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실패가 곧 전쟁 불러와…대통령만 잘 뽑자"
"표현력 부족했던 탓" 해명했지만 파장만 커져
윤석열 "국제적 망신이자 국격을 떨어트리는 일"
이준석 "일본의 조선 침략 정당화와 다를 게 뭔가"
진중권 "표에 눈 멀어…당신도 인간이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고양의 수도권 서북부 경제 중심지 도약을 위해!' 고양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고양의 수도권 서북부 경제 중심지 도약을 위해!' 고양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권새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볼로디미르 질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폄훼 논란에 휩싸였다. 대선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초보 정치인'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 자국에서 항전하고 있는 질렌스키 대통령을 소환한 것이다. 

앞서 이 후보는 25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TV토론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 "6개월 초보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돼서 나토(NATO)가 가입해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러시아가 주권과 영토를 침범한 행위는 강력하게 규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외교의 실패가 곧 전쟁을 불러온다는 아주 극명한 사례"라고 했다.

이 후보는 26일 유세에도 유사한 발언을 했다. 그는 경기 파주 유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도자만 무지하지 않으면 그런 걱정을 전혀 안 해도 된다"며 "국가 지도자가 일부러 전쟁으로 몰아가지 않는 한 전쟁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만 잘 뽑자"고 했었다.

김포 유세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10대 경제강국이고 군사력은 세계 6위다. 북한 전체 국민총생산이 우리 국방비만큼도 안 된다. 또 세계최강 미군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다"면서 "지도자만 문제 없으면 걱정할 게 없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르라이나 침공을 규탄한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코미디언 출신으로 정치 시트콤에 출연해 전국민적 인기를 바탕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보 정치인'으로 지칭하며 전쟁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여겨진다. 

이에 정치 경험이 8개월 가량에 불과한 윤 후보를 '초보 정치인'으로 말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국민들의 비극을 가져다 쓴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전쟁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런 논리라면 일본의 조선 침략도 합리화가 가능하다", "끝까지 자국에 남아 싸우겠다는 최고 지도자를 폄훼하는 건 아니다", "도대체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져야 이런 발언이 나오나", "부끄럽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특히 현재 자국에 머물며 항전하고 있는 질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세계적인 찬사와 응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이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공유,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본의와 다르다" 해명했지만 명확한 사과 없어

논란이 확산되자 이 후보는 26일 "본의와 다르다"고 해명했다.이 후보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 토론 발언을 두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저는 어느 대선 후보보다 먼저 명료하게 러시아 침공을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을 밝혀 왔다"고 했다.

이어 "TV토론 전문을 보셨다면 제가 해당 발언 직후에 러시아의 침공을 분명하게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의 불안한 외교·안보관을 지적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며 "그러나 제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자신들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지켜 나가려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의 입장과 노력을 전폭 지지한다"며 "러시아의 침략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명확한 사과나 유감 표현은 없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윤석열 페이스북 캡처>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윤석열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굉장히 심각한 2차 가해"…윤석열, 대신 사과

이 후보의 발언과 관련, 국민의힘은 "이런 안보관 가지고는 절대로 경제를 번영시킬 수가 없는 것"이라며 이 후보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윤 후보는 26일 서울 마포구 유세에서 "이 후보가 제가 정치한 지 8개월 된걸 빗대 6개월 된 정치인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보자라고 하며 러시아를 함부로 건드려 전쟁 겪게 됐다고 했다"며 "외국 지도자를 대한민국 선거판으로 호출해 모욕주는 사람이 외교안보를 제대로 하겠나"라고 힐난했다.

또 "국제적 망신이자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 "불행한 일을 겪은 다른 나라를 위로하기는커녕,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지한 72%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조,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우크라이나 국민께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에 줄서지 않고 나토에 가입하려 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고 러시아 침략을 정당화하는 생각"이라며 "일본에 줄서지 않은 조선왕실때문에 일제 강점기가 왔고 일본 침략은 정당화되는 이야기와 다를 것이 뭔가"라고 따져물었다. 

이어 "이 후보는 타임머신을 타고 구한말로 가면 일본의 침략원인을 고종과 조선의 무능이라고 칭하면서 의병으로, 독립군으로 싸우는 우리 조상들을 훈계할 생각인가"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경상권을 따라 가며 유세를 벌이는 '열정열차'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가 봐도 러시아의 무력침공은 비난받고 정당화될수 없는데 그에 대해 국내 문제로 치환한다고 해도 '때릴만 하니까 맞았다?' 이런건 굉장히 심각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러시아가 아닌 침공당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자초했다는 이재명 후보의 인식이 충격적"이라며 "역사의 바른 편에 설 생각이 없는 정치인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표에 눈 먼 당신, 참 나쁜 사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 후보를 향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27일 이 후보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을 통해 "당신은 참 나쁜 사람"이라며 "지금은 감정이 격해서 입에 심한 말이 나올 것 같아 이 정도로 해 둔다. 감정이 가라앉으면 되도록 차분하게 글을 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포격에 깨진 창의 유리를 치우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는 여인의 모습, 소집돼 떠나는 아빠가 울면서 어린 딸의 뺨에 뽀뽀를 하는 모습, 사랑하는 연인을 전쟁터로 보내며 마지막 포옹을 하는 소녀들의 모습…"이라며 외신을 통해 보도된 우크라이나의 안타까운 참상을 언급했다. 이어 "전 세계인이 다 보는데 표에 눈이 먼 당신만 못 보는 장면"이라며 "당신도 인간이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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