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기조 예고…김태효, '그랜드바겐' 구상 관여·정치댓글 혐의 재판중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외교안보 분과에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2차관과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등 이명박(MB) 정부 인사들이 전면 배치돼 눈길을 끈다.
15일 외교가에서는 이런 인선을 두고 이명박 정부가 구사했던 한미동맹 중시 및 원칙주의적 대북 기조의 부활을 예고한 것으로 분석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종전선언 등 대북 체제안전 보장 조치를 적극적으로 모색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180도 다른 정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외교안보 분과 간사를 맡은 김성한 전 차관은 국제정치학자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외교안보정책 자문을 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2월에는 외교통상부 2차관으로 발탁되면서 직접 정부에도 합류해 다자외교를 총괄했다.
인수위는 설명자료에서 김 전 차관이 "평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당선인의 한미동맹 재건 및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등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역량을 다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실세'로 불렸던 김태효 전 기획관의 귀환은 특히 눈길을 끈다.
성균관대 교수인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대외전략비서관에 임명됐고 이후 수석급인 기획관으로 승진했다.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처리'를 주도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때까지 4년 4개월여간 청와대에 재직했다.
당시 사실상 모든 외교안보 정책이 그의 손을 거친다고 할 정도로 높은 영향력을 보였었다. 북한이 2011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남측의 제의로 했다고 폭로하면서 접촉 당사자로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북한이 비가역적 핵 폐기 조치에 나서면 국제사회의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약속을 제공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구상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북 보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성실하게 핵 폐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구상이다.
김 전 기획관은 대외전략비서관 시절인 2009년 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북핵) '그랜드 바겐'에 나오기 위해서는 핵 폐기에 대한 결심만은 서 있어야 된다"며 "그렇지 않고 핵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을 숨겨놓고 그랜드 바겐에서 국제사회에서 얻을 것만 논의하는 것은 불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김 전 기획관의 역할이 주목된다.
인수위는 설명자료에서 김 전 기획관은 "강한 군대를 통한 튼튼한 안보와 한미동맹 복원, 대북정책 개선을 우선하고, 국익을 무엇보다 앞세워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선인의 상호주의와 실사구시 원칙에 입각한 남북문제 해결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논의를 진행해 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설명 등으로 미뤄 북한에 확실한 핵 폐기 의지를 요구하는 기조는 오는 5월 출범할 새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들 인사가 한미동맹 격상·확대 및 한미일 3자 간 안보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는 점도 새 정부의 외교 기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만, 김 전 기획관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한편 군 출신으로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위원으로 합류한 이종섭 예비역 육군 중장(육사 40기)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으로 한미안보협의회(SCM) 등 한미동맹 관련 주요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중장으로 승진해 군단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합동참모회의 2인자인 합참 차장을 지냈다.
인수위는 설명자료에서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능력 확충과 확고한 한미동맹을 위한 한미연합훈련 강화, 사드 추가 배치 등을 비롯해 4차산업 연계를 통한 우리 군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등 윤 당선인이 목표로 하는 튼튼한 안보 공약이 조기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 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원은 아니지만, 경호처장에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예비역 육군 중장(육사 38기)도 매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일찌감치 국민의힘에 합류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 '인공지능(AI) 과학기술 강군 건설'이나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을 윤 당선인이 핵심 국방공약으로 내세우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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