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되려면 신뢰와 소통이 우선

[폴리뉴스 김영 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08-12-19 18:38:45


12월 19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날이자 자신의 생일이면서 결혼기념일이다.

이날 오후 1시 청와대 여민2관 직원식당에서는 수석비서관과 행정관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오찬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3가지 의미가 겹치는 날임을 상기시키며 “이것이 진정한 실용정부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한번에 3가지 행사를 처리한다는 의미의 조크였다.

이날 오찬에서 한 직원은 “힘 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란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경호처 직원 4인으로 구성된 색소폰 연주단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축가로 연주했다고 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GM대우와 한나라당 행사에서 있었던 대통령 발언에 대해 “희망, 새출발,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란 의미로 압축할 수 있다”며 “다가오는 희망의 아침을 잘 준비해서 맞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루 전인 18일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한미FTA 비준 동의안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상정을 두고 위원회장을 점거한 한나라당과 진입을 시도하는 야당 사이에 해머와 전기톱이 등장하고 소화기와 물대포가 등장하는 등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결국 오후 2시 여당 단독으로 한미FTA 비준 동의안이 외통위에 상정됐다.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당 몰래 법안 심의를 하려다 민주당 당직자에 발각되면서 무산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무위원회는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전체회의 개의가 예정됐었다. 그러나 정무위 회의실은 한나라당의 ‘MB개혁입법’ 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로 이미 오전부터 점거돼, 사실상 정상적 회의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예산안 처리와 이른바 MB개혁입법 강행 처리로 인해 여․야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권은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수구정권”이라고 비난했고, 자유선진당은 “지난 1년, 한마디로 심각한 과오의 연속이며 국정실패”라고 규정했으며,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1년은 국민에겐 ‘10년 같은 재앙’”이라고 혹평했다.

관가는 연일 이어지는 고위직 공무원들의 줄 사표로 뒤숭숭하다. 오늘도 외교통상부 1급 10여명이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한두군데가 더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기획되거나 사전에 협의한 일이 없으며 전적으로 장관의 판단”이라며 ‘청와대 기획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지만 액면대로 받아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18일 북한이 수뇌부 테러임무를 띠고 북파된 남측의 간첩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는 북측 보도에 대한 일본의 모 방송기자 질문에 청와대는 “아직 진상을 확인 못했다”고 답했다.

지난 11월 3일부터 시작된 청와대 정례 브리핑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부분 ‘아니다, 모른다, 사실과 다르다, 청와대가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 등으로 피해갔다.

‘힘 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희망’, ‘새출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공허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부터 집권 2기를 맞이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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