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변수-숨은표]5%이내 접전지역, 숨은표에 따라 승부 갈려…與 ‘긴장’ 野 ‘자신’

“숨어 있는 야당표가 5%는 넘을 것 같다.(이혜훈 새누리당 선거종합상황실장)” vs. “우리에게는 숨은 표가 있다. 초박빙 지역은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4.11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9일. 여야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새누리당은 ‘긴장’하고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야권의 숨은 표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112곳 중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되는 50∼70여곳의 승부는 숨은 표에 따라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선거종합상황실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실제 개표결과가)여론조사는 물론 출구조사와 15~20%까지 틀린 적이 있다"며 “그때 새누리당이 압승하는 것으로 결과가 발표됐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참패했다”며 숨은 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8일 서울 서대문을(김영호)지원유세 현장에서 숨은 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드러내며 “우리에게는 숨은 표가 있다. 초박빙은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야권에 대한)확신을 가지고 투표해달라”고 말했다.

숨은표, 선거결과 캐스팅보트…숨은표 특징 살펴보니

숨은 표가 당락을 결정짓는 핵심변수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부터다. 당시 여론조사상 15∼20% 앞서며 압승을 예상했던 여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숨은 표가 야권으로 집단적인 쏠렸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 이후 형성된 이명박 정부의 신(新)안보정국이 그대로 침몰한 까닭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숨은 표의 ‘특징’이다. 일반적인 집전화 여론조사로 잡히지 않는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이 숨은 표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숨은 표가 야(野) 성향을 보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숨은 표는 ‘부동층’과는 ‘다르다.’ 숨은 표 성향의 유권자와 부등층 모두 ‘묻지마 식’ 투표행태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선 같지만, 부동층의 경우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없고 인물을 중시하는 반면, 숨은 표는 특정 이슈에 따라 지지후보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선거 막판까지 부동층은 부동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지만, 숨은 표는 당락을 결정짓는다. 이슈에 민감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슈에 민감한 숨은 표의 특징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선거 초반 여당은 지역일꾼론을, 야권은 반MB 연대를 각각 들고 나왔으나, 선거 중반 여당이 천안함 사태를 고리로 북풍 몰이에 나서자 야권은 즉각 ‘전쟁 vs. 평화’ 구도를 짜며 젊은 층에게 투표를 호소했다. 그러자 20∼30대를 중심으로 SNS(쇼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세대 간 투표 현상이 집단적으로 발현됐다.

야권은 당시 ‘No Vote? No Kiss!(투표 안한 애인에게 키스해주지 마라)’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대적인 투표제고 운동에 돌입했다. ‘No Vote? No Kiss!’ 슬로건은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고, 소설가 이외수, 개그맨 김제동 등이 트위터상에서 투표 독려 운동을 펼쳤다. 이는 결국 투표율 증가로 이어졌고, 야권은 대승을 거뒀다. 특정 이슈가 숨은 표와 맞물려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4.11 총선 막판 여당이 ‘김용민 막말’ 파문에, 야권이 새누리당 ‘김태호 홍문표 정우택 성완종’ 부도덕성 쟁점화에 각각 사활을 건 것도 숨은 표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여당은 숨은 표의 야 쏠림현상을 끊기 위해서, 야당은 정권심판론의 재점화를 위해서 각각 당력을 총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이날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총선에서 숨은 표는 최소 5%∼최대 1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숨은 표는 기존 여야 구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특정 이슈에 민감한 계층과 기성 정치권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혼재돼있다”며 “(숨은 표가)‘정권심판론’으로 쏠리게 될지, 야권 악재로 쏠림 현상이 둔화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보통 선거국면에서 숨은 표는 야권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당초 4.11 총선 초반 구도는 ‘정권심판론’에 방점을 찍었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각종 비리 의혹이 재점화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통합당이 과반을 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하지만 4.11 총선 막판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노원갑)의 과거 막말 파문으로 정권심판론 불씨가 조금씩 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명숙 대표의 지도력 부재와 이해찬 상임고문, 이용득 최고위원, 천정배 의원 등의 김용민 결단 촉구가 맞물리면서 판세 혼전양상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여당과 보수언론의 물타기 프레임에 민주통합당이 갇혔기 때문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아직 유권자 표심에 남아있고, 경기도 ‘수원 토막살해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늑장대응 논란으로 이명박 정부 치안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여권의 숨은 표 고리 끊기 작전이 성공할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4.11 총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숨은 표의 움직임은 이제부터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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