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4.15총선 부산 총평 키워드 ... 野分五裂 與釜之利 야분오열 여부지리
野分五裂(야분오열)...미래통합당은 리더십부재, 지역주의, 계파싸움, 제 밥그릇챙기기로 사분오열
與釜之利(여부지리)...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팬데믹 어부지리(漁夫之利)임에도 3석 몰패(沒敗)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문법은 옛말, "진보는 부패로 망하고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

사진=지율
▲ 사진=지율

 

미래통합당 야분오열野分五裂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대한민국 정치판에 '명언'처럼 떠돌던 말이다. 21대 총선이 끝나고 이 명언은 마구 뒤섞여 경계가 희미하게 회자되는 것 같다.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모호하고 분열과 부패의 주체도 애매하다. 이리저리 혼잡하게 섞여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한 통속으로 돌아가는 아사리판으로 비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문법도 옛말인 듯싶다. "진보는 부패로 망하고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

 

1 리더십 부재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고 보면 훤히 보인다. 리더십 부재란 곧 '분열'의 다른 이름이다. 통합당의 분열은 현재진행형이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당권파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 새로운보수당, 미래통합당... 끝없이 이어지는 이 모두가 '분열의 이름'이요, 안철수 손학규 유승민... '분열의 아이콘'들이다. 

박근혜정부 탄핵으로 졸지에 적폐로 몰린 보수진영의 대명제는 보수의 자존심과 명예를 되살리는 것이고, 이를 위해 '통합'이나 '연합'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합쳐진 '미래통합당'에는 리더십이 없었다. 아니 무능하고 무기력한 리더십이었다.

"황교안 리더십의 정처없는 뻘짓..."

황 대표의 리더십은 처음엔 '산토끼 집토끼' 놀이 하느라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고, 중간엔 '선거법 개정안'에 부딪쳐 무능함과 무기력을 드러냈고, 막판엔 '영웅본색 공천'으로 제 밥그릇 챙기려고 좌충우돌 막말하다가 정계를 홀연 떠나게 됐다.  리더십의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는 패스트랙에 오른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막지 못하면서 정치력 부재를 아낌없이 보여줬다. 전국 배회 삭발 단식 투쟁을 밥먹듯 했지만 무능하다는 비판만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야권의 '정권심판'은 큰 힘을 발휘함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위한 비판'만 이어가다 뾰족한 이슈 하나 잡지 못하고, 아슬아슬 다가온 '앵그리투표' 반전의 기회 또한 놓쳐버렸다.

정치를 '타이밍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황교안 대표는 4·15총선 개표 시작 5시간 만에, 패색이 굳어지는 와중에 당 대표직을 던져버렸다. 기왕 당 대표를 던지려면 지난 1월 말, 2월 초쯤 보수 통합이 한창일 때 던졌어야 했다. 종로 지역구 출마를 던져버리고 비례대표로 홍준표, 유승민, 김태호, 오세훈 등의 인사들과 함께 지방순회공연, 전국 유세를 다녀야 했다. 당내 대선후보 지지도 1위인데 왜 종로에 목을 걸었을까? 이해 안되는 대목이다. 그때 황교안 선거캠프에는 국회경험도, 정치경험도 없는 전 총리실 출신 멤버들로 득실거렸다는 후문이다.

 

2 "헌집줄게 새집다오~"

선거 때 '인천 촌구석', '3040 세대는 무논리', '나이 들면 다 장애인', '세월호 텐트속' 등의 지역·세대 비하 발언 뿐만 아니라 실언 막말 등의 혐오 발언은 통합당의 역사와 전통처럼 돼버렸다.

정치인들이 막말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준비된 막말'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불러일으켜 투표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막말이 '반정치 선거전략'이란 것쯤은 정치인들에겐 상식이다. 21대 총선에서 양당의 초박빙 지역이 유독 많았는데, 막판에 통합당 막말 리스크가 터져나와 이들 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정치초보자들의 '무개념 막말'에 미래통합당의 공천 파동,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순번 재조정 등의 잡음에다, 황교안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실언까지 더해져 극심한 갈등과 분열양상을 보였다.  또 유권자들은 20대 총선 때의 '진박 공천', 김무성 전 대표의 소위 '옥새런(run)' 등의 공천 파동을 기억한다. '잘 된 공천(?)'으로 다 이겨놓은 선거를 참패로 이끌었던 트라우마다.

중앙에서 부는 바람은 지역으로 팬데믹됐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을 추진했지만, 공천과정에서 과거 극심했던 계파 갈등, 지역주의, 잠룡과 중진들의 탈당 감행 등의 사분오열 양상은 부산지역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여기에다 현역의원 물갈이 문제는 더욱 어려웠다. 역대 선거에서는 현역 교체 비율이 높은 당이 대체로 이겼는데, 지지율에서 열세이면서 가진 자원이 적은 야당으로서 성공적으로 현역들을 '물갈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살생부'가 나도는 가운데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TK의 절반 이상을, PK의 60% 가량을 고강도의 공천물갈이를 선포하며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전국 청년 여성 신인후보 12명 모두 험지 또는 사지(死地)로 몰아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이름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서거(逝去)시켰다. 부산 통합당에서 청년(민주당 당규에는 45세 이하가 청년에 속한다. 대한민국 청년의 폭은 아주 넓다.)이라 할 수 있는 신인을 눈을 닦고 헤아려보라. 그러나 어르신들의 '키즈'로 낙점받은 자들은 청년 여성과 무관하게 살아남았다.

즉 '인물교체'에서의 대패(大敗)다. 역대 총선에서 '인적쇄신'은 '승리 공식'처럼 여겨졌다. 새로운 피, 수혈, 물갈이, 세대교체, 인적쇄신...등등의 이름이 그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은 민주당보다 물갈이 측면에서 그 수가 더 많았다.

그런데 왜 대패란 말인가? 낭패(狼狽)였기 때문이다. 무늬만 수혈이고 속은 '맹탕'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젊은 청년 여성, 아주 좋은 양질의 물들을 모두 험지, 사지로 내몰아 몰사시켰다. 살아서 돌아온 '라이언 일병'은 한 분도 없다. 안타깝다. 다음에 이런 당에 인재가 모일까? 새 피 수혈스토리는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물갈이 때 사용한 물은 돌려막기용 물이고, 재활용한 물이고, 모두 어르신들에게 낙점받은 한물간 것들이었고 수구 기득권을 강화하는 1회용 인스턴트였다면 너무 심한 평일까. (역천, 김무성 의원이 자원해 광주 북구에 가겠다는데 막았다고 막천, 사천에 자해공천까지 나오는 마당에 이 정도야...)

3 미래통합당, "중앙무대 완패, 부산지역 압승" ... 과연 그럴까?"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부산 15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1만표 이상으로 넉넉하게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갑 미래통합당 하태경 후보는 7만8971표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유영민 후보 4만9633표보다 3만표 가까이 더 얻고, 사하을 미래통합당 조경태 후보가 5만9042표(58.79%)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이상호 후보 3만8944표보다 2만표 이상을, 금정구 미래통합당 백종헌 후보는 7만7048표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박무성 후보 5만7459표보다 2만표 가까이 더 얻어 당선됐다.

수영구 미래통합당 전봉민 후보가 5만7959표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강윤경 후보 4만2489표보다 1만5천표 이상 차이로, 서동구 미래통합당 안병길 후보가 6만3855표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후보 4만8094표보다 1만5천표 이상으로, 동래구 미래통합당 김희곤 후보는 8만1722표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박성현 후보 6만7430표보다 1만5천표 가까이 더 얻어 압승했다.

미래통합당 후보가 북구강서구·을, 부산진구·을 지역구에서 1만표 이상을, 남구·갑에서 1만표 가까이를 더 얻어 승리했다.

사하·갑, 북강서·갑, 남구·을 지역구 3곳에서 500표에서 1500표 차이의 박빙승부 외에는 모두 통합당이 넉넉하게 이겼다.

"그래서... 부산에서 미래통합당이 압승했다고...?"

"과연 그럴까?"

지난 20대 4·13총선 결과를 두고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패배'라고 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야(野) 3당만 합치더라도 167석으로 16년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재연됐다. 더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압승했고, '녹색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해 3당구도 '캐스팅보트'를 확보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총 65곳 가운데 17곳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밀려 충격의 참패를 당했다는 게 전반적 '총선 평가'였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여(새누리당), 2야(민주당+국민의당) 구도에서 새누리당의 패배는 당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였고, 전통적인 '지역구도 프레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투표율 대 득표율'이라는 새로운 안경으로 보면 새누리당 완패라는 20대 총선 결과를 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2040세대의 정치적 욕망의 분출"이라는 새로운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여기에서 '세대구도'가 주목받았다.

'세대구도'의 핵심은 '투표율 대 득표율'이라는 '타임테이블'이 해석의 기준이 된다. 당시 더민주당 또한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주고도 총선 제1당에 등극한 사실은 당대 정치문법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변(異變)이었다. 하지만 세대구도라는 새 안경으로 보면 PK에서 종전의 지역구도 완화, 서울과 수도권, 충청 북부권에서의 민주당 석권 및 그 이변을 낳은 것은 '2040세대의 강화된 정치적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위에서 시간은 흐르고 시대가 되고 역사가 됐다. 짧은 지면이라 추상적일 수밖에 없겠다. 부산의 '정치적 욕망' 또한 도도한 시간의 매트릭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해 부산을 떠난 젊은이들이 2만명이 넘는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되겠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두 떠나 노령화되고 고령화된 도시에서 민주당이 40%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지금의 40%가 다음 선거 때는 50%가, 60%가 될 지 누가 알겠는가?

하여 미래통합당 부산시당에서의 15개 지역에서의 압승이라는 4·15총선 성적표를 '타임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새로운 안경으로 다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1, 미래통합당에는 리더십이 없다. 리더십이 없으니 대중들이 흔들 깃발도 없다. 2, 미래통합당에는 사람이 없다. 그곳에 인재가 가면 죽거나 다치거나 사라지거나... 하여 당은 '해체'라는 좋은 이름으로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3, 미래통합당에는 비전이 없다. 당에 핵심 가치와 존재 이유가 없다면...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질 듯한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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