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후폭풍, MB 지지도 10%p 하락...민생법안 발목 묶여

[폴리뉴스 김영 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08-12-23 18:09:25

청와대 발 속도전이 말 그대로 질풍노도와 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여야간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야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은 체 상정한 후 국회는 난장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23일에는 법안 통과를 둔 여야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논평전이 오후 내내 이어졌고 예정된 상임위는 취소되거나 개회 후 바로 정회에 들어가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은 172석의 거대 여당을 상대하기 위해 상임위 회의장 점거 등 물리력 행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이명박 대통령의 밀어붙이기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경제관련 법안과 이념법안의 분리 처리 방침을 밝히자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법안 저런 법안이 따로 있느냐’며 함께 처리해 줄 것을 주문했고 22일에는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는 굉장히 폭넓고 뿌리 깊은 상황이 있다”며 “확고한 국가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혀 이념법안의 개정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23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그동안 대통령께서 22일 '국가정체성' 발언과 유사한 말씀을 여러 차례 했었다"며 "특히 한나라당에 있는 분들을 만나면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평소 생각을 말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면 이념법안의 개정 필요성을 자주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속도전은 정부 부처에도 불고 있다.

신년연설도 예전에 비해 보름 이상 앞당기기로 한 데 이어 내년 초에 받을 예정이던 일반 부처 업무보고도 주요부처와 함께 연내로 앞당겨 받기로 했다. 오는 30일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이 큰 조폐공사, 관광공사, 가스공사, 한국전력,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주요 공기업 30여 곳에 대한 업무보고도 받기로 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질풍노도의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 발 속도전이 국회에서 전면전을 불러오면서 오히려 민생 관련 법안들의 처리조차 발목을 잡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경제 위기 상황을 등에 업은 청와대의 속도전이 결국 민생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1일 <폴리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각종 ‘MB개혁법안’을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로 처리한 이후, 이명박 대통령 국정 수행지지도는 불과 1주일 사이 무려 10%p가까이 하락했으며 최단 기간 내 최대 하락폭을 기록, 불도저식 법안 처리에 따른 초대형 후폭풍을 맞게 됐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꾸준히 30% 초반대 지지도를 보였던 한나라당은 25.3%로 중폭 하락한 반면 8.4% 지지율을 보이던 민주당은 12.7%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반전했다.

청와대의 속도전은 대통령 지지율 폭락과 함께 여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반면, 스러져가던 민주당에게 반전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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