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자산관리·기업대출 성장에 '역점'
노조 "자격 미달..대추위에 후보 철회 촉구"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내정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내정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차기 KB국민은행장으로 내정된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이 '성과주의 문화'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디지털 등 신성장 동력을 주안점으로 꼽았다.

2일 국민은행 본점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내정자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차기 은행장 내정자 후보로 선임된 것은 은행을 조금 더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계속 발전시키라는 사명감, 숙제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만 55세(1966년생)로 주요 시중은행장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젊다.

이 내정자는 "세대교체다, 젊은 행장이다 이야기가 나오는데 조직에서 저를 행장 내정자로 둔 것은 나이가 어려서는 아닌 것 같다. 정신적·업무적으로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임원들도 젊은 사람이 (차기 행장 후보로 내정)돼 고민 많은 분도 계실 텐데 프로야구에서도 MVP급 선수를 나이가 많다고 퇴장시키지 않고 교체하지 않는다"며 "능력에 따라 보임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문화를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디지털과 고령화, 금리인상 등 신성장 동력을 은행 경영의 관건으로 꼽았다. 그는 "(비대면화, 고령화에 따라) 이자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신성장 동력을 얼마나 미리 준비하고 프로세스화해 고객과 시장에 인정받느냐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고 했다.

경영현안에 대해서는 '이자이익보다는 다른 수익의 원천을 찾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내정자는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이 4~5%인데 가계대출 쪽에서 이익을 내는 건 한계가 있다"며 "현재 이자이익 85%, 비이자이익이 15%인데 고령화로 이자만 갖고 살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했다.

그는 "CIB와 자산관리, 글로벌 진출, 자본시장 투자, 디지털 등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 대해 "내년도 경영성과 차별화는 가계대출보다는 자산관리나 기업대출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단지 내년 뿐 아니라 긴 방향성에서도 조직의 자원을 적극 투입해 비용이 들어도 계속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 가계대출은 우량고객에 제한돼있고 신용등급 7등급 이하 고객에게는 한도가 열려있다"며 "신용평가모델을 정교화해 7~8등급이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금융플랫폼 경쟁에 대해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내정자는 "은행·증권·보험·카드·페이 등의 기능의 게이트웨이를 하나로 만든 뉴스타뱅킹을 오픈했다"며 "향후 3개월 이내에는 결코 핀테크 업체에 뒤지지 않는 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부족한 측면이 있어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당일 두번씩 체크하고, 고치고 있다"며 "담대한 목표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년에는 2000만명을 목표로 잡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상승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 내정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원리금 상환유예를 받는 고객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수익성이 좋아지는 부분과 건전성이 악화되는 부분, 자본시장에서의 손실을 상쇄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같은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차기 행장에는 ‘수직적 리더십’이 아닌 ‘수평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직원들마저 숫자로 대하는 이 후보가 차기 은행장이 된다면 영업 현장의 혼란과 반발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내정자가 "현장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하고, 영업그룹 부행장을 맡은 2년간 염려와 우려를 몸소 증명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영업부문을 총괄하면서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익성을 이유로 점포를 폐쇄해 고객 불편을 야기하고 직원들의 원치 않는 격지 발령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또 "효용성이 우려되는 ‘원스탑’을 고집해 영업점의 혼잡도 증가와 민원 폭증 등 혼란을 자초했다"며 "현장경험의 부재가 독선적인 경영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를 "소통이 잘 안되는 스타일"이라며 "노동자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 내정자는) 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 ‘원스탑’을 고집할 때에도 교육 등 업무역량을 키울 사전적 조치는 간과한 채 바로 (해당 업무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후보는 '자격 미달'이다. 후보 추천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윤종규 회장이 지속해서 재무 전문가를 중용하고 있는데, 최고경영자(CEO)가 재무를 몰라서는 안되겠지만, 재무만 알고 현장을 모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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