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 진영싸움의 절정...‘87체제 종언’ 20대 총선 과제로

2012년 4.11총선에서 ‘세대구도’가 ‘지역구도’의 벽을 뚫는 정초선거가 될 것이란 기대는 역시나 섣부른 것이었다. 지난해 9월 ‘안철수 현상’과 10.26 서울시장 재선거에서 보인 2030세대 주도의 ‘시민정치’의 바람이 이번 총선에서 한국 정치지형을 규정한 ‘87체제’에 균열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오판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 배경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사활(死活)을 건 대선행보에 있다. 이번 4.11총선을 사실상 박 비대위원장의 대선 전초전으로 만들면서 지역구도를 보다 자극한 데 있다.

박 위원장은 대선주자이면서도 당권까지 장악해 자신의 대선 승패를 이번 총선에 걸었다. 이는 보수진영의 중심지인 영남 민심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고 막판에는 총선서 새누리당이 패배하면 ‘박근혜도 죽는다’는 위기의식으로 나아가게 했다.

이러한 박 위원장의 승부수는 영남을 여전히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만들었고 반대급부로 호남도 민주당과 야권이 수성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영남에 기반한 보수정치의 기형적 우위구도도 그대로 유지됐다.
그 결과 영남 67석 대 호남 30석 간 37석의 차이란 야권에게는 ‘천형’, 새누리당에게는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의 표현처럼 ‘신이 내린 정당’으로 만드는 기형적 정치구도의 위력이 새삼 확인하게 됐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새 정치’에 대한 변화열망이 이번 총선에서 좌절했다. 진영과 지역간의 대립구도가 새로운 정치공간을 열어야 한다는 욕망을 억눌렀다.

이번 4.11총선 결과로 12월 대선은 양대 진영간 싸움의 최절정을 보여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총선 총 득표수와 정당 득표율을 보면 새누리당과 야권연대 진영은 거의 5 : 5 구도로서 그 결과를 누구도 쉽게 전망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대선국면에서 제3지대나, 제3세력을 내걸고 대선 승부수를 띄울 상황이 못 된다는 것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양대 진영간의 팽팽한 대립구도를 이완시킬 수 있는 변수는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87체제’ 위기를 부른 ‘안철수 현상’에서 드러난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이번 대선에 개입할 공간이 급격히 축소됐음을 의미한다.

진영구도 연말 대선에 절정...‘87체제 종언’은 20대 총선 과제로 남겨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총선과정에서 진영정치에 대한 반대의사를 피력하고 진영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를 지향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12월 대선은 진영구도의 틀 속에 갇힌 셈이다. 따라서 안 원장이 대선에 뛰어들기 위해선 민주당 입당이든, 신당 창당이든, 박원순 서울시장 방식의 국민후보가 되든 어떠한 방식과 경로를 통하든 진영의 대표주자가 되지 않고서는 대선 도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기대했던 ‘87체제’의 종언을 고하는 정초선거는 올 연말 대선이 아닌 2016년 20대 총선의 과제로 유보된 것이다. 다만 이번 총선결과에서 2016년 총선이 ‘87체제’를 극복하는 선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줬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수도권에서의 2030세대의 진출이 야권의 승리를 이끌었고, 낙동강벨트 선전에 힘입어 부산지역 야당 득표율이 40%에 육박한 것은 미래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위안거리이다. 이번 12월 대선에서 ‘87체제’의 공고한 틀에서 벗어날 순 없지만 ‘87체제’ 종언에 기여할 가능성을 높인 점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 상임고문과 안철수 원장 2명 중 한 명이 대선주자가 될 경우 부산경남지역에 대한 도전이 다시 핵심이슈가 될 것이고 대선서 부산지역 총선득표율 40%를 넘길 경우 대선 승패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영남지역구도에 균열을 가해 ‘87체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부산 득표율은 30%에 불과했다.

현재의 기형적 영남과 보수 우위의 정치구도를 타파하는 것은 민주와 진보진영에게는 절대적 지상과제이다. 영남을 제외한 수도권과 충청, 강원권까지 티끌까지 끌어 모아야 야권이 보수진영에 간신히 5 : 5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현 기형적 정치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항상 경기를 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권심판 정서’가 팽배했음에도 박 비대위원장의 결기에 찬 대선행보는 영남 민심을 돌아서게 만들었고 심지어 위기의식까지 낳으며 견고한 지역과 진영구도 속에 몰아넣었다. 그 결과가 문대성 후보의 명백한 논문 표절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김형태 후보의 성폭행 논란도 모두 묻어버렸다.

이는 대립적 진영정치의 절정이다. 자기 진영의 큰 잘못에는 눈 감고 타 진영의 티끌만한 잘못이 발견되면 가혹했다.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8년 전 발언은 정치인으로선 부적절한 한 것이나 문대성 후보나 김형태 후보와 견줄 만한 사안이 아님에도 총선 막판 이슈는 ‘김용민 막말’이 장식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러한 기형적 지역과 진영 대립구도를 지탱시키는 제도적 산물인 ‘87체제’의 종언은 결국 2016년 총선과제로 남겨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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