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미디어악법 주장할수록, 대중은 한나라당 MB미디어법 떠올려

[폴리뉴스 이성규 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09-02-20 15:41:04


'코끼리 생각하지마’ 란 말에서 한 글자를 빼고 한 글자를 조금 바꾸면 ‘코끼리 생각하기“로 바뀐다. 전자와 후자의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대개의 경우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의 뇌리엔 의미의 차이를 떠나 ’코끼리‘란 단어가 각인된다.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란 저서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현상을 이른바 '프레임’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 공화당이 ‘감세’를 주장하고 나서고, 민주당이 이에 반대해 ‘감세철폐’를 주장하고 나서면 나설수록, 대중은 이미 공화당이 주장하고 선전하는 ‘감세’라는 프레임에 포획된다는 얘기다.

이런 ‘코끼리 프레임’이 2009년 대한민국 여의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여야 입법전쟁의 최대 쟁점법인 ‘MB미디어법‘ 이 바로 그 것이다.

한나라당은 방송법 개정 등 ‘MB미디어법’ 추진의 근거로 이른바 ‘미디어산업발전론’을 주장하고 있다. MB미디어법을 추진하는 한나라당 내 특별위원회 이름조차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이다.

이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끊임없이 ‘이슈’를 만드는 것이라고 기자에게 말한 바 있다.

이 방법을 미디어법에 적용하면 미디어법을 지속적으로 ‘이슈화’ 해 대중을 미디어법 프레임에 가둬두면, 미디어법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른바 'MB미디어악법‘, ‘미디어산업발전론 허구’로 맞받아치고 있다. 몇 글자를 빼고 몇 글자 바꾸면 코끼리 프레임과 다를 바가 없다.

재벌의 지상파 방송진출, 신방겸영, 종합편성채널 허가가 여론 독과점을 심화시키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며 중소 미디어업체를 도산시켜 미디어 산업 전체의 분열을 가져온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물론 타당하다.

그래서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도 대규모 장외투쟁을 통해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는 MB미디어법 저지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MB미디어악법’, ‘미디어산업발전론 허구’를 주장하면 할수록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프레임에 스스로 포획되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민주당이 원내에서 뿐만 아니라 원외에서도 한나라당의 미디어 프레임에 일정 부분 사로잡혔다는 점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난 연말연시 국회 입법전쟁 이후 전국적인 규모의 ‘MB악법저지를 위한 결의 대회’ 전국 투어 대장정 길에 나선 바 있다. 이 결의대회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MB미디어법’ 저지다.

지난 1일에는 제정당, 시민단체와 연계해 ‘폭력살인진압 규탄 및 MB악법저지를 위한 국민대회’를 대규모로 열었다. 여기에서도 MB미디어법은 핵심 내용이었다.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지난달 6일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해, `빠른 시일 내 합의 처리토록 노력 한다' 고 합의문을 작성해 미디어법 타협의 물꼬를 마련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 들어 여야는 여전히 'MB미디어법' vs 'MB미디어악법' 이라는 ‘코끼리 프레임’에 사로잡힌 채 그간의 주장만을 되풀이 했다.

지난 2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문화관광체육부. 문화재청 업무보고는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결과적으로 이런 여야의 행동은 고흥길 문방위 상임위 위원장으로 하여금 ‘직권상정’ 카드를 사용하게끔 하는 빌미를 제공해 한나라당 주장대로 미디어법이 처리될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조지 레이코프는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에서 공화당의 감세 정책에 대해 민주당이 감세철폐로 맞서는 것보다 ‘세금은 복지증진’ 과 같이 다른 용어, 다른 개념으로 대응할 것을 지적했다.

민주당이 MB 미디어법 문제와 관련해 곱씹어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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