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혜경 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06-07-18 11:38:55

네티즌에게는 인기없는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네티즌의 지지와 사랑을 한몸에 받는 사람이 바로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이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로 통칭되는 노사모와 견줄만한 네티즌 팬클럽이 여러개 있고, 박근혜 미니홈피에는 방문자수 100만명을 넘어서는 대단한 인파를 기록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한 박 전 대표는 지난 14일 '호박넷'(www.hopark.net)을 오픈했다. '호박(好朴)넷'은 말 그대로 '박근혜를 좋아하는 네트워크'라는 뜻으로 그의 지지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박근혜 대선사이트'의 성격을 갖는다. 오픈한지 몇일 안되는 호박넷에는 '박근혜를 사랑한다'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사랑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이같은 '네티즌 인기'는 그동안 꾸준히 네티즌들을 잘 관리해온 그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21세기 인터넷 시대를 열어갈 차기대선주자 박근혜의 '디지털 점령'이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17대대선을 염두에 두고 만든 '호박넷'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박 전 대표만큼이나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박'자만 들어도 눈물 흘리는 영원한 대통령"으로 부활하고 있다.

호박넷의 여러 메뉴 중 '연구둥지' 메뉴의 소메뉴 첫 번째로 <박정희대통령연구소>가 상당한 분량의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이 메뉴에 들어가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신상이 있고, <박정희대통령업적(경제,문화,역사 등 모든면의 업적)> <박정희대통령일화(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 <육영수여사와대통령(육여사님을 회상하는 대통령)>의 세 파트로 나뉘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진과 글 로 된 '찬양 자료'로 가득 차있다.

<박정희 업적>에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카리스마' '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하는 영웅' '중국 새마을 운동 벤치마킹 붐' ' 박정희 비판자들의 3대 오류 (10~20 대들을 위한 자료)' '이번 대홍수를 박정희가 막았다-충주댐,소양댐이 막았다' 등이 있고, <박정희 일화>에는 '朴正熙식 경제개발 모델의 성공요인' '무서웠지만 무자비하지는 않았다' '다카키마사오-독립군을 돕던 만주군 장교' '정주영 혼쭐 낸 박정희..'기업입국' 정신 아로새겨' '박정희의 항일운동과 노무현의 친일 행동' 등이 있다.

또 아직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공간인 <그리운대통령 ('박'자만 들어도 눈물을 흘리는사람들)>에는 아직도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애절한 사연들로 넘쳐나있다.
“이제는 ‘인간 박정희’도 다뤘으면 좋겠다.” "박대통령은 아비된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했던 지도자" "독립군 김학규 장군 - 박정희는 내 생명의 은인" "超人의 딸 박근혜의 超人的 행동 비밀(조갑제)" "(플래시)박정희대통령 작사,작곡" 등이 올라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장장 18년간의 장기집권과 유신독재를 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으며 '과거사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정희 집권시기에는 '반공'을 국시로 '색깔론'에 의한 인권탄압과 정치적 억압이 그 어느때보다 컸던 시기였다. 박정희 유신시대는 한마디로 '이념독재'의 시대였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영호남 지역갈등을 처음으로 정치적으로 고착화 시킨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다카키마사오'라는 일본 만주군 장교였던 점에서 그의 친일행적도 문제가 된다.

박 전 대표는 7.11 전대에서 당권을 장악하자마자 14일 차기대선용으로 오픈한 사이트 '호박넷'에서 '박정희 찬양' 일색으로 가고 있고,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일이었던 13일 박 전 대통령 고향인 경북에서는 '뉴 새마을 운동'을 시작했다.

'박근혜=박정희 일치전략', '박정희 계승전략'

박근혜의 집권 목표가 청산되었어야할 30여년 전 과거사 '박정희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나라당내에서 조차 과거사 청산 요구가 한창 드높았을 때 박 전 대표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태생을 '한계'로 여겼다. 그 일환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사과'하기도 하고 5.16 강제헌납으로 문제가 되었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1-2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박정희의 딸' 을 자신의 대선전략의 메인 브랜드로 내세우려는 듯하다. 박근혜의 대선전략이 '박정희와 차별화'가 아니라 '박정희=박근혜의 일치전략이며 박정희 계승전략'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인터넷과 과거의 박근혜 사이의 묘한 공존이 아이러기하기만 하다.
인터넷은 이념전쟁의 시대인 냉전시대가 끝난 1990년대나 되서야 세상에 나왔다. 그 때문에 인터넷의 정신은 탈이념, 탈독재의 수평적 민주주의이라는 미래형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빅3후보 중 인터넷을 가장 잘 이용하고, 인터넷 속성을 가장 잘 아는 박 전대표는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오히려 '박정희'로 상징화된 '이념독재 시대'로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박근혜 집권 칼러는 '박근혜-이명박'의 1차 대선전면전을 치룬 7.11 전대에서 드러났다. 한나라당을 '박근혜 친정체제', '박근혜 독점체제'로 만든 7.11 전대는 곧 '색깔론 부활과 영남수구파인 도로 민정당 구축'이었다. 특히 박 전 대표를 겨냥했던 '독재자의 딸'이란 이재오 의원의 발언이 결정타였다.

강경보수파인 이회창 전 총재마저도 이러한 한나라당 모습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대의원의 뜻'이라며 문제가 전혀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박근혜 대리인'인 강재섭 대표도 '색깔론에 대한 사과는 할 뜻이 없다'는 생각이 분명하다.

이것이 '박정희'를 내세운 '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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