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총리 정세균 "특정 후보 지지 안 해"···호남표심 향방 '촉각'
이재명·이낙연, "정세균 정신, 민주당의 보배" 호남 표 구애
정세균 누적 득표 2만3731표, 무효냐 유효냐 신경전 치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빅3'로 불렸던 정세균 후보의 사퇴가 가져올 득실에 이재명·이낙연 두 캠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며 물밑 싸움을 치열히 전개하고 있다.

추석 이후 25·26일 이틀간 진행되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호남 총리' 정세균 후보가 지난 13일 사퇴하면서, 호남 경선판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또 정세균 후보의 투표수 처리를 두고 각 캠프 사이 이해관계도 맞물린 모양새다.

정세균 후보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족한 저를 오랫동안 성원해 주신 많은 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사퇴 배경은 앞서 강원에서 열린 1차 슈퍼위크에서 4위를 기록한 것이 결정타였다. 정 후보는 충청 경선까지만 해도 3위를 지켰지만 이번 1차 슈퍼위크 투표에서 4.03%를 얻는 데 그쳤다. 누적 득표율 역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11.35%)에게 뒤진 4.27%를 기록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인해 정계에 입문한 정세균 후보는 6선 국회의원을 거치며 당 대표, 국회의장, 총리 등을 역임했다. 기업인 출신으로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 구호를 앞세워 대선에 도전했지만 결국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세균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나는 민주당을 지지한다"라며 특정 주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정세균 캠프 정무 조정위원장 김민석 의원도 14일 YTN 라디오에서 "우리 캠프에 있던 현역 의원들은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거들었다. 

이에 각 캠프는 표정 관리 속에 정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이 경선에 가져올 영향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14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 출신 정세균 후보가 사퇴했다 해서 우리가 유리하다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그 표와 조직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라며 말을 삼갔다.

◇ 이재명·이낙연 "정세균 정신 받들어야" "민주당의 보배 같은 원로" 한목소리···정세균 호남 표 구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열린 '광주-전남 지역공약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열린 '광주-전남 지역공약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각 캠프는 22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연휴 직후 25, 26일 열리는 호남 경선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호남은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20만3000여 명의 선거인단이 있다. 이에 추석 민심이 수렴된 호남 경선 표심은 10월 3일 2차 슈퍼위크와 수도권 경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후보는 14일 광주 전남 맞춤형 공약을 발표하며 표심 공략의 시동을 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정 후보 사퇴에 대해 "민주당의 보배 같은 원로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사퇴하시지만 정권 재창출과 민주당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향도 역할을 하실 어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에서도 과반 득표를 해 결선투표 없이 대선에 직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재명 캠프는 소속 현역 의원들이 일제히 호남 각 지역으로 향할 계획을 세웠다.

이낙연 후보는 1차 슈퍼위크를 거치며 30%의 득표율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기세를 몰아 15일 전북, 16일 광주를 찾는다. 자신의 고향이자 텃밭인 호남 지역 경선에서는 무조건 1위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정 후보 사퇴 당일 이 후보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어른이시며, 합리적이고 유능한 개혁주의자"라며 "민주당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빚을 지고 있다. 정세균 정신의 실천은 저희의 몫"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른 주자들도 호남행에 가세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광주에서 지역 공약을 발표했고, 김두관 의원도 이날 전북을 찾아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면담을 했다.

◇ 이낙연, 안방 '호남 총공세' vs 이재명 '호남 40% 방어'···정세균 투표수 변수 될까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대전·충남, 세종·충북, 대구·경북, 강원,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를 진행하는 동안 정세균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총 4.27%(2만3731표)로 미미했다. 하지만 이재명·이낙연 후보 모두 정 후보의 지지층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 투표수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총 득표율 50%를 넘겨 과반으로 대선 본선에 직행하고 싶은 이재명 후보의 현재 누적 득표율은 51.41%(28만5856표)다. 호남, 2차 선거인단 경선 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50%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과반에는 성공했지만 50%를 조금 넘는 '턱걸이 과반'으로 본선 직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가운데 이재명 후보 측은 호남에서 '40% 중반'만 확보하면 본선 직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4일 온라인 줌(Zoom)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호남은) 이낙연 후보의 연고지이고 지지율도 이 후보가 높게 나온다. 전혀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 특히 호남에선 과반 (득표)하는 게 쉽지 않겠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격이 시급한 이낙연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낙연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31.08%(17만2790표)다. 경선 초반보다 격차를 많이 좁혔다고는 하지만, 이재명 후보와 아직도 20.33%포인트(p) 차이가 난다.

특히 충청, 대구·경북, 강원 등과 달리 호남은 정 후보 표심이 다른 지역보다 강한 곳이다. 

문제는 정 후보의 득표를 누적 투표수에서 제외할지 여부다. 만일 무효표를 총투표수에서 제외하고 유효 득표율을 산정할 경우 남은 후보들의 득표율에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 후보의 득표를 총투표수에서 제외할 경우 현재까지의 누적 투표수는 53만2257표로 조정된다.

이 경우 현재까지 1위를 기록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28만5856표)의 득표율은 기존 51.41%->53.70%로, 2위인 이낙연 전 대표(17만21790표)는 31.08%->32.46%로 상향된다.

다만 2만3731표가 분모에서 사라져 남은 후보 모두 득표율이 올라가지만 백분율 특성상 득표가 많은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상승 폭이 가장 크다. 무엇보다 득표율 50%의 여유가 기존 1.41%포인트에서 3.70%포인트로 커지게 된다.

이낙연 후보 관계자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식적인 차원에서 투표수가 반영되길 바란다"며 "투표를 한 유권자가 분모에서 왜 빠지냐. 지지 후보가 사퇴했다 해서 나의 선거인단 권리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 않냐"고 주장했다.

이재명 캠프 측은 규정과 관례에 따라 당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의 20대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특별당규는 59조에서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준호 민주당 선관위 대변인은 "정세균 후보가 받은 표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 현재 관련 조항과 사례 및 정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았다"며 "의견이 오면 전체회의에서 논의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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