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반발하여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칠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지만, 곧 바로 사퇴를 결단한 것은 대선에 뛰어들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하여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여권에 끌려다니기 보다는, 이 기회에 자신이 주도하는 행보를 하겠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한달 후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곧 바로 대선정국이 시작되는 일정을 감안하여,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자마자 정치에 뛰어드는 모양새를 피해 휴지기를 가지려는 의중도 있었을 것이다. 사퇴선언문에 나온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말이나, 검찰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나온 "검찰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말들은 이미 그가 정치에 뛰어들 결심이 분명함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들이다. 그래서 이제는 윤석열이 대선에 뛰어들 것인가 하는 질문 보다는, 그가 뛰어든 대선판은 어떻게 요동칠 것인가라는 질문이 유용해 보인다. 보궐선거 이후 윤석열이 정치에 뛰어들어 대선 행보에 나설 경우 일단…
이른바 ‘학폭’의 가해자는 열 살 먹은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였다. 같은 반 옆자리 여자아이의 손등을 샤프연필로 찌른 것을 포함해 모두 3명을 괴롭혔다는 ‘혐의’였다. 학교 안에서 열린 학교폭력위원회는 가해 아이에게 반을 옮기고 피해 아이에게 사과문을 보낼 것을 결정했다.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던 주변의 수근거림에 아이의 어머니는 다니던 성당에마저 발을 끊었으며, 집에서 동네아이들을 가르치던 과외교습을 그만 뒀다. 시간이 지나이제 그 아이는 작곡가를 꿈꾸는 열여덟의 고등학교 2학년생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면 유명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희망의 크기만큼 자라난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언젠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뜨거운 화인(火印)이 되살아날까 싶어서다. 2017년 미국의 영화계에서 시작돼 한국으로도 번진 ‘미투’(ME TOO) 폭로는 연출가 이윤택을 감옥에 넣는 등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짖궂은 손’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못된 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직장문화는 물론 남녀의 관계까지 바꿔놨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또 다시 체육계에서 시작된 학폭 파문으로…
1950년대 자유당 시절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매표를 위해 막걸리를 사주고 고무신을 돌리는 행위들을 풍자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스케일이 커져서, 2021년에 치러지는 선거 한복판에서 ‘매표 공항’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이 끌려가면서 추진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얘기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부 부처들의 반대 의견만으로도 문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안전성과 경제성, 접근성 등 7가지 측면에서 가덕도에 공항을 짓는데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우선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으려면 활주로 건설을 위해 대규모로 바다를 메워야 한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최대 28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시 추산 금액의 4배에 가깝고, 인천국제공항 사업비 약 8조 원보다 3배 이상이다. 기존 김해 신공항(6조9000억원) 건설 계획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것이다. 안전의 문제도 따른다. 좌우 양쪽 매립 지반이 가라앉으면 활주로가 끊어지는 안전 문제가 발생할…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퇴 파동은 일단 봉합되었지만,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이견과 난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기도 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고위급 인사 때 신 수석을 패싱하여 촉발된 파동의 여진이 살아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 입법’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발의하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은, 검찰은 기소, 공소유지, 그리고 영장청구만 담당하고 6대 범죄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해 중수청에 이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아예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이 법안을 포함한 당내 논의를 거쳐 오는 6월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강경한 방침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박탈하는 내용의 이같은 법안은 민주당내 황운하.박주민 등 강경파 의원들이 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범여권 의원 16명이 함께 하는 공청회도 열어 입법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문 대통령은 수사권 개혁이 안착되고, 범죄수사 대응 능력, 반…
코로나19 펜더믹 이후 가장 부각되는 것이 있다면 ‘ESG’투자다. 코로나와 이상기후가 경제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US SIF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및 임팩트 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SRI 규모는 2020년 기준 16.6조 달러로 이는 최초 조사를 시작한 1995년의 6,390억 달러의 약 2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8년에 비해서도 ESG 관련 자산규모는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ESG 관련 투자는 규모도 증가했지만 장기투자를 위한 위험관리 차원에서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ESG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정보도 부족하고 ESG 등급 기준 같은 정보의 일관성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OECD가 지난해 9월 ‘2020 지속가능 금용보고서’에서 ESG 투자의 중요성에 비해 정보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면서 개선안을 요구한 이유다. 투자자들이 ESG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사용하는 ESG 등급이 평가사마다 기준이 다르고 공시자료 또한 일관성이 없어 투자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SG 공시의 일관성 결여와 정보 부족이 기업과 기관투자가에게 ESG 관련 의사결정과 경영전략 결정에 걸
바다는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공간으로 풍요로움의 이면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존재한다. 바다가 길러준 해산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발 디딜 수 없는 바다로 나가야 하고, 그곳은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의 수확은 노동력의 투입과 결과물의 양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어선어업의 경우 바다의 물고기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선장과 선원들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어획량이 적을 수 있고, 운이 좋아 노력에 비해 어획량이 많을 수 있다. 노력에 대한 결과가 반드시 인과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선장과 선원들은 경험과 노하우를 동원하여 실패를 최소화하고 어획량을 늘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바다의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다의 불확실성은 위험함으로부터 비롯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보험제도의 발달을 가져왔다. 15세기 유럽의 대항해시대가 펼쳐지면서 해상활동의 범위와 무역량이 증가하는데, 이때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보험제도가 정착하게 된다. 항해술의 발달에 따라 원거리 무역이 가능해지고 단 한 번의 성공으로도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지만, 망망대해의 바다는 여전…
박근혜 정부 시절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었다.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운영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표를 받아낸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문재인 정부 들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에서 이들은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런 단죄가 있었던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장면이 생겨났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인사 가운데서는 첫 구속이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판결이라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그동안 청와대와 김 전 장관 측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은 사찰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기소의 부당함을 주장해왔다. 그러한 주장은 일면 수긍할 측면도 있지만, 재판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또한 엄하게 처벌해야 할 사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정치적 사찰을 위한 것이 아…
4월 7일에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우세가 예상되던 선거였다. 두 곳의 선거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인 박원순-오거돈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는 것이기에 여당 책임론이 따라다니는 선거였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민심, 추미애-윤석열 갈등의 여파로 정권심판론이 확산된 상황인지라 진작부터 야당의 낙승이 예견되었다. 그런데 선거가 다가오면서 기류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재난지원금, 가덕도 신공항 건설 같은 카드로 지역 민심의 지지를 얻으려 하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의제 주도력을 상실한 채 여러가지로 스탭이 꼬이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 원전을 추진하려 했다는 ‘북풍’ 의혹이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앞장 서서 북한 원전 추진은 ‘이적행위’라고 비난한데 이어 ‘대북 원전 게이트’라고까지 규정하고 나섰다. 초선 의원들까지도 ‘여적죄’라면서 당 지도부의 공세에 힘을 실어준다. 국민의힘은 진상규명을 위해 당내에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는가 하면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북한 원전 의혹에 대한 총공세를 펴고 있다. 4월 보궐선거를…
한국에서 인터넷 언론이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대를 질주하고 있다. 신문 제호 작명소가 있을까 싶을 만큼 온갖 이름의 매체들이 비 온 뒤 죽순처럼 생겨나 이미 1만개를 넘어 2만개에 이른다는 얘기도 들린다. 신문제작에서 종이를 없앤 인터넷 신문의 특성은 일단 지구환경의 시대정신에는 맞다. 더욱이 과거 ‘조중동’이 상징하는 거대중앙언론의 여론 독점 시기를 돌이켜보면 미디어의 양적 팽창은 언론자유의 한 실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 매체 시대에 침투한 언론의 과잉은 한국사회에서 저널리즘을 ‘거질리즘’으로 착각하게 만들만큼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기업과 오너의 약점을 노리거나, 심지어 왜곡해 광고협찬을 노리는 약탈경제가 언론에 판치고 있다. 이미 언론사의 등록을 허가가 아닌 신고제로 허용해 빗장을 풀어 놓은 현실에서 국가의 개입은 언론 탄압이라는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언론사와 기자 단체의 자정기능은 무한경쟁에 빠진 언론계 현실에서 머리를 맞댈 겨를도, 마땅히 구사할 수단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NAVER)가 국가나 언론계가 나서기 힘든 난제를 해결하는 듯한 지금 한국의 언론 현실은 그 순기능과 역기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권주자 지지율이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전 장관의 사퇴로 당분간 중앙정치 무대에서 볼 기회가 없는데다 여권에서도 윤 총장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면서 여론의 관심도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윤 총장에 대해서는 이미 필자가 언급한바 있지만 ‘같기도 대선후보’의 한계가 온 것뿐이다.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오른 이유는 현 정권과 ‘각’을 세우면서 보수층의 ‘묻지마식 지지’가 한몫했다. 무엇보다 합리적 보수층보다는 태극기 세력 등 극렬 보수층이 주였다. 하지만 이 태극기 세력 역시 뒤늦게 ‘윤 총장이 보수 후보, 우리 후보인가’라는 의문이 커지면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단초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한몫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있지만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여권 후보냐 야권 후보냐에 대해 명쾌하게 ‘여권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가뿐하게 윤 총장에 대한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철회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를…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네이버 라인-소프트뱅크 야후재팬 경영 통합 美‧中 패권 맞서 디지털 영토 확장하나? “네이버가 제국주의에 끝까지 버티고 저항한 회사로 남았으면 좋겠다. 저항해서 쓰러졌다는 새드엔딩이 아닌, 끝까지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 - 2019년 네이버 창립20주년 심포지엄, 이해진 창업자 - “16세에 뜻을 세워 혈혈단신 미국으로 뛰어들었다. 지금 심경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논에서 우는 개구리가 멀리 도약한다고 할까.” - 지난 28일 트위터@masason,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업자 - 글로벌 IT 패권은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GAFA: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 BAT: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이에 대항하고자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아 이용자 1억5000명에 달하는 디지털 경제권을 형성했습니다. 지난 3월1일 한일 IT 대표기업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각각의 자회사인 라인과 야후재팬(Z홀딩스)이 ‘A홀딩스’로 정식 통합했습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포부처럼 글로벌시장에 우리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해진 GIO는 2000년, 2009년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케이뱅크의 예·적금 잔액이 2월 한 달간 2조3400억 원 늘었습니다. 전체 수신 잔액(6조8400억 원)의 3분의 1이 한 달 새 불어난 건데요. 1월 말 247만 명 → 2월 말 311만 명. 같은 기간 고객 수도 무려 64만 명이 증가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케이뱅크는 1년 넘게 대출 영업을 중단할 만큼 자금 사정이 어려웠습니다. 대주주였던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유상증자가 늦어지는 등 악재도 겪었는데요.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수신 잔액과 고객 수가 급증하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월 중 ‘비트코인’ 1개 값 6500만 원 돌파.배경엔 연일 최고가를 경신중인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를 맺었습니다. 업비트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하려면 케이뱅크 계좌가 필요한데, 이로 인한 고객 유입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습니다. 국내 양대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업비트’와 ‘케이뱅크’는 나란히 인기 앱 순위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요. 케이뱅크가 이 기세를 몰아 경쟁사인 카카오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