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그랬다면 부적절, 모르고 했다면 심각한 문제

[폴리뉴스 김영 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09-01-06 15:50:47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6일 오전 11시 국회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농성 해제를 하는 배경에 대해 정 대표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자제를 선언했고, 1월 임시국회 추가소집도 없다고 밝혔다”며 “사실상 1월 중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국민과 야당에 약속한 것이며,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성명서 내용을 보는 순간 흘러간 옛노래가 나오는 축음기가 떠올랐다.

정 대표의 성명서 내용은 2시간 전의 상황은 물론이고 하루 전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오후 김형오 국회의장은 8일까지 원내 3교섭단체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한나라당은 6일 오전 9시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임시회 회기연장이나 1월 임시회 소집을 준비하기로 했다.

정 대표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을 당시 한나라당은 임시회 소집을 위한 서명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 대표가 6일 밝힌 성명서가 설사 하루 전에 초안이 작성돼 있었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내용도 바뀌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바뀐 상황이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민주당이 판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여지는 것만으로 판단하면 상당한 변화가 있는 상황이다.

물론 6일 오후 정세균 대표가 김형오 의장을 만나 가능한 직권상정은 자제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는 하지만 '가능한' 이란 단서가 붙어 있어 변수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또한, 본회의장 철수에 대한 명분을 찾고 싶은 마음에 흘러간 옛노래를 틀었는지 모르겠지만 공당이 밝히는 성명서 내용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할 순 없을 것이다.

만약, 상황에 대한 정보가 어두워 그런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협상의 최고 전술은 지피지기(知彼知己)라 했는데, 적의 상황을 이렇게 모르고서도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본회의장 기습점거라든지 로텐더홀 농성 등 지금까지는 민주당의 전략전술이 잘 먹혀왔지만 향후 전개될 상황도 민주당의 뜻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장외 투쟁동력을 높이기 위해 본회의장 점거를 푸는 수순을 밟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 역시 얄팍한 정보에 기인한 판단이라면 민주당의 최대 패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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