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이후 여야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체제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황우여 대표체제를 출범시키며 대선 준비에 시동을 걸었고, 민주통합당은 오는 6월 9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을 치를 신(新)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 35호(2012년 6월호)는 전월에 이어 ‘막오른 대선정국Ⅱ’이란 주제로 정국진단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는 새누리당의 신지도체제에 대한 평가와 민주당의 향후 지도부 구성에 대해 전망했다.

특히 최근 정국을 달구는 통합진보당 부정선거와 폭력사태 논란이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진단해보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대해서도 짚어보았다.

김능구 본지 발행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는 고성국 정치학 박사와 유창선 시사평론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 본지의 정 찬 기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김능구): 이석기, 김재연 두 비례대표가 사퇴하더라도 12월 대선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구당권파가 풀 수 있는 한계는 지나갔다고 보는 것인가?

고성국: 두 사람이 사퇴하고 대선에서 기호 7번, 8번 없이 가더라도, 여당 공격의 강도는 낮아지겠지만, 그렇다고 공격 안 하겠나?

유창선: 하나의 현상에 대해 전혀 다른 이해를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사람들은 10여 년 동안 그렇게 해왔으니 나쁜 의도가 아니라고 보고 있고, 밖에서 들어온 참여당계는 깜짝 놀라 부정선거라고 주장한다. 결국 정치문화가 이질적인 세력들이 합쳐지면서 하나의 현상을 놓고 정반대편에 서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는 처절한 권력투쟁, 당권투쟁으로 비화됐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역지사지로 놓고 이해할 의사나 의지가 없었던 결과다. 이는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장기화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 분당하려면 어느 한 쪽이 나가야 하는데 둘 다 나갈 수가 없다.

구당권파는 6월 말 전당대회에서의 당권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가져가게 될 텐데, 아마 비당권파는 그대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당헌당규 수정해서 진성당원제를 손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당원 투표제에 비당권파에게 유리한 국민여론조사 50%를 도입하려고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충돌할 것이다. 그러면서 사태는 장기화되면서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저는 12월 대선에서 이 진보당 문제가 변수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 사실상 12월 대선에서 한 축으로서의 의미는 거의 상실되는 단계로 접어든다. 12월로 가면 진보당의 존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갈 것이다.

야권연대의 축은 안철수 변수 때문에 어차피 이동하게 되어 있다. 진보당은 4.11 총선 이후 안철수의 탈(脫)진영 논리에 영향을 받아 우클릭할 판이었는데, 이렇게 진보당이 (야권연대)한 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면 더 타격을 받는다. 극단적으로 12월 대선은 진보당이 없는 대선이 될 수도 있다.

주사파와 같은 이념문제, 색깔문제는 이제 어지간히 면역이 됐다고 본다. 모르겠다, 구당권파가 대선정국 전면에 등장하는 상황이 된다면 또 달라지겠지만,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야권단일후보에게 타격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야권의 최종적인 후보가 그쪽과 적극적으로 손잡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것이다.

고성국: 몇 가지 면에서 판단이 다르다. 진보당 혁신비대위가 아무것도 안 하고 몇 달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이택수 대표 설명대로 국민의 10.3%가 지지를 해준 정당이고, 진보당 사태로 지금 이렇게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당 지지자들 중 지지를 완전히 철회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이 위기를 극복해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다수이고, 진보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 진보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지금의 사태가 혁신비대위 중심으로 잘 수습됐으면 좋겠다는 국민도 많다. 진보당은 실체가 있는 집단이다.

혁신비대위에 민주노총이나 원탁회의의 재야 원료들까지 다 힘을 실어주고 있고 국민여론이 압도적으로 이 혁신비대위를 지지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혁신비대위가 어떻게든 수습할 것이고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하려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 논의의 포인트로, 그럴 경우 여권으로부터 주사파 관련 이념공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북풍과 이 경우는 양상이 좀 다를 수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사람들이 나와 있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쉽게 말해, 민주당 후보에게 “이석기가 조선노동당 당원인지 아닌지 밝혀라”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때 민주당 후보는 “이를 왜 내가 대답해야 될 문제냐”라고 대응하면 여권에서 “당신네들 연대하지 않았느냐”, “정치연합 했으면 상대에 대한 정체성은 확인해야 하지 않느냐”고 되받아칠 텐데 민주당 후보는 사실 피해가기 어렵다.

이석기, 김재연 두 사람을 출당시켰다 쳐도 여전히 그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 이것을 국민이 터무니없는 이념공세라고 본다면 문제가 없지만 ‘저 질문은 할 만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상황은 지금까지의 북풍과는 양상이 좀 다르다고 본다.

이택수: 유시민, 심상정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온라인투표를 통해 여러 가지 안건을 가결시킨 다음에 혁신비대위 지지율이 주간 집계에서는 빠졌지만, 일시적이긴 해도 6%대로 소폭 올라섰다. 여론조사 지표에서 신당권파(비당권파)에 대한 국민 기대감이 분명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로 진보당 지지율만 떨어트린 게 아니라 민주당 지지율까지 떨어트리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올려놓는 상황이 됐다. 수습과 쇄신이 시급한 데, 검찰의 압수수색에 신당권파는 물론 구당권파까지 같이 공동대응하면서 쇄신과 수습국면이 흐트러지고 있다. 이런 부분은 위기관리능력의 부재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진보당 사태가 진보당, 민주당 등 야당 지지율만 떨어트린 게 아니다. 덩달아 야권의 대선 유력주자인 안철수 원장 지지율도 떨어졌고 문재인 고문도 좋지 않다. 박근혜 전 위원장과 새누리당 지지율만 좋아졌다.

총선 승리로 인한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때문에 지지율이 올랐다가 이명박 측근비리 등 여러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떨어질 상황이었는데 진보당 사태로 오르고 있다. 이런 악재가 터졌을 때 지금 진보당의 비대위는 그다지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대선에 있어서도 큰 악재가 터졌다고 본다.

김능구: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 진보당이 비례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당원총투표 과정에서 현장과 인터넷투표에 문제가 생긴 것인데, 그러나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지도부가 임명한 공심위원들이 자기들의 계파이익이나 지도부의 뜻에 따라 담합해 비례대표를 임명한 것이고 진보당은 당원총투표 프로세스에서 생긴 문제다.

진보당이 민주주의의 원칙과 근간을 훼손했다고 하지만 당원의 뜻, ‘당심’에 따라 정하는 방식 자체는 다른 당보다 더 민주적 원칙을 적용했다. 이 전제에 대한 한두 마디의 말이라도 하고 부정선거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지 않겠나. 민주주의 원칙이란 측면에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이 사실 더 큰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의 틀이 전제돼야 한다. 그 속에서 이번 진보당 부정선거 문제를 짚어야 한다.

또 한 가지 폭력사태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보다 더 큰 폭력사태를 무수히 봐왔다. 킨텍스에서의 폭력사태는 ‘진보’라는 이름이 가지는 도덕적이고 평화주의자 이미지를 국민들이 잠재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충격적으로 느꼈을 뿐이다. 공권력에 의한 큰 폭력은 관성적으로 수용하는 경향, 심지어 지난해 말 민주당 전대에서 ‘액젖’까지 동원된 폭력에는 비교적 관대하면서도 진보당에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느낌이 든다.

진보당이 현실 대중정당을 지향한 이상 앞으로 이러한 불상사는 예고된 사태일 수밖에 있다. 현실 권력투쟁이 도덕교과서처럼 될 수는 없다. 과거 유럽이나 일본 등 외국의 진보주의자들의 경우에도 당내 분파간에 이보다 얼마든지 더한 폭력을 행사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한번 문제제기 해봐야 한다고 본다.

고성국: 지난번 민주당 후보경선 과정에서 광주 동구지역 자살사건 있었다. 민주당이 ‘우리는 모바일국민경선이라고 하는 선진적인 제도를 하다가 사고가 터진 건데, 아예 그것도 안 한 새누리당이 욕할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살사건에까지 이르게 된 불법적인 선거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진성당원제는 우리밖에 채택하고 있지 않은데’라는 식은 논리가 ‘약간의 불법은 용인해도 된다’는 논리로 연결될 수는 없다.

지금 이 문제를 토론해보면 진보진영에서는 자꾸 민주주의와 관련된 문제로만 본다. 사실이 그렇긴 하지만 국민은 이미 훨씬 전에 ‘이석기, 김재연의 정체가 뭐냐’로 문제의 초점을 옮겼다. 이들이 북한 지령을 받는 사람들인가 아닌가, 또는 조선노동당의 영향력 하에서 움직이는 주사파가 얼마만큼 활동하고 있는지로 이미 관심이 옮겨졌다는 것이다.

이게 이념공세라 해도 어쩔 수 없다. 현실이다. 한 일주일에서 열흘 전부터 문제의 포인트는 이석기로 갔다. 보수언론뿐만이 아니다. 진보언론도 다 그랬다. 이석기가 문제의 키를 들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석기가 누구냐, 갑자기 나타난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다…. 여기에 보수·진보가 어디 있나? 이는 단순히 절차적 문제가 해소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유창선: 이 의제의 우선순위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원래 경선부정 여부를 둘러싸고 시작된 것인데 그 문제는 실종됐다. 정작 대전제에 따라 경선부정이 정말 의도적이었는지 관행적이었는지에 따라 책임수준이 달라져야 할 문제이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석기, 김재연 사퇴가 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됐다. 의제 우선순위에 있어 비합리적인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이 두 사람이 사퇴한다고 해도 이 사태는 전혀 수습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이 문제는 하나의 일시적인 고리로서 등장했을 뿐이지 이 둘을 출당시켰다고 하더라도 내분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고성국: 좀 다르다. 지금 14명의 경선비례대표 후보들에 대해서 사퇴할 것을 중앙위가 권고했다. 여기서 10명은 사퇴하고 했고 4명은 버티고 있는데, 이석기, 김재연은 구당권파다. 이들이 사퇴한다는 것은 구당권파가 사퇴하겠다고 결정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문제해결이 시작되는 거다. 중앙위의 권고안을 구당권파가 받아들이는 것인데.

출당은 전혀 다르다. 실제로 이석기가 사퇴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것은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가 있다.

유창선: 본인들은 사퇴 안 한다. 이 문제는 결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게, 아무리 출당시키려고 하더라도 본인들이 사퇴할 가능성이 없다. 기본적으로 구당권파에서는 문제의 대전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성국: 사퇴 안 하니까 (문제해결도)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 주사파 쪽으로 어젠다가 잘못 전도됐다고 하는데, 거기에는 보수언론의 어젠다 전환 공세도 있다. 그런데 그 이전에 문제가 제기됐을 때 이들이 사퇴했다면 이렇게까지 안 갔을 것이다. 보수언론이 아무리 몰아가려고 해도 그렇게까지 몰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유창선: 이 사태는 이제 조기에 종식되기는 어려운 상황에 왔다. 어떻게든 처리된다 하더라도 갈등관계가 문제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 1차 고비가 6월 전당대회이다. 서로 간의 갈등이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진보당 당원들 문제이기 때문에 6개월 안에 해결보든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당 내부 차원에서 알아서 끝장 볼 문제이다.

(사회: 주사파 문제는 어떻게 될 거라고 보나?) 주사파 문제는 조중동이 갑자기 꺼내놨는데…. 그건 대선에서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데 대한 면역효과, 내성이 키워진 상황이다.

이택수: 진보당의 행보에 대해서 유권자나 언론의 반응을 보면 너무 재미있어 한다. 최근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또는 SNS에서 진보당이 상당부분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최근 국민들의 최고 관심포인트다.

김능구: 총선서 새누리당이 의석수 과반을 차지했지만 득표수에서는 오히려 야권연대에 못 미쳤다. 이 5대 5의 긴장 속에서 진보당 사태가 터진 것인데, 여권으로선 호재 아닌가? 지금 선거전략으로 보면 한쪽에서 어떤 파열음을 내면서 고리를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으로 보인다.

유 박사께서 “진보당은 이번 대선에선 차라리 빠져 있는 게 낫겠다”고까지 했다. 뭔가 하려고만 하면 같이 엮이면서 골치 아파진다. 그러나 대선을 생각했을 때는 야권연대는 필요하다. 이에 진보당과의 연대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고 형태를 달리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진보당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선 분당사태는 없을 것 같다. 18대 총선에서 민노당 최순영 전 의원의 선거컨설팅을 맡은 적이 있는데 2008년도 총선서 패배한 원인이 분당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2007년 대선 참패 후유증이었다.

당시 당권파는 대선주자로 권영길 후보를 밀었고, 비당권파 쪽에서 노회찬, 심상정이 나왔다. 그때도 지금과 같이 주민등록번호 옮기는 등의 행위가 있었고 (비당권파는)전부 눈뜨고 당했다. 이번에는 유시민 등 참여당 출신들이 있어 문제가 부각됐지만 당시에는 대외적으로 문제제기 할 수도 없었다.

그 결과 대선참패로 이어지면서 책임론이 불붙었고 그 후유증으로 분당까지 갔다. 한 번 그렇게 (탈당으로 인한 상처를)겪어본 노회찬, 심상정은 대선을 앞두고 이 레일에서 절대 내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먼저 내리는 게 바보다. 참여당도 내려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유창선: 범야권 입장에서 대선서 복잡한 문제가 아닌 게, 어차피 야권연대의 기본 축은 문재인과 안철수다. 이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진보당과의 연대문제를 탄력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진보당이 조기에 정상화 되면 제한적이나마 연대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이번에는 따로 가자’고 할 것이고 진보당 쪽도 이해해야 될 부분이 될 것이다.

고성국: 이것이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나는 혁신비대위가 구당권파에 대해서 출당조치를 취할 거라고 본다. 드러난 국회의원 4명에 대해서 출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뒤 혁신비대위 중심의 당 쇄신은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당내에 상처 받은 부분들 어루만지면서 신지도부를 구축하고 잘못된 정치문화를 개선하려 할 것이다. 이는 당장 되는 것이 아닌 하세월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야권연대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다. 대선승리에 역할을 하겠다며 더 적극적으로 야권연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쇄신과 야권연대 적극행보 시 4% 지지율은 6~7% 정도까지 회복하리라 본다. 그 정도의 지지율을 구축한 정당이 야권연대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는데, 민주당이 ‘도움 안 되니까 이번에는 따로 놀자’면서 내칠 수 있겠나? 총선에서 선거연대를 했는데 그 연장선에서 대선연대를 하자고 하는데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5~6%의 지지도는 승패를 가르는 수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안철수건 문재인이건 간단하게 계산할 상황이 아니다. 그랬을 때 민주당이 결국 쇄신하는 혁신비대위 중심의 진보당과 정치연합을 안 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주사파 공격을 비롯한 이념공세에 노출되는 것이다.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사회(김능구): 진보당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민주당 중심으로 야권 대선주자들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도 한번 논의해보자.

유창선: 문재인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이-박 합의’에 손을 들어준 것이 결국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좁혀 놓는 결과를 자초했다. 한 계파 속 인물 정도로 스스로를 낮춰놓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경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안 해도 될 데에 개입해서 경선 결과에 타격 받을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는 정치적 판단을 했다.

맥락은 좀 다르지만 안철수와의 공동정부 이야기를 한 것도 자연스럽거나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일단은 너무 빨랐다. 정식 대선후보도 아니고, 안철수가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한 의사표명은 고사하고 정치에 뛰어든 상황도 아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거쳐야 할 여러 과정이 있는데 덜컥, 대통령직, 총리직 나눠 갖자고 이야기 한 것은 자칫하면 ‘자리 나눠먹기’ 식의 메시지로 전해질 수가 있다. 문재인의 정치적 행보가 총선 이후 잘 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문재인의 행보는 큰 흐름을 끌고 가는 모습이 아니다. 국민은 큰 흐름에서 새로운 감동을 요구하는데 상당히 작고 새롭지 못하다.

고성국: 나는 유 박사와 해석이 다르다. 문재인은 노무현에게 정치를 배운 사람이다. 노무현은 철저하게 현실주의자다. 2002년 노무현은 동교동계 지원을 받아 호남기반당에 영남후보로 옹립되는 코스를 가려고 했다. 그러나 권노갑의 동교동 구파의 몰락으로 나중에 국민참여경선을 수용하는 쪽으로 갔고 거기서 기적을 창출해낸 것이다.

문재인은 실제로 민주당내 기반이 없고 정치 처음 하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웬만하면 내가 민주당 대권주자가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더라도 실제로 경선에서 안철수는 안 들어온다고 치더라도 예컨대 손학규를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이해찬 당대표 하고 박지원이 원내대표로 해 두 사람이 문재인을 대선후보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했다면 그것을 왜 안 받겠나? 만약 이해찬과 박지원이 정말 당권대권 나누고 문재인을 대권후보로 옹립하자는 논의를 자기들끼리 하고 그것을 제안했다면, 그것을 문재인이 안 받으면 바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어느 지점에서 문재인이 약점이라고 생각느냐 하면 이해찬-박지원 담합이라고 공격이 들어왔을 때 ‘내가 대통령되려고 한 것이다. 지금 비노-친노가 싸우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내가 이를 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전면에 나섰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 1차적으로 박지원이 그렇게 고생 안 하고, 민주당에서 친노가 똘똘 뭉쳤다면 이해찬이 울산에서 저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처음에 문재인이 그 구도에 대해 ‘그렇게 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한 발 담궜다가 여론이 ‘담합’이라고 하니까 순식간에 발을 빼버렸다. 여기서 나는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황태연이 만들어준 ‘수평적 정권교체론’을 김대중이 가지고 나왔을 때 ‘말이 되느냐’는 소리들도 많았다. 그러나 일단 질렀다면 끝까지 자기 브랜드로 가는 것이다. 공동정부론, 민주당이 안철수에게 어쨌든 같이 권력분점 하고자 했으면 왜 당당하게 설명 못하나? ‘담합’이라고 공격받으니까 금방 꼬리 내렸다.

이는 진짜 잘못됐다. 물론 반대논거들이 있다. 그러나 이 공동정부론의 핵심은, 쉽게 말해 안철수와 민주당이 어찌됐든 간에 손잡고 싸워서 박근혜를 이겨야 한다는 건데, 이게 민주당 입장에서 뭐가 잘못됐나? 그런데 이를 왜 당당하게 주장을 못하느냐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문재인 리더십의 약점이다. 정치적으로 이해찬-박지원-문재인 담합구도가 잘못된 게 아니고, 또 안철수-문재인 공동정부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준 문재인 리더십의 허약한 체질이 실제 문제라는 것이다.

유창선: 문재인의 경우 사실 생명줄과도 같은 게 명분이다.

고성국: 왜 명분인가? 이는 명분싸움이 아니다.

유창선: 실리보다는 명분이다. 사실 두 가지에서 다 밀리는데, ‘이-박 담합’은 현실성 면은 차치하고라도, 문재인이 지금 야권의 새로운 얼굴로 등장하려는 상황에 그러한 담합에 발을 담그는 것은 명분을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고성국: 내가 ‘이-박 담합론’ 나오자마자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실제로 그 논쟁이 붙으면 나는 담합이다, 잘못됐다고 하는 쪽에 서서 논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구조는 가만히 보면 문재인 입장에서 충분히 주장하고 방어할 만한 논거가 있다. 아예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능구: ‘이-박 연대’와 ‘공동정부’를 총선 때 ‘PK선거’와의 연장선상에서 부산선거에서도 똑같이 멍청한 짓을 했다. 사상지역 의석 한 개 얻겠다고 PK선거를 다 망쳤는데, 부산선거를 망친 것도 문재인이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문재인이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절차 하나도 없이 국면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본인부터 대선주자로서 권력의지와 큰 흐름에 대한 구체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너무 테크놀로지 측면으로 다가가다 보니까 사람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는데, 단일화 과정에서의 중요한 자산이 현재로서는 야권에 큰 손실로 나타나고 있다.

유창선: 문재인 정도의 위상이면 국민에게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되는데 그것이 약하다. 국민은 정치적 판단이나 행보 이전에 큰 흐름 속에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메시지를 줄 사람을 원하고 있는데 그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박 연대’가 솔깃하겠지만, 나는 ‘당신들끼리 알아서 하십시오’ 하고 나왔어야 했다고 본다. 왜 그렇게 작은 다툼에 발목이 잡혀 아웅다웅 하나.

사회(김능구): 문재인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김두관 지사인데, 김두관 지사의 낮은 인지도에 대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고 있나?

이택수: 김두관은 스킨십이 있는 기자들은 높게 평가하지만, 언론을 통해서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데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인지도가 생각만큼 낮지가 않은데도 지지도가 낮다. 지금 조사해 보면 2%대로 안철수, 문재인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지지율이다.

인지도가 낮아서 지지도가 낮다고는 보지 않는다. 대중적인 매력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진다. 또 지지도가 낮은 데는 김두관의 육성을 실제 들어본 유권자들이 거의 없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힐링캠프나 무릎팍도사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노출이 되면서 정서적으로 접근됐다. 그러나 김두관은 아직 유권자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문재인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좀 다른 점이, 정치권에 데뷔하자마자 대선주자가 됐다. 다시 말해 잃을 게 너무 많은 상태, 지지율이 굉장히 높은 상태에서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일개 국회의원으로 하나하나씩 쌓아가면서 잃을 건 없었다.

문 고문은 지지율도 고공행진을 했었고 지금 가진 게 너무 많다. 사상지역구에서 손수조에게 발목을 잡혔던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선거에서의 절박함, 불안함을 느끼는 듯했다. 여유로움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 가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고성국: 현재의 대선지지도는 문재인은 아직 선언하지 않았지만 선언한 것이나 똑같고, 안철수도 선언하지 않았지만 국민이 대선후보라고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조사하는 것 아닌가. 김두관은 그런 의미에서는 국민이 아직 대선후보로 보고 평가한 적은 없다. 전문가들이 잠재력에 주목해 평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 지지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이 사람이 6월 중 지사직을 던지겠다고 하는데, 그 순간 김문수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면서 새로운 대권주자로서 부각될 것이다. 김문수는 더 이상 대권행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단숨에 4~5%대 정도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 이후로는 이 사람 하기 나름이다.

사회(김능구): 국민은 안철수 원장의 애매한 행보에 실망감을 드러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박근혜와의 대결구도에서 격차가 여전히 오차범위 내에 머물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나?

유창선: 안철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야권의 다른 대안들에 대한 불만족감이 반영돼 기대심리는 계속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식으로 안철수가 뛰어들겠다는 선언을 하면, 범야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많이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

사실 다른 당에서는 워낙 나올 뉴스거리가 없기 때문에 진보당 사태를 가지고 보름째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내달 중순 정도로 접어들고 안철수가 출마 선언하고 나면 전반적으로 분위기의 터닝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고성국: 안철수의 강점이 중간층의 확산성이 높다는 것이다. 1대 1 대결구도로 가면 문재인은 상대적으로 안철수에 비해 색깔이 분명하니까 중간층이 쉽게 표를 못 던진다. 중간층 대다수는 어느 쪽에도 표를 주지 않을 텐데, 안철수가 나왔을 때 이 대다수의 중간층들이 별로 부담감을 갖지 않고 안철수에게 던질 수 있다.

중간층 확산성이 크다고 하는 강점이 이런 부분이다. 후보적합도로만 보면 안철수, 문재인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각각 박근혜와 1대 1 대결구도 갔을 때는 중간층 확산성을 갖고 있는 안철수가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이택수: 안철수 원장 아버님이 얼마 전에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고 병원을 닫겠다는 말을 했다. 저는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는 게, 본인이 아닌 그의 부친 발언이 있고 나서 안철수 원장 지지율이 많이 빠졌다.

안철수 원장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이유가 아직 검증되기 전이고 총선에도 개입하지 않았고, 여러 유탄들을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6월에 출마선언 하고 여러 가지 검증과정 거치면 다를 수 있다.

일단은 야권연대가 중요한데, 단일화 과정에서 이겨야 한다. 야권 내부의 검증과정을 얼마나 잘 버텨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과정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게 안 원장은 정치를 했던 분이 아니고 조직이 없기 때문에 이 험난한 정치의 길을 걸으면서 지금처럼 자유롭게 고공행진 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고성국: 문재인 이야기를 하면서 너무 높은 지지율로 시작해 절박함, 불안함이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마찬가지로 안철수도 굉장히 높은 지지율로 시작할 것이고, 출마를 선언하시는 순간 컴플러스 효과로 5% 정도 더 뛸지도 모른다. 문제는 거기서 더 갖고 오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출발하는 안철수가 거의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출발하는 것이다. 결국 이를 끝까지 잘 유지해서 가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건 안철수가 아니라 누구라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지지율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미 박근혜는 여러 차례 지지율 조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와 있지만 안철수는 약간만 떨어지면 그때부터 상당히 힘들어지는 상황이 예상된다.(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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