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자화상

굴욕이었다.
수모였고 치욕이었다. 종교편향에 저항하며 2500만 불자들의 염원을 대변하고자 승려의 신분으로 불교연합당을 창당했던 스님에게 한국불교는 결코 스님편이 아니었다. 이상하리만큼 냉정하고 차가웠으며, 성원과 지지는커녕 폭행에 가까운 수모를 가하며 철저하게 당 대표인 스님을 외면하기까지 했다. 이날의 불교행사에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4월 7일 토요일 오전 10시. 충남 계룡산 동학사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원장 지원스님)의 주최로 사부대중 1만 명이 참가하는 “2012년 포교결집대회 및 국태민안 기원 1만인 계룡산 등반법회” 가 성대하게 열렸다. 전국적인 규모의 이날 행사에는 풍물 등 다양한 문화공연과 함께 종단의 고위급 스님들이 대거 참석해 자비의 쌀 나누기 등 그 행사만으로는 충분히 공감대 형성이 가능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주최 측 추산 약 8천여 명의 신도들이 운집한 가운데 이날의 행사를 주도했던 포교원장 지원스님을 비롯해 108산사순례기도회를 이끌고 있는 선묵 스님 등 종단의 고위급 스님들이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행사장 중앙통로를 통해 입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였다.
무대를 정면으로 오른쪽에서 갑자기 소동이 일어났다.
장내는 일순간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 이내 용역업체의 직원들과 종단의 스님들이 어느 노장 스님 한 분을 행사장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행사의 안전을 위해 파견되었던 관할 공주경찰서의 일부 경찰관들은 종교행사의 민감한 사안을 반영이라도 하듯, 장내를 진정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도대체 소동이 일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용역업체 직원들과 몇몇 젊은 스님들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내동댕이치듯 떠밀렸던 스님이 바로 불교연합당의 당 대표이자 종단의 종회 수석부의장 출신으로 종회의원 5선의 현 불국사 부주지 및 포항 오어사의 주지를 맡고 있는 장주스님(속명 이재열)이었다.

스님의 표정은 비통과 울분으로 가득했다.
몸싸움에 입술이 터진 듯, 핏기가 선명했지만 스님은 아랑곳 하지 않고 소리쳐 외쳤다. 2500만 불자들의 대동단결을 외치는 몸부림이었고, 그것은 곧 작금의 한국불교에 대한 성찰과 자성을 촉구하는 혁명적 투쟁으로까지 비쳤다.

하지만 스님의 그 몸부림에 그 누구도 동요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러나 평소 스님을 가까이에서 모신 듯, 몇몇 보살은 스님의 안위를 걱정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철저하리만큼 왕따였고 따돌림이었던 그날의 행사에 스님이 어떠한 이유에서 어떠한 행동을 했기에 봉변에 가까운 수모를 당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법랍 50년에 종회의원 5선으로 국회로 치면 국회부의장에 버금가는 종단의 간부급 스님이라면 이날의 행사에서도 최소한의 예우는 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날 스님의 입장에서 한국불교의 행사는 어느 누가 보아도 결코 환희와 감동의 도가니는 아니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스님은 자신이 창당한 불교연합당의 지지와 성원을 불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당 대표로서 이날의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평소 스님의 정치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종단의 일부 스님들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스님의 돌발적인 행동이 행사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스님을 견제하던 중이었고, 이 와중에 스님이 갑자기 행사장 중앙통로로 진입하려 하자, 이에 당황한 몇몇 스님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스님을 행사장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다소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이에 격분한 스님이 그들에게 호통을 치는 과정에서 행사장이 잠시 소란스러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그 소동에 담겨져 있는 뜻의 의미는 상상외로 충격적이었다. 잠시 소동이 중단 된 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님의 폭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일부 스님들에 대한 잡음과 종단내부의 거대한 구석구석이 스님을 통해 엿보였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자화상이었다.
승려가 승려의 본분을 망각한 채, 정치판에 발을 디뎠다고 모두가 외면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승속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알 수 없는 이유로 스님이 종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것인지, 적어도 한 가지 정도는 이날의 행사와 스님의 인터뷰를 통해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스님의 정치활동에 대한 교계의 비판적인 시각이 스님이 정치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와 신념과는 상관없이 편견과 폄하로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 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승려가 산 속에서 수행이나 할 것이지...”

이날 행사에 참여한 대다수 스님들의 시각도 분명히 그랬다.
그러나 그 대다수 스님들의 행동에는 알 수 없는 묘한 여운도 담겨져 있었다.
그 어느 누구도 스님을 적극적으로 만류하거나 스님을 친화적으로 대하기는커녕 모두가 스님의 눈치만을 살피는 듯, 참으로 알 수 없는 한국불교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세한 내막이야 범부가 일 길은 없지만, 분명한 건 스님에게 모두가 일종의 약점이라도 잡혀있는 듯, 그저 스님을 피하고 보자는 기색이 역력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님은 차마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종단의 구석구석을 전부 다 알고 있다고 인터뷰를 통해서 이미 밝혔었다. 그 구석구석이 무엇인지는 상상에 맡긴다고도 했다.

“오죽하면 승려인 내가 정치를 하겠다며 정치판에 발을 디뎠겠습니까! 한국불교의 변화를 위해서도 제가 이 한 몸 희생하고자 비판을 무릅쓰고 정치판에 발을 디디게 된 것입니다. 2500만 불자들의 대동단결과 스님들의 뼈를 깎는 자성과 성찰이 한국불교는 물론 한국의 정치까지도 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스님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신념에 대해 창당선언문에 공약으로 공표해 놓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스님들도 이제는 더 이상은 신도들의 주머니나 탐내지 말고, 병풍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고 정당하게 부처님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를 중생들에게 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신의 정치철학은 대자대비 부처님의 화엄경과 금강경에 입각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고도 했다.

착잡한 하루였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하는데, 스님의 처지가 다소 안타깝기도 했다. 소신과 신념이라는 계란으로 편견과 폄하로 무장된 대다수 스님들의 알 수 없는 모호한 태도라는 바위에 스님이 무대포로 들이대고 있는 형국이 바로 작금의 우리 대한민국 불교의 현실이라는 것이 그 괴리를 떠나 한국불교의 자화상으로 떠오르게 한다. 그 누가 부메랑이 될지 아직은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불자들의 대동단결과 한국불교의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스님의 소신과 신념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스님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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