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국의 분수령인 4.11총선은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며 승리한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패배로 막을 내렸다. <폴리뉴스> 및 자매지 월간 <폴리피플> 34호(2012년 5월호) 정국진단 좌담회는 이번 총선 결과를 평가하고 올 12월 있을 대선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짚어보았다.

4월 27일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배경과 민주당 등 야권의 패배원인을 먼저 진단하고 이어 이번 총선결과에 따른 대권경쟁구도의 변화 등에 대해 진단했다. 특히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여야 대선주자들의 전망에 대해서도 아울러 분석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정치아카데미 김만흠 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능구 본지 발행인과 고성국 정치평론가, 유창선 정치평론과, 여론조사기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김만흠):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지지율과 대선전망에 대해서 어떠한 유추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대선 투표율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54.3%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지난 2007년 대선 후 2008년 총선에서 46.7%의 동일정당 후보가 이겼다고 하니 이번에도 변화의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겠는데, 이번에 나타난 지지율로 미루어 향후 대선구도를 예측해 본다면?

이택수: 눈에 띄는 건 세대별 격차이었고 지역별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차이가 뚜렷하다. 그러나 대선구도는 총선구도와 다른 양상인 것 같다. 박근혜 위원장이 최근 안철수 원장을 수도권에서도 앞서기 시작했다.

박근혜 위원장에게 지금 어려운 상황은 세대별 격차다. 20?30대를 비롯해 40대에게까지도 크게 지고 있는 상황인데, 지역별로 호남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앞서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에게는 세대별 격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숙제가 있다. 적어도 40대를 잡아야 하는데 결국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앞으로 남은 8개월 동안의 과제다.

유창선: 박근혜-안철수 구도로 짜여질 경우 리더십 표현의 방법에 있어 상당히 대비될 것이라고 본다. 박근혜의 수직적 리더십과, 정치권에서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큼의 안철수의 열린 소통의 리더십이 대비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한 대비효과는 전반적으로 대선에서 안철수에게 아무래도 플러스요인으로 상당히 작용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김능구: 선거란 어느 쪽 지지층이 투표장에 더 많이 나가느냐의 게임이다. 새누리당내 경선 가지고 이러저러한 말들도 있지만 이번 대선의 최종 후보가 될 박근혜 위원장에게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50%를 넘기기는 상당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최소한 투표율 60% 정도다. 지금 민주통합당 내에서 낙관론이 있다. 수도권에서 10~15% 정도 투표율이 오를 것이고 그랬을 때 득표수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김만흠): 수도권도 득표율로 따지면 통합진보당도 비슷하게 올라가는 것 아닌가?

김능구: 득표율로 봐도 47:42 야권연대가 이긴다고 보는 것이다. 수도권 투표율이 올라갈 것을 예상해 낙관론이 있는데, 나는 이것이 대선에서 질 수 있는 중요한 하나의 패착이 될 것이라고 본다.

‘대선후보 영남 문재인, 당대표 충청 이해찬, 원내대표 호남 박지원’ 이런 식으로 중진원로들이 합의했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기존 정치세력에 옐로카드를 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시대정신인데, 이 같은 행태는 그것에 역행하고 있다. 야권 중심에 있는 민주당이 지금 이 흐름과 이 구도를 깨지 않으면 또 다른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가 설 땅도 없다.

고성국: 그 구도에서는 안철수는 멘토다. 나중에 메시지 좀 전해주고 5% 정도 얹어주면 되는 사람으로 되어 있다. 그 그림은 전혀 현실적이지도 않고, 공천에서 지분 나눠먹기 하다가 참패한 불과 두 달 전 경험도 까먹어버린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짓이다.

김능구: 앞서 한명숙 대표에게 고 박사께서 지적한 ‘포장정치’ 이야기가 있었는데, 민주당이 공천에 실패한 게 어떻게 포장의 문제인가? 실제 내용의 문제다. 전체적으로 내용과 포장 모두 문제지 포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민주당에) 낙관론이 있고 이에 기반해 그림을 그린 것이다.

고성국: 총선도 리더십이지만 대선이야말로 리더십이라고 본다. 대선은 대선주자가 직접 모든 국민을 상대로 선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선주자의 리더십이 모든 국민과 1:1로 조응되면서 가게 되어 있다. 총선과 대선에 있어 대선에서의 리더십이 훨씬 직접적이다.

박근혜-안철수 구도를 예로 들면, 리더십에 있어 중요한 요소에 리더가 갖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힘도 힘이지만, 대선주자도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이때의 실수가 주는 타격을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요소다. 실수 덜하기 또는 실수가 나왔을 때 잘 리커버 하기의 게임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더 잘할 거냐라는 관점에서 안철수가 과외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로 꽤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까 어디까지 따라와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어느 쪽이 실수 덜하고 실수가 나왔을 때 어떻게 리커버 할 수 있느냐 하는 건 과외공부로 안 되는 거 아닌가?

유창선: 총선 이후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계속 우려가 된다. 총선 이후 자성, 반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한명숙 대표 사퇴하고 비상체제 들어간 것 빼고는 세세하게 패배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패배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이해찬·박지원 담합은 정말 퇴행적 장면이다. 시대가 과연 이해찬이라는 사람, 박지원이라는 사람을 야당의 얼굴로 원하고 있는지 의문인데, 자신들은 DJ와 노무현의 연합이라고 하지만 국민은 DJ와 노무현 간 연합의 시대를 원하는 게 아니다. DJ, 노무현 시대를 넘어 새로운 미래야당으로 가기를 원하고 있는데, 오히려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렇게 됐을 때 민주당의 틀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 외부작용에 의해 대선이 치러져야 한다. 전반적인 여론이 거기에 얹혀가는 문재인보다는 안철수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민주당 틀이 해체가 되는 과정에서 야권 판이 다시 짜여지면서 대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야권의 움직임이 안철수의 공간을 넓혀주고 있다.

김능구: 민주당 대선주자로 문재인 쪽으로 가고 있는데, 그 그림을 만드는 데 이해찬 전 총리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이는 민주당의 한계다. 총선을 참패로 보지 않고 ‘우리가 이만큼 해왔고 이 정도 진출했다’는 식으로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총선 과오를 인정한 사람이 대선에서도 중심이 돼서 꾸리겠다고 할 수가 없다.

문재인 당선자는 국민의 정서를 착각하고 있다. 4월 25일자 일간지 보도를 보면 노무현재단 이사회에서 문재인 당선자와 한명숙 전 대표가 같이 활짝 웃고 있더라. 정치인이고 그것도 대선주자라면 언론의 사진 한 장이 미치는 반향까지 다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답답했다.

저는 문재인 당선자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본다. 한때 박근혜 위원장과 1대1 가상대결에서 오차범위까지 갔던 문재인 당선자는 대선 전초전인 이번 총선을 명실공히 민주당의 대선주자로서 치렀어야 했다. 낙동강전선 PK전투에만 계속 묶여 대선주자로서 총선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 이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 진짜 실책을 범한 것이다.

그 지역도 부산의 중심도 아니거니와 거기 있으면서도 PK 전체를 아우르지도 못했고 PK와 수도권 간 연결도 해내지 못했다. 그렇게 완패한 선거였기 때문에 최소한 자숙기간을 가지라고 하는 것이다. 대선주자로서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래야 한다고 본다.

국민적 지지의 요인이 되는 문재인이 갖는 겸손함과 그 속에서 나오는 진지함까지 다 실추됐다고 본다. 여기에, 포스트 노무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나는 노무현과 다른 사람이다”라고 부정해버렸다. 이러한 것들이 맞물리면서 문재인 대선지지도가 한 자릿수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사회(김만흠): 야권 대선주자들의 대권 가능성과 그 변수들에 대해서 짚어보자.

이택수: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안철수 원장이 선거 끝나고 대안으로 부상했고 문재인 이사장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세균 의원은 여전히 영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 유시민 대표도 여러 가지로 어렵다. 이정희 대표는 아직 차차기주자다.

반면 손학규 전 대표가 좀 주목을 받고 있다. 안철수 원장을 제외하고 지지율이 유일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 그래봐야 3~4% 수준이다. 김두관은 지지율 1.5% 밖에 안 나오고 있는데 굉장히 미미한 지지율이다.

고성국: 대선주자가 총선을 치르고 여기에 대해 입장이 나와야 한다. 주요 정치지도자는 그래야 한다. 이 입장정리를 한 건 박근혜밖에 없다. 당 정상화시키고 이번 공약한 거 지키도록 하고 민생정치에 집중하겠다고 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야권에서 안철수, 총선에 대해서 뭐라고 했나? 뭐 이야기한 거 있나? 문재인, 이 총선에 대해서 뭐라고 했나? 없다.

지금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아예 대선주자로서 자신을 자각하고 행동하고 있지 못하다. 굉장히 한가하다. 정말 절박하고 처절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지금 (손학규 전 대표는) 유럽 5개국 정책투어 하고 있다. 그게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한가하게 보인다.

안철수와 문재인 두 사람 다 총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대중한테 설명을 안 한다. 졌다고 생각하는지, 졌지만 가능성을 본 선거라고 생각하는지, 사상구 당선에 대해서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유창선: 저는 민주당에서 문재인이 여전히 1순위 주자임에는 분명한데, 바람까지 일으킬 확장성은 줄어든 상태다. 더구나 민주당이 정말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문재인도 바람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본다.

저는 김두관은 늦었다고 본다. 하려면 지난해에 던지고 뛰어들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문재인 아닌 대안으로 결국 안철수에 시선이 다 향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김두관이 확보할 독자적 공간은 대단히 좁을 수밖에 없다.

나머지 주자들은 그렇게 의미 없을 것이라고 보는데, 손학규 같은 경우도 확장성의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에 그 이상 가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본다. 저는 안철수의 가능성이 커지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김만흠): 대체로 김두관은 힘들다고들 보고 있는데, 나머지 분들도 동의하나?

김능구: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박근혜 위원장의 가장 위험한 다크호스로 김두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장부터 시작한 인생역전 드라마라 등을 미루어 상당히 파괴력 있다고 보는 것인데, 작년부터 끼어들었어야 했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총선 성적표를 본인이 받아들여야 한다. 2010년에 야당의 광역단체장들이 앞으로 시정, 도정 잘해 수권정당 모습 보이고, 정권교체까지 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재정이 굉장히 어려운 인천의 경우 송영길 시장의 시정이 야권에 플러스 된 부분은 없었다.

경남에서도 김두관 지사를 대선주자 급으로 봤다면 총선후보로 밀어줬던 누군가가 ‘우리 지사 대선으로, 청와대로, 000는 국회로’ 하는 분위기는 형성됐어야 했는데 전혀 없었다. 이번에 김 지사 옆에 있는 특보, 비서실장 등이 나가서 전부 지리멸렬했다. 이 결과를 정치인들은 잘 받아들여야 한다. 총선, 대선 따로 보지 않듯이 총선 따로이고 이제 본전찾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도의회를 새누리당이 장악해 도지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대선도전을 그 돌파구라고 하는 말이 있다. 그러나 본인 계획보다는 야권 전체의 정권교체에 자신이 보탬이 되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도정 열심히 해 득표율을 높이든지, 아니면 자기가 생각하는 대선주자의 국민드라마에 흥행을 높일 수 있는 뭔가 하든지.

고성국: 지방권력을 2년 전 민주당이 상당지역에서 가져갔는데 2년이면 심판론이 먹힌다. 그런 점에서 각지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적잖은 부담이 됐을 것이다.

사회(김만흠): 더군다나 지역개발사업 공약에 대한 실천도 중요한 부분인데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능구: 강원도도 그렇다. 지역발전에 대해서 한 일이 없다고 한다.

사회(김만흠): 박근혜 대선행보와 관련해, 현재 경선 룰까지 치고 나오면서 여러 잡음이 있지만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큰데, 그 외에 어떤 변수들이 있을지에 대해서 토론해보자. 박근혜가 독자적으로 계속 대세를 유지한다고 했을 때 당 운영에 있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들도 있었는데 이를 포함해 다른 가능성들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자.

김능구: 18대 총선 때 공천 곳 받아 무소속으로 나가 당선된 친박계 20명 정도가 모여 여의포럼을 만들었다. 당시 김무성 의원이 생산적인 정치모임, 그룹을 도모하겠다고 해 일면 톱기사로 나갔었다.

이때 기자들이 박근혜에게 ‘여의포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분들 생각일 뿐이다’고 했다. 그 말 한 마디에 다들 깨깽 했다. (박근혜는) 지금 거의 다 보면 개별관계를 맺고 있다. 어떤 그룹이 생겨 뭔가 논의하고 토론하다 보면 그 속에서도 힘이 생기니까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다.

나는 당시 친박이 정치그룹을 만들면 계파싸움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정치가 될 수 있다고 봤는데, 그것을 한방에 날린 것도 그렇고 전부 뜻을 접게 된 것도 그렇다.

고성국: 원인이 어디에 있건 문제를 해결해야 될 1차적 책임은 박근혜에게 있다. 박근혜가 그걸 해결하려고 해도 해결할 수 없을지 모른다. 박근혜는 이미 40년 가까이 정치를 가까이서 봐왔거나 이끌어왔는데, 그 과정에서 형성된 정치적 태도와 정형이라는 게 있다. 누가 주위에서 ‘별로 안 좋으니 고쳐 달라’고 조언 한두 마디 한다고 해서 고쳐질 일은 아니다.

이는 박근혜도 그렇고 이명박, 김영삼, 김대중 다 마찬가지다.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과, 예컨대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리더십으로는 국가경영에도 도움이 안 되고 당장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문제제기고 조언하는 것도 하지만, 이를 이 사람이 정말 고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따라서 1차적 책임이 박근혜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정말 고치려고 생각한다면 이 문제를 인식한 사람들이 치열하게 이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고 행동해줘야 한다. 새누리당 얘기다. 야당이나 국민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없다. 국민은 냉정하게 보고 있다가 제대로 고쳐지지 않을 것 같으면 표로 심판해버리는 끝나는 것이다.

나는 지금 깨깽 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박근혜가 그것을 스스로 잘 고치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될 경우 ‘그러면 어쩔 수 없다’고 보고 그냥 갈 것인가. 내가 보기에 대개가 ‘어쩔 수 없다’고 보고 그냥 있다. 그런 게 공멸이다.

사회(김만흠): 김문수는 별로 변수가 안 된다고 보는 것인가?

고성국: 김문수는 대선출마선언 하는 날 지사직 던진다는 분위기였는데 하루 만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황당하지 않나.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대선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대선출마 선언을 현직 지사가 했으면 당연히 ‘지사직은 어떻게 합니까?’라는 게 첫 번째 질문일 텐데, 이 질문에 대해서 하루 만에 말이 바뀌었다. 전혀 준비 안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도청에서 이면지 문건이 발견됐다. ‘박근혜는 얼음공주고 김문수는 마음이 따뜻하고…’ 이걸 도청 공무원들이 하고 있었다면 한 번 했겠나? 만날 하고 있었겠지. 김문수는 더 나아갈 힘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

비박연대도 김문수가 있음으로 이야기되는 것인데, 이재오?김태호?정몽준?정운찬까지 김문수가 축으로 서있을 때 비박연대도 가능하기에 먼저 깃발을 든 것인데, 일주일도 안 돼서 거의 자멸해버린 수준이다. 그러면 비박연대도 끝나는 것이다. 변수가 안 되는 수준이다.

무늬만 경선이 아니고 치열한 경선을 하는 게 박근혜에게 더 좋다는 생각들이 대세였는데 막상 김문수가 출마선언하고 비박연대가 구성되고 룰 이야기가 나오면서, 진짜 이런 경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게 될 수 있다.

추대론을 편 이상돈 위원 자신이 해명하기를 ‘추대하려 한 적 없다. 워낙 게임이 안 되는데 추대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표현을 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새누리당 당원이나 국회의원 상당수가 ‘이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유창선: 그렇긴 한데 친박 쪽에서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박근혜까지 직접 나서 쏘아붙이는 것보다는 그냥 내버려둬도 되고 상황에 따라 비율 조금 조정해도 대세에 아무 상관없는데, 들어줄 거 들어주면서 끌고 가는 게 낫지 않나 한다.

사회(김만흠): 저도 그 느낌이 들었다. 룰 바꾼다고 해서 대세에 지장은 없는 것인데 좀 더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검토해보자는 정도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선수네 룰이네 하면서 잘못 대응한 것 같다.

고성국: 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이재오가 지난 3~4년 동안 여권의 2인자, 실세로 있으면서 매번 했던 이야기가 “이명박도 내가 만들었다. 그때 함께 만든 페이스 5명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불과 얼마 전에 “반박연대 구성하고 당에서 제대로 된 경선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친이계들 만나서 했다.

그런데 지금 룰 가지고 고리 걸고 한판 해보자고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박 위원장으로선) 그래봤자 대세에 관계없다고 통 크게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등허리가 좀 당기긴 당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박근혜나 친박 반응이 좋다거나 한 건 아닌데 이해할 만은 하다.

이택수: 작년 김문수 및 오세훈-박근혜 대결을 한 적이 있었는데 대략 박근혜 대 반박이 50:30에서 50:35 정도 나왔다. 그건 양자대결 할 경우 야당지지층이 김문수나 오세훈을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비박진영으로선 양자구도에서는 그렇게 큰 열세는 아니다.

예를 들어 50:35가 좀 더 지지율이 오고 가면 박빙으로 갈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을 노림수로 보고 김문수는 그 방향으로 국민이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이야기했던 것이고, 박근혜는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억울한 모양새였다.

준비가 안 됐다는 측면은 여러 장면을 보고 느꼈다. 김 지사와 가까운 의원들이 낙선하거나 낙천됐다. 이분들의 페이스북을 보면 초조함이 많이 느껴졌는데, 그래서 김문수 지사를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고 준비되지 않은 채 출마선언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서 경선 룰을 이야기한 것인데, 양자구도에서는 아마 해볼만 하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박근혜 위원장의 감정선을 건드린 것이다. 경선 룰 이야기하니까 ‘탈당한 적 있지 않느냐’면서 감정적으로 대립하게 됐고,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으로 갔다.

김문수지사 지지율이 1% 정도에서 출마선언 한 2~3일 전에는 4% 가까이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많이 오른 것인데, 이게 또 2% 초반으로 많이 빠졌다. 이에 구심점 역할을 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김능구: 국민참여폭을 넓히는 경선 룰은 일반국민이 보기에 일리 있는 것 아닌가.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 등도 말했지만, 새누리당이 지금 완전 박근혜당 아닌가, 국민들로선 그 부분을 바꿔야 게임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최근 친박 핵심을 만나봤는데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것도 두려워하더라. 자칫 잘못해 박 위원장에게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부당함을 두려워했다. 여의포럼 발족 당시 뜻을 접은 했던 사람들은 한나라당 내 야당이었음에도 그랬고, 이번 공천 과정에서도 확인되면서 더 심화됐다. 이러한 당 구조는 국민드라마 같은 경선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모순이다.

사회(김만흠): 개방경선으로 갔을 때 지지자 아닌 계층이 참여하면 새로운 지지양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 앞으로 남은 8개월 기간 동안의 정치일정상에서 혹은 후보의 움직임에서의 변수, 돌출될 정책이슈의 변수 등 몇 개의 분기점이 있을지 등 예측해보고 이번 좌담 마무리하자.

고성국: 심판론으론 대선 치를 수 없다. 자기 이슈, 자기 어젠다 없는 후보는 대선레이스를 완주할 수 없다. 저는 세 가지를 보는데, 두 개의 이슈와 하나의 어젠다다. 이슈는 역시 복지와 안보일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정당 차원에서건 주자들 입장에서건 정돈된 이슈를 제시해야 한다. 이게 없으면 아예 낄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하나의 어젠다는 역시 민생이다. 이게 복지와 겹치기는 하지만 행보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획을 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민생행보는 박근혜가 가장 먼저 스타트 했고 손학규도 민생행보 한다고 하고 있고 나머지 주자들도 민생행보를 다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민생행보의 핵심은 진정성과 상호소통성이다. 박근혜의 부족한 부분이 소통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는 모습보다는 진정성 있는 민생행보를 꾸준히 일관성 있게 함으로써 그 문제를 뚫어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실패할지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안철수가 지금 많은 인기를 얻고는 있지만 아직도 공중에 뜬 듯한 느낌, 현실에 두 발로 단단하게 딛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막연하게 좀 불안한 느낌을 해소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도 안철수식 민생행보에서 아마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재인이 갖는 지나치게 선비기질적인 면, 가령 대중성이 부족하고 스킨십이 부족하고 추진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정치기획도 말하자면 문재인식 민생행보이다. 대선주자들은 자기 색깔을 잘 살린 민생경쟁으로 가는 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유창선: 정권심판론이 여전히 유효하긴 하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식상한 면이 드러난 상황이다. 그것과 함께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정치의 변화에 대한 기대, 가능성을 얼마만큼 보여주느냐가 2002년 대선에서도 그랬듯이 상당히 중요하리라고 본다.

대선레이스에서 지금의 현상, 질서를 교정하는 쪽이 유리하게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 새누리당도 박근혜당으로 굳어버렸을 때는 역풍이 불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박근혜만 바라보고 박근혜만 끌고 가는 당의 모습을 보이면 대선에서 높은 지지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도 과거 질서의 복원에만 머무르는 수준으로는 역시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저는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기존정당 밖의 제3의 세력이든 간에 현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모색을 하는 쪽에 민심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안철수 변수가 가장 큰 변수라고 본다. 입당 안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지만, 입당할 경우 언제 하느냐, 입당 안 한다면 야권에서 화학적 단일화, 연대가 가능하겠나. 연대 과정에서 서로간의 공격, 공세에 따른 내상도 예상된다. 새누리당 대진표가 어느 정도 짜여져 있다고 한다면 야권에선 안철수 변수가 가장 크고 유일한 변수라고 본다.

김능구: 주관적일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정치,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누가 제시할 수 있느냐가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박근혜 위원장은 새누리당으로 변화하면서 일정정도 인정을 받고 효과를 본 게 총선승리였다면, 이후에는 40% 대세론 속에 안주하다가 깨진 이회창 악몽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냐,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으로 (대중 속에) 들어갈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야당은 안철수라는 변수를 포괄하는 2002년과 같은 국민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와 아울러,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인데, 공동정부를 내걸었을 때 그 속에서 상당히 불안한 요소들이 많다.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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