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尹당선인, 정부조직개편 공약으로 '여가부 폐지' 할까

2022.03.15 21:16:05

윤석열 “역사적 소명 다하지 않았나…효과적 정부조직 구성해야”
박원순 피해자, 폐지 입장 “꼭 정부조직에 ‘여성’ 이름의 부처 있어야 하나”
민주당 여성위 “젠더갈등에 대응할 성평등 정책 강화해야”
윤호중 “여성 불평등 해소는 헌법적 가치 수호하는 과제”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회 새 정부부처 조직 개편의 핵심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구체적 권리구제를 위한 효과적인 정부조직을 구상해야 한다며 폐지를 핵심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존치가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1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언론 기고를 통해 여성가족부가 꼭 있어야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여가부 폐지’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집권 초 여야가 통상적으로 허니문 기간을 갖는 데다, 양쪽 모두 ‘국민통합’을 외치고 있고 6월 지방선거까지 앞둔 상황이라 극단 대치로 치닫기 전 서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석열 “개별적‧구체적 불공정‧범죄에 확실히 대응해야”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여성가족부에 대해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불공정, 인권침해 (해소와) 권리구제를 위해 효과적인 정부조직을 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저는 원칙을 세웠다. 여성과 남성이라고 하는 집합적 구분, 그 집합에 대한 대등한 대우라는 방식으로는 여성이나 남성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겪게 되는 범죄 내지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지금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남녀의 집합적인 성별 차별이 심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여가부를 만들었고, 그동안 법제 등을 통해 역할을 해 왔다”며 “지금부터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불공정 사례나 범죄적 사안에 대해 더 확실하게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꼭 정부조직에 ‘여성’ 이름 가진 부처 있어야 하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중앙일보> 기고문을 통해 정부 조직에 ‘여성가족부’가 꼭 있어야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며, 지난 5년 여가부가 있었을 때에도 피해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2차 가해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금 여성가족부 존폐를 놓고 시끄럽다. 없애냐 마느냐 하는 표피적 문제보다 난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라며 “꼭 정부 조직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가 있어야만 권리를 보장받는 형식적인 양성평등만이 필요한 것이냐는 물음 말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난 이보다는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바란다고 답하고 싶다”며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여가부가 굳건히 존재했던 지난 5년의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모두가 기억하듯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권력자들의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피해자라 부르지조차 않았다. 민주당은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 문 정부의 여가부 장관은 ‘국민의 성인지 집단학습 기회’라고 말했다”라고 회고했다.

김씨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격한 국민의 분노가 차오르고, 야당은 이를 반영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을 내놓았다”라며 “지난 5년 동안 너무도 명백한 잘못을 하고도 제대로 바로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더니 폐지 공약이 나오고 나서야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고, 혐오적인 선동’이라고 여가부 안팎, 여성계가 흥분한다. 그리고 적잖은 2030 여성들이 여기에 동조한다”라고 했다.

이어 “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의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대선 한 표도 그런 기준으로 던졌다. 절박한 심정이었다”라며 “선거가 끝나고 권력이 바뀌었다. 차기 정부에서는 지난 민주당 정부와는 달리 2차 피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제18조에선 국가와 지자체의 2차 피해 방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직접 겪어보니 구체적인 보호 내용과 절차 등이 미흡하다”라며 “특히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사람의 2차 가해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막아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소모적 싸움을 피해자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로 규정한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라는 교육 영상을 배포해 논란을 일으켰다”라며 “새 정부는 이런 식의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대신 ‘위계’와 ‘모호한 공사 구분’이 잠재적 가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관련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권력은 언제나 견제와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또 위계에 눌려 당연하다고 여긴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여야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헌법정신을 강조하는 차기 정부가 여성의 권익 보호에 대한 국가 의무를 명시한 헌법과 새 정부의 약속인 공정과 상식, 그리고 평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구현해 나갈지 궁금하다”면서 “자유와 평등, 그리고 공정과 상식의 그 날을 기대한다”라고 했다.

안철수 “‘여가부 폐지’ 공약 폐기? 아니다. 여러 정책 중 尹이 선택할 것”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여러 선택지들 중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의 폐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폐기는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가능한 정책적 방향에 대해 보고를 드리고 그중에서 윤 당선자께서 선택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방향을 보고한 뒤 윤 당선인이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여러 가지 발표한 공약 중에서 가능한 해법들 찾아보고, 몇 가지 선택지들에 대해 준비한 다음 당선자의 의사에 따라 거기에 대한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인수위 없이 하다 보니 공약을 거의 다 국가 주요정책으로 그대로 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많이 나왔다”며 “문 정부의 여러 가지 실수가 거기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기자간담회 후 개인적인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저는 전체적인 전문가들을 모아서 결과를 분석하고, 거기에 따라서 결과를 도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원희룡 “민주당의 ‘반여성’ 프레임에 놀아나지 않을 것”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여가부 폐지로 한부모가정·성폭력 피해자 등에 대한 지원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원 위원장은 "전부 괴담"이라며 "구체적 혜택을 받고 그 정책의 대상이 되는 국민이 있는데 그걸(기능을) 어떻게 없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진행되던 혜택은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청·소년노인부’로 복지부 업무를 둘로 쪼개는 독일식 모델도 있다”고 언급했다.

원 위원장은 “정부조직법이나 여가부를 갖고 광화문에 벽을 쌓게끔 만들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정권을 아슬아슬하게 뺏긴 입장에서는 그렇게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우리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의 ‘반(反)여성, 여성을 버렸다’ 이런 프레임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원 위원장은 “(여가부의) 정신과 구체적인 일에 대해서는 존중할 것”이라면서 “대신 그 동안의 여가부가 남녀갈등, 갈라치기, 전투적 페미니즘으로 존재 이유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런 의미에서 역사적 역할은 이제는 끝났다”고 했다.

민주당 “국민통합 위해 여가부 존치 검토하라”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 브레이크를 걸며 "국민통합을 위해 여성가족부 존치부터 적극 검토하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민주당 여성위원회는 15일 성명을 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하고, 성평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여성위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 선택은 윤 당선인이 내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정부조직법 개편이 아닌, 젠더 갈등에 대응할 성평등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며 "더 나은 여성가족부를 만들기 위해 명칭 변경 및 기능 조정이 필요하고 그 지향점은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평등 정책의 필요성은 윤 후보 당선 직후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며 "인터넷 포털과 여성 커뮤니티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절박하다. 여성가족부 폐지로 저소득 청소년 대상 생리대 지급이 중단될까봐 우려하고, 여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중단될까봐 불안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0.73% 초박빙 승리는 혐오와 갈라치기를 중단하라는 국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이자, 강력한 심판"이라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해온 윤 당선인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더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상한다고 해도 통합과 협치가 실현될 것이라 믿을 국민은 없다"고 했다.

윤호중 “여성 불평등 해소는 헌법적 가치 수호하는 과제”

14일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현충원 참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인수위에 여성 분과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두고 “여성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문제는 여전히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부처) 명칭을 변경할 수는 있다”라면서도 “전면 폐지나 부처 통·폐합 등 고유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했으며, 이재명 캠프에서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여성가족부가 이름 때문에 그동안 여성을 위한 부서로만 보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성평등가족부 등의 명칭으로 변경할 수는 있어 보인다”라며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 이슈를 완화하고 개선해 나가는 부서는 분명히 필요하다”라고 했다.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이날 민주당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최근 여가부 폐지를 시도하고 인수위에 여성 할당을 배려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건 국정 운영의 기본을 저버린 형태”라며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우리 사회의 균형을 잡고 뿌리 깊은 차별을 철폐해 국민을 통합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채이배 “구조적 성차별 존재…(그러나) 타협 만들어갈 수도”

한편 비상대책위원을 맡은 채이배 전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채 위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양성평등위원회 같은 것을 새로 만든다면 여가부 폐지는 수용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 정도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 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성평등이 추진돼야 하고 그런 기능을 하는 정부 부처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면서 “부처의 이름이나 이런 것들에는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자도 계속 폐지를 말하지만 기존 여가부의 모든 기능을 없앤다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정부조직법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존 여가부 내 성평등 관련 업무·기능은 부처가 변경되더라도 정부 부처 내에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새 정부 및 국민의힘과 대화, 설득을 통해 타협점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서 “민주당은 구조적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고 그걸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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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602@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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