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4.11 총선에서 패배한 것인가. 2012년에 치러지는 양대 선거가 소셜선거가 되리라던 전망과는 달리, 4.11 총선에서 SNS의 영향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파워트위터리언들은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자신이 무엇무엇을 하겠다는 투표 독려 캠페인을 트워터 공간에서 벌였지만 투표율은 54.3%에 머무르고 말았다. 낮은 투표율의 의미는 선거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4.11 총선이 소셜선거가 되었다면 SNS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세력이 승리해야했겠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SNS에서 여전히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여당세력이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거두었다.

지역격차 드러난 SNS

이같은 선거결과만 놓고 본다면 4.11 총선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소셜선거가 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책의 앞의 글에서 내가 전망했던 소셜선거의 가능성 역시 잘못된 내용이 되어버린다. 어째서 4.11 총선에서는 SNS가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일까. SNS의 여론과는 또 다른 오프라인의 여론이 나타나고, 그 앞에서 SNS 여론이 패배하는 결과가 생겨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은 12월 대선에서 SNS의 운영전략을 전망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우선 4.11 총선에서 SNS의 영향력이 퇴조했다는 근거부터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SNS에서 우위를 점해온 야당이 패배하고 여당이 승리했다는 결과에서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해의 재보선처럼 SNS가 맹위를 떨치는 선거가 되었다면 그 연장선상에서 야당이 승리를 거두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SNS 영향력의 정도를 전국적인 단위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너무 범위가 커서 오히려 의미가 적어진다. 적어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4.11 총선의 결과는 여촌야도라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야당이 강세를 보이고, 농촌지역에서는 여당이 강세를 보이는 특징이 그것이다. 사실 이 여촌야도는 과거 시대의 선거 패러다임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다시 여촌야도 현상이 나타난 것은, 물론 다른 요인들도 복잡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지만, SNS의 사용비율에 대한 지역간 격차의 반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SNS 사용자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야당이 우세하고, SNS 사용자가 적은 농촌에서는 여당이 유세한 선거결과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4.11 총선에서 야당은 전국적으로는 패배했지만, 수도권에서는 승리를 거두었다. 수도권에서는 야당이 승리하고 비수도권에서는 여당이 승리한 선거결과가 나온 것이다. 블로터닷넷과 그루터가 2009년 4월 1일부터 2011년 7월 31일까지 한국어 트위터 사용자를 조사한 결과, 서울에서 45.4%, 경기에서 21.57%, 인천에서 4.84% 등 사용자의 71.81%가 수도권에서 트윗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 사용자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야당이, SNS 사용자가 적은 비수도권에서는 여당이 승리하는 선거가 되었던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면 곤란

그렇게 보면 선거에서 SNS의 영향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누어서 봐야한다는 얘기가 성립한다. 이를 주의깊게 나눠보지 않고 전국적인 차원에서만 소셜선거를 말했던 것은 추세는 말할 수 있었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발생하는 상황을 낳았던 것이다. SNS의 영향에 따라 투표율이 상승하고 특히 젊은층의 투표참여가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2011년 분당을 보궐선거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모두 SNS 사용자가 많은 수도권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당시 두 선거가 소셜선거로서의 특징을 강력하게 보여주며 야당의 승리로 끝났기에 그 기억은 소셜선거에 대한 전국적인 기대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4.11 총선의 결과는 SNS의 영향력에 있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민주통합당 후보로 부산 북강서을에서 낙선한 문성근은 선거가 끝난 뒤, "서울·수도권에 비해 부산지역에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듣는 청취자가 적어 젊은 층의 표심을 잡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앞의 나의 얘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4.11 총선이 이러한 경험을 놓고 볼 때 12월 대선에서의 SNS 전략 또한 보다 섬세하게 세워질 필요가 있다.

4.11 총선에서 SNS의 영향력이 파괴력을 갖지 못했던 또 하나의 원인으로, SNS에서의 여론이 오프라인에서의 여론과 괴리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물론 이전에도 온라인의 여론은 오프라인의 여론보다는 더 진보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어왔다. 그래도 온라인의 여론이 오프라인의 여론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풍이 불었을 때, 2011년 4.27 재보선에서 천안함관련 북풍에 대한 역풍이 불었던 때, 이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승리했을 때 등, 무수한 사례들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지난 4.11 총선에서는 오프라인의 여론이 온라인의 여론을 따라오지 않았다, 오프라인의 여론은 온라인의 여론을 거부하며 양자간의 괴리를 그대로 드러내보였다. SNS에서는 김용민의 막말에 대한 비판에 대해 김용민을 옹호하는 흐름이 강력했다. 8년 전의 발언을 갖고 문제삼을 수 없다는 의견부터, 새누리당에도 논문표절 후보가 있는데 왜 김용민만 문제삼느냐는 반론, 그리고 나꼼수에 대한 보수세력의 공세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김용민을 위한 변명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SNS 공간에서는 이같은 정면돌파 여론에 대해 오프라인의 여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프라인의 여론은 이전처럼 SNS 여론을 쫒아가기는 고사하고, 거꾸로 반발하며 야당 반대표로 결집하는 현상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SNS 여론이 가질 수 있는 양측면을 보여주었다. 즉, SNS 여론은 오프라인의 여론을 선도하는 여론주도 공간이 될 수 있기도 하고, 반대로 오프라인 여론과는 괴리된 폐쇄적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후자의 측면이 부각될 경우, SNS가 소통의 공간이 아닌 일방적 주장의 관철 공간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음을 4.11 총선의 과정은 보여주었다. 물론 선거 때가 되면 트위터 등에서 당파성이 강한 정치적 주장들이 수없이 분출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트위터에서는 쌍방향 소통보다는 자기 주장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4.11 총선 과정에서 전체 트윗량은 10.26 재보선에 비해 5배 가량 늘어났지만 의견을 올린 이용자 수가 늘어난 것은 2배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된다. (<경향신문> 2012년 4월 17일) 전체 트윗량이나 리트윗(RT)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의견을 올리는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그에 못미친다는 얘기이다. 이는 결국 트위터 인구가 늘어나는만큼 많은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다양한 의견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올리는 정해진 사람들의 글이 반복해서 리트윗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트위터가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는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칫 정치적 주장이 같은 이용자들끼리 자신들의 입장을 확인하거나 관철하려는 공간으로 닫혀버린 위험을 드러낸다. 실제로 정치적 의견이 다른 이용자에 대한 적대적 멘션들이 난무하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파워트위터리언들의 주장에 대한 리트윗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SNS에서의 소통을 통해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설득하는 생각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그러니까 다양한 사람들의 소통의 광장이어야 할SNS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심해질 경우 트위터 등의 공간이 쌍방향적 특성을 상실하고 올드 미디어가 보여주었던 일방적 전달을 재현할 위험마저 있다. 4.11 총선 과정에서는 이전부터 제기되어왔던 이러한 우려들이 단지 기우만이 아니라 현실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이 드러났다. 그 결과 트위터는 여론형성에 있어어 더 이상의 확장성을 갖지 못한채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결의대회하는 식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SNS 운영방식은 그 영향력을 스스로 반감시켜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SNS가 그저 정치적 입장이 같은 사람들끼리 자신들의 생각이 같음을 확인하는 공간에 머무른다면 그 실질적 효과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가 SNS가 여론형성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반대편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은 못바꾼다해도,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설득의 효과를 가져오는데 대한 가능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SNS를 하면서 과연 소통하고 있는지, 혹 생각이 다른 사람은 발을 붙이지못할 정도로 몰아붙이는 살벌한 투쟁의 공간으로 삼고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4.11 총선은 SNS의 역할과 그 운영전략에 대한 여러 교훈을 던져주었다.

소셜선거로의 추세는 변함없다

4.11 총선에서 SNS의 영향력이 기대에 못미쳤다고 해서 소셜선거로 가는 추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정치 이전에 모바일혁명과 SNS 인구의 급증에 따르는 큰 흐름의 추세이다. 지역과 세대에 따라 그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4.11 총선 결과를 갖고 그 흐름에 의문을 갖는 것은 정확한 판단은 되지 못한다.

여당의 승리로 끝난 4.11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12월 대선은 소셜선거로서의 높은 가능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SNS 이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선거 결과를 좌우하고도 남을 비중을 갖고 있다. 다만 지역간 세대간 격차에 따른 차별적인 선거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실질적으로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4.11 총선 결과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소셜선거의 가능성을 줄인 것으로 해석될 것이 아니라, 그 적극적 성과를 내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과 방법이 필요함을 일깨워준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유창선 (정치평론가/폴리칼럼니스트)

※ '열린칼럼'의 글은 본 사이트 논조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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