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22 대선, 역사관으로 맞붙은 이재명-윤석열... 보수-진보 총결집 예고

2021.07.05 14:08:23

윤석열 대권 선언 이후 첫 정치 공방
李 "색깔 공세" vs 尹 "셀프 왜곡"
출렁이는 윤 전 총장 지지율... 반전 카드 모색하나
지원 사격 나선 여야... 총공세 
이념 논쟁 되풀이...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보수·진보 각 진영 결집하는 계기 될 것"


[폴리뉴스 홍수현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역사관을 두고 맞붙었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후 첫 정치 행보다. 두 사람은 현재 각종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 지사는 4일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국정이라는 것이 20~30권 전문 서적으로 공부하는 사법고시와 달리 영역과 분량이 방대하여 공부할 것이 참으로 많다. 열심히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윤 전 총장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자 즉각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어 윤 전 총장이 해방 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한 후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구태 색깔 공세라니 참 아쉽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지사는 "미군 포고령에도 '점령군'임이 명시돼 있고, 윤 전 총장이 숭상할 이승만 전 대통령,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점령군'이란 표현을 공식 사용했을 뿐 아니라, 일본의 점령군임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미군 역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철수했다가 6·25 전쟁 때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지금까지 주둔하는 것"이라며 "같은 미군이라도 시기에 따라 점령군과 주둔군으로서 법적 지위가 다르고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은 법학개론만 배워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친일 세력이 미 군정과 합작했단 발언에 관해서도 "독립을 방해하고 독립운동을 탄압하며 일제에 부역한 세력이 새로 출발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 일부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남아 사회통합을 방해하고 자주독립국가의 면모를 훼손하는 것이 현실이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할 국민의힘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윤석열 "'점령군' 발언 용납 못 해"

윤 전 총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 세력의 차기 유력 후보인 이재명 지사도 이어받았다"면서 "셀프 역사 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며 "그들은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냐"고 비판을 퍼부었다.

윤 전 총장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단편만을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은 국민들의 성취에 기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며 "권위주의 정권을 청산하고 민주화를 달성한 국민들과 뒤섞여 '더 열심히 싸운 민주투사'로 둔갑했다"고 비꼬았다. 이어 "대한민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념에 취해 국민의식을 갈라치고 고통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재명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념에 편향된 역사관에 빠져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훼손하지 않겠다"며 "상식을 파괴하는 세력이 더 이상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 흔들리는 尹 지지율... 반전 카드 모색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장모 최모 씨 구속 등 '처가 리스크'로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 지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통해 국면 반전 모색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윤 전 총장의 대권 선언 이후 이동훈 전 대변인의 금품 수수 의혹 보도가 쏟아지고 장모가 구속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오차범위 밖에서 1위를 달리던 지지율이 하락하고 이 지사가 상승세를 타는 등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는 전국 만 18살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 지사는 44.7%의 지지를 얻어 윤 전 총장(36.7%)을 8%포인트 앞섰다고 밝혔다. 

리얼미터가 매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결과를 봤을 때, 지난달 21일~22일까지 실시한 6월 4주 차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32.2%의 지지율을 얻으며 이재명 지사(22.8%)에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고, 지난 3월 조사 이후 5회 연속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지사의 역전세가 시작된 것이다. (위 조사 결과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지원 사격 나선 여야... 총공세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이 지사가 세우겠다는 '새로운 나라는' 반미·반일의 나라인가"라며 이 지사를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한민국을 친일세력과 미 점령군이 만든 지배체제로 더럽혀진 나라로 이야기한 것은 이 지사 본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은 페이스북에 "이승만의 건국, 박정희의 산업화를 통째로 부정하는 대한민국 정통성 훼손"이라며 이 지사의 역사관을 문제 삼았고, 신원식 의원(비례대표)은 "80년대 운동권 수준의 유치하고 자기 학대적인 저질 역사관"이라며 이 지사를 몰아붙였다.

여당도 반격에 나섰다. 

김남국 의원(경기 안산시단원구을)도 페이스북을 통해 "논리의 비약을 이용한 마타도어식 구태 정치가 윤석열의 정치인가"라며 "이재명 지사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미군이 '점령군'이냐 하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점령한 미군이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미 군정 하에서 항일독립운동가들이 주축이 된 건국준비위원회는 해산당한 반면 친일 관료들은 요직에 올랐다. 미 군정은 그들의 재산까지 보존하며 다시 득세할 수 있게 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일에 발언이 있었고 야당의 다른 유력 정치인들은 이미 2일에 비판을 쏟아 냈는데 이틀이나 지나서 뜬금없이 같은 내용의 비판을 해서 당황스럽다"며 "보좌진에서 써준 조언대로 행동하거나 써준 글을 그대로 포스팅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독설을 날렸다. 

 ◆ 선거 때면 나오는 이념 논쟁 되풀이되나... 전문가 입장은 

여야의 정치 공방을 두고 일각에서는 두 주자가 대선 초입부터 해묵은 이념 논쟁을 쟁점화시키는 게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전 한국학중앙연구원장)는 5일 한겨레에 "1945년 9월 미국이 들어와서 진주할 때 공식 용어가 점령군이다. 이 지사 발언이 논리적으로나 학술적으로 잘못된 발언은 없다"며 "(윤 전 총장 등이) 점령군이라는 용어를 어딜 침략해서 강제 점령한다는 뉘앙스를 붙여 공격하는데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친일 세력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주도했다는 이 지사의 발언은 1980년대 대학가에서 유행한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같은 철 지난 민중사관의 답습이라는 게 역사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윤 전 총장 등의 미 점령군 반박도 해방 공간과 6·25 이후의 미군을 혼용해 논점에서 비켜났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같은 날 중앙일보에 "좌우 이념 대결의 토대를 이루는 것이 역사관이기에 대한민국 건국을 둘러싼 두 진영의 공방은 쉽게 물러날 수 없다"며 "여야 지지율 1위 후보가 직접 나섰기에 역사논쟁은 전면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이번 공방을 두고 5일 기자와 만나 "어느 한쪽 지지율에만 뚜렷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 같다.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세력이 집결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중도층'이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가 좀 더 빨라질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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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현 hong06@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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