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 최고 처벌시 8개월 영업정지
영업정지시 수주활동 전면 금지
그룹 내 매출액 70%는 HDC현산

[폴리뉴스 김상준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 재개발 구역 철거 현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광주 동구청은 앞서 지난해 9월 서울시와 영등포구에 철거 공사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 업체인 한솔기업을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위반으로 행정 처분해 달라고 각각 요청했다.

현재 학동 재개발 참사 관련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최대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최종 행정처분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광주 학동 참사와 관련해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2일 현대산업개발에 건산법 위반에 대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계획과 청문 일정을 통지하고 이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청문일은 다음달 17일로 잡혔다.

광주 학동참사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도로변으로 무너져 사고 현장을 지나던 버스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하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다. 

이 사고로 현재 현장 공사 담당 업체와 책임자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동구청은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건산법상의 '고의나 중대 과실 따른 부실공사'와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 조항을 들어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법상 최고 처벌시 8개월 영업정지…서울시 "청문 절차 등 거쳐 징계 수위 확정"

현재 부실시공 관련 조사 권한은 국토부에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은 등록 관청인 지자체에 위임돼 있다. 광주 동구청이 현산에 대해 행정처분을 요청한 규정은 건산법 제82조 2항 5호 시행령에 근거한 것이다.

건산법과 시행령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함으로써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켜 건설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최장 1년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동 철거 사고는 건설 근로자가 아닌 버스 승객이 사망했고, 중대 과실과 부실 시공이 입증돼도 '일반 공중에 인명 피해를 끼친 경우'에 속해 사고를 낸 기업에 내릴 수 있는 영업정지 기간이 최장 8개월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책임 규명에 따라 관련 법상 최장 8개월의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동구청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건산법 제82조 2항 6호의 '하수급인(하도급인) 관리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는 현대산업개발의 반박 등 의견을 접수하고,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청문 절차를 마친 뒤 법리 검토 등을 거쳐 최종 처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시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현재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최고 수위의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단 광주 재개발 사고의 경우 직접적으로는 철거 하도급업체가 낸 것으로, 현대산업개발로부터 1차 하도급을 받은 뒤 광주 지역업체(백솔기업)에 불법 재하도급을 준 한솔기업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한솔기업의 등록 관청인 영등포구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결과를 보고 수위를 정하겠다며 한솔기업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보하고 있다. 처벌 기준이 되는 '부실 시공'에 대해서도 여러 쟁점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철거'를 '시공'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데다 현대산업개발의 철거 하도급 업체가 또다시 불법 재하도급을 준 경우여서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의 관리 부실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의 해명과 법리 검토 결과 등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며, 최종 확정까지 수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측의 의견을 받아보고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영업정지 기간 등 징계 수위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산, 영업정지시 수주활동 전면 금지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주활동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광주 재개발 철거사고로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정부 공공공사 참여와 민간사업 수주 활동도 전면금지되기 때문이다. 이번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는 학동 참사와 달리 현대산업개발의 시공 및 관리 부실 책임이 보다 명확한 사고여서 학동보다 더한 중징계가 내려질 공산이 크다.

만약 학동 참사로 최고 처벌인 8개월의 영업정지가 내려지고,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로 1년의 영업정지를 받게 될 경우 현대산업개발은 1년8개월 동안 신규 사업 수주가 중단된다. 올해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현재 건산법상 최고 수위의 처벌인 '등록말소'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지난 17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대산업개발 징계 수위에 대해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페널티(처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등록말소까지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 1년이면 당장 신규 수주가 중단되고 기업 신뢰도에 대한 타격으로 인해 대형 건설사도 버티기 힘든 수준인데 1년8개월의 영업정지면 사실상 퇴출 수준에 가깝다고 보여진다"며 "이는 등록말소에 준하는 중징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 HDC현대산업개발, 그룹 매출액 70% 차지

징계는 HDC그룹 전체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의 매출(3조65000억원)이 HDC그룹의 전체 매출액(5조2000억원)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단 징계가 확정된 후 현대산업개발이 처벌 수위에 반발해 소송전으로 갈 경우 행정처분 집행은 장기화될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영업정지 기간 등 징계 수위를 낮추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은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라도 앞선 사고들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서울시는 국내 10대 건설사 중 하나인 현대산업개발이 쓰러질 경우 공사 중인 아파트 입주 예정자에 대한 피해와 협력업체의 줄도산 등이 우려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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