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관련 무혐의…연임 가능성 ↑
제동 거는 노조 “도의적 책임 여전”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NH투자증권(이하 NH증권)이 차기 사장 자리를 결정하는 절차를 시작한 가운데, 최근 ‘옵티머스 사태’ 리스크를 극복한 정영채 사장이 3연임에 성공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정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노조와의 갈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NH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NH증권은 임원추천후보위원회(이하 임추위) 첫 회의를 열고 차기 사장 후보 선출을 위한 일정 등을 논의했다. 임추위는 내달 차기 사장 최종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차기 사장은 오는 3월 23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업계는 정 사장의 3연임 여부에 주목한다. 최대 변수로 지목되던 옵티머스 사태 관련 사법 리스크가 최근 해소됐기 때문이다. 

옵티머스 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사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 매출채권을 내세워 일반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실상은 부실기업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모두 4000억원대 피해를 낸 사건이다. NH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전체 판매액의 43%인 약 6500억원을 팔았으며 정 사장은 사태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달 20일 정 사장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을 밝혔다. <사진=정 사장 페이스북 캡쳐>
▲ 지난달 20일 정 사장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을 밝혔다. <사진=정 사장 페이스북 캡쳐>

지난달 20일 정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지검에서 옵티머스 관련 사기, 배임 고발에 대한 무혐의 처분 통보를 받았다”며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폰지성 사기운용 사건으로 거의 1년 반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수탁은행, 사무수탁관리회사, 감독당국과는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며 “옵티머스에 대하여는 투자자들한테 죄송하지만 그 나머지는 할말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는 실적만 놓고 봤을 때 정 사장의 연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NH증권은 2018년 정 사장 취임 첫해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고, 2019년과 2020년에도 5754억원과 576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옵티머스 사태 피해자들의 수익증권을 회사가 되사들이는 형태로 100% 원금반환 처리해 고객 민원을 크게 해소한 점도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임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사법적인 리스크가 해소됐다 하더라도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앞서 옵티머스 사태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검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만큼 그의 징계가 경감될 여지는 있지만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아직 남은 상황이다.

노조와의 갈등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NH투자증권지부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옵티머스 사태에 책임은 지지 않고 연임만 욕심내는 사장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정 사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이창욱 NH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진행중인 사안과 별개로 (정 사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하는 게 올바른 모습”이라며 “정 사장에게 높은 연봉과 사내 인사·평가·경영권을 주는 이유는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책임을 지라는 건데, 무혐의라는 이유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뻔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사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옵티머스 상품을 심사했던 부서장을 승진시켰다”며 “(옵티머스 사태를 통해)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사회적 물의를 빚었으면 책임져야 하는데 이런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 내부에서 정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 사장의 4년간 경영에 대한 평가와 연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400명 중 67%가 연임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직원들이 왜 실망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책임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NH증권 관계자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노조는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과정에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며 “회사도 정 사장도 옵티머스 사태를 봉합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심사 당시 상품위원회 부서장이 승진한 것이 맞냐는 질문에는 “승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노조 측의 설문조사에 대해서는 “비노조원 1200명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가 전체 임직원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며 “연임을 반대하는 직원 수는 900명 남짓인데 이는 전체 임직원의 30%에 불과해 유의미한 수치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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