, 5월3일 문 대통령 마지막 국무회의 법안 공포를 목표로 앞으로 2주안에 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에 대한 김 총장의 비판이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검수완박법' 문제의 네 가지 근거로 △현행 수사 제도 안착의 중요성 △검찰 수사권 박탈의 위헌성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 보완 수사 제도 폐지의 문제점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입법화된 중요 6대 범죄 검찰 직접 수사 폐지의 문제점 등을 들었다.

김 총장은 우선 '현행 수사제도 안착의 중요성'에 대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이후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3개월이 됐다"며 “복잡해진 수사 절차로 인해 검경 간 수사 혼선이 반복돼 사건 처리가 지연되며 국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으로 강행 처리했던 지난 2019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현행 형사법에 대해 "사실 현행 수사 준칙 제59조를 보면 검사는 송치 사건에 대해 원칙상 경찰에 보완수사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는데 보완수사 요구된 사건 중 그 이행에 6개월 이상 걸린 사건이 4분의 1일 정도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통령령으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경제사범을 대폭 축소해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개정된) 그 규정대로 시행해 보니 어떻게 되었습니까? 과연 국민들께서 원하시는 대로 부패범죄 수사가 효율적으로 진행되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죄명별로 사건이 검찰과 경찰이 흩어져 제대로 제대로 수사하기가 어렵다"고 현행 검찰개혁법안 문제도 그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권 폐지의 중간 단계라고도 할 수 있는 현 형사사법제도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1년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검찰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려는 건 상처를 더 곪게 하는 것"이라며 지적하며 "지금 시행 중인 현 제도 안착에 법원, 검찰, 경찰, 법조계 등 유관기관이 합심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의 위헌성' 지점을 짚었다. 그는 "4‧19 이후 경찰의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반성으로 영장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하는 걸로 헌법이 개정됐고,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수사 주재자가 되고, 사법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게 됐다"며 "검사를 수사권자로 한 건 이 같은 연혁에 기반한 헌법정신에 따른 것이고 이를 명문화한 것이 헌법 12조와 16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사실 확인 절차는 그 자체로 영장청구권 행사 절차의 일환이므로 헌법상 영장청구권 규정에 근거해 검사의 수사권이 보장되는 것은 문언상 명백하다"고 했다.

김 총장은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권 폐지'와 관련해  "검사는 오로지 경찰이 검찰에 보내는 기록과 증거만으로 혐의 유무를 판단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경찰 수사를 통제하고 점검해야 하는 검사가 스스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면 국민의 인권보호나 수사상 적법절차 통제가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판사님들도 피고와 증인을 직접 보고 증거를 확인해 유무죄를 확인한다"며 "경찰 기록만 보고 충분한 증거 없이 기소하면 그 허점을 잘 이용할 수 있는 돈 많은 피고인, 힘있는 피고인 외 누가 이익을 보겠나"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1년 전에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입법화된 '6대 범죄에 대해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폐지'와 관련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은 약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패, 공직자, 경제범죄 등 중요 범죄를 수사해 온 경험과 역량을 갖고 있다"며 "중요 범죄 수사에 대한 대안이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하는 건 적절한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총장은 "검찰이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성찰하고 반성하겠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점검받고 개선하겠다"면서 "이 법안(검수완박법)처럼 (검찰이) 아무런 수사도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그 오랜 기간 축적된 국가수사력을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김용민 “검찰이 왜 신뢰받지 못하는지부터 반성해야” 질타... 김오수 작심 발언 "나도 할 말 많다"

김 총장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 공소청 법안 등을 대표발의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을 대표해서 나와서 말씀하신다길래 오늘날 검찰이 왜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이런 상황이 왔는지에 대해서 한마디 사과나 반성이라도 하실 줄 알았다"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또 "취임하신 지 1년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뭐하셨느냐"며 "'채널A사건' 수사에서 한동훈 검사 휴대폰 비밀번호도 못 풀어서 무혐의 처분했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면서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 이두봉 검사에 대한 징계를 하지도 못하고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 등이 "그러니까 이 법이 민주당을 위한 법이라는 것 아니냐",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라고 제지하자, 김 의원은 "검찰의 이익을 위해서 같이 지금 나오신 것 아니냐. 그것부터 반성하고 사과하셔야 된다"고 격앙되게 되받았다.

김용민 의원은 그동안 '법무부가 검찰사무를 통할하기 때문에 검수완박 관련, 대검의 입장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쳐 온 초강경 의원으로 이날 김 총장이 국회 법사위에 나오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김 의원은 '그만하라'는 주위 의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김 총장을 계속 다그쳤고,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갔다. 이에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이 회의를 마치려고 하자, 김 총장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릴 기회를 주시겠습니까"라며 발언을 요구했다. 

김 총장은 "제가 성찰하고 반성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도, 검찰개혁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2019년 (법무부 차관으로서) 검찰개혁에 관여한 저로서는 오히려 드리고 싶은 말이 많다"며 "전체회의에서 기회를 준다면 검찰총장으로서 법사위원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겠다"고 김용민 의원 말에 맞받아치며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총장은 이어 "2020년 1월 13일 현재의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국회 본회의 통과될 때 행정부를 대표해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사람이 바로 저다"며 "저 역시 당시 검찰 개혁을 추진했던 (의원) 분들과 지금 상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발언을 마쳤다.

회의 종료 후 김 총장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을 찾아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했지만, 민주당 위원 대부분은 자리를 떠나 악수를 하지 못했다.

이날 법사위는 김 총장으로부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에 대한 검찰 측 의견을 듣고 이후 법안심사를 이어갈 예정이며, 여야 원내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만나 법안 관련한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김오수 "검찰수사 공정성·중립성 특별법 제정" "2019년 검찰개혁때 없앴던 수사지휘권 부활 논의"

김 총장이 말한 '검찰개혁에 대한 많은 이야기'의 일단을 오전에 언급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사표 반려 후 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수사 공정성, 중립성 대안'에 대해 여러가지 방안을 말했다. 

그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검찰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반성하고 성찰한다"며  "검찰수사의 공정성, 중립성 확보를 위한 특별법 같은 것을 국회에서 제장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 제정한 검찰개혁법 재논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정말로 수사,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라면 2019년에 수사, 기소 검찰개혁을 할 때 핵심 쟁점은 수사 지휘와 수사권을 어떻게 균형 있게 할 거냐 문제였는데 그때 수사지휘를 없애는 대신에 검찰의 수사권을 남겼다"며 "이제 다시 한 번 논의를 해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러면 수사 지휘는 부활하고 수사권은 없애는 것도 한번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 논의했던 연장선상에서 다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처럼 특별한 기구 위원회를 둬서 거기서 충분히 심도 있게 논의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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