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신동우’ vs. 야권단일후보 ‘이부영’ 대충돌…민선구청장 출신vs.민주화운동 산증인

서울의 동쪽 끝에 위치한, 북쪽으로는 경기도 구리와 동쪽으로는 하남시, 남쪽으로는 송파구와 인접한 곳. 강동구(江東區)다.

과거 1990년대 서울에서 유일하게 꼬마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킨, 하지만 2004년 탄핵 열풍 속에서는 당시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준, 때문에 여야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 강동갑이다.
송파, 서초, 강남 등에 인접해있어 아파트 시세가 범 강남권과 용산구 등과 더불어 비싼 축에 속하지만, 동시에 강일동을 시작으로, 암사동과 길동 등 낙후지역이 적지 않다. 강한 후보를 원하면서 동시에 주민들의 지역개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일꾼을 원하는 지역이다.

그곳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동남권의 한 축이면서 강남권에 비해 소외받은 강동갑이 4.11 총선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4.11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누리당에선 민선 3∼4기 구청장 출신인 신동우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는 이부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각각 나섰다. 사실상 ‘1대 1일’ 구도다.

신 후보는 과거 구청장 시절 지역개발 등 지역주민들의 현안을 원만히 해결, ‘일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야권단일후보인 이 후보는 과거 1990년대 강동의 자랑이었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과 DJ(김대중)가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의 공세를 뚫고 꼬마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 후보는 ‘지역일꾼론’을, 이 후보는 ‘큰 인물’을 통한 정권심판론을 각각 내세웠다. 기자가 4일 오후 강동구를 방문했을 때도 신 후보는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고, 이 후보는 ‘MB 민생파탄 심판해야 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겼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새누리당에선 선거의 여왕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4.11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강동갑에 방문, 신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섰고 대권잠룡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기자가 방문한 4일 이 후보 지원유세에 각각 나섰다. 강동갑 총선 승부가 ‘박근혜의 미래전진론이냐, 손학규-이부영의 MB심판이냐’로 좁혀진 까닭이다.

신동우, 첫째도 둘째도 ‘지역경제’ vs. 이부영 ‘정권심판+큰 인물’론

신 후보의 선거유세는 예상보다 조용하게 진행됐다. 이날 오후 5시 30분 강동구 길동시장에 신 후보가 유세차에 올랐다. 신 후보는 이날 유세연설에서 첫째도 둘째도 ‘지역경제’를 강조했다. 큰 목소리를 내지않고 조목조목 자신의 공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길동시장 상인들에게 자신이 추진한 ‘암사시장 현대화 사업’을 거론하며 “길동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매진하겠다”면서 “말만 하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가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이어 “제가 삼성 엔지니어링 유치하지 않았느냐. 길동 사거리에 이렇게 큰 회사들이 수십 개 더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상인 여러분 돈도 벌고 (지역 내)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한 뒤 “그런데 이런 일은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다.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 나 혼자가 아닌 너와 내가 함께 하는, 함께 사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유세를 마친 뒤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 후보는 강동갑 지역의 정권심판론 바람에 대해 “오래된 구호다. 이제는 주민들이 식상해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후보를 의식한 듯 “구 열린우리당 시절 얼마나 국민들이 실망을 했느냐. 당시(2004년 17대 총선)에도 한나라당(김충환)후보가 당선됐다”고 말한 뒤 “정권심판론은 선거 막판에도 불붙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MB심판 같은)선동정치에 유혹되기에는 많이 발전했다. 주민들은 비전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인터뷰를 마친 뒤 지역주민들에게 인사하자 50대 주부 김미자(가명·여)씨는 “저는 새누리당 팬이에요. 걱정 마세요”라고 인사했고, 비슷한 또래의 주부들 역시 “맞아. 맞아 그래도 새누리당이지”라며 신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다만 시장 상인들은 ‘길동시장 현대화 사업’ 공약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큰 관심이 없는 듯 무표정한 표정도 더러 보였다.

반면 이날 오후 6시 강동구 상일동 상일역(5호선)에서 열린 이 후보의 지원유세 현장에는 ‘야권단일후보 이부영. 강동의 발전도 큰 인물이, 강동의 뿌리 깊은 나무 이부영!’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대형 유세단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후보가 나타나자 지역 주민들은 이 후보의 ‘귀환’에 반가움을 표시하며 ‘이부영! 이부영!’을 외쳤다.

이 후보는 유세 직전 <폴리뉴스>와 가진 인터뷰 첫 마디에서 “이명박 정부는 민생파탄 정권이자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정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후보는 이어 “이명박 정부 들어 중산층과 서민들이 몰락했다”면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야권단일후보들이 힘을 합쳐 민주주의 복원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유권자들을 만나면 이런 민심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19대 국회 입성시 “우리 정치의 틀을 바꾸고 싶다. 여야 모두 서로를 인정하는 정치를 만들어 지역대결을 넘어 정책대결로 가는 시스템을 만든 뒤 보편적 복지국가와 남북국가연합 등을 통해 새로운 2013년 체제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16∼18대 ‘강동갑’ 유권자 표심 살펴보니…누가 더 유리할까

곧이어 이 후보가 유세차량에 오르자 지나가던 지역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었고, 경제적 양극화로 서민들을 도탄에 빠뜨렸다.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학벌사회로 인해)우리 아이들이 패배자가 되고 있다. 패배자로 만들기 위해서 아이들을 키우느냐. 바꿔야 한다”면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함께 누리고 함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사회발전의 운영원리를 바꾸겠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손학규 상임고문이 손을 흔들며 등장했다. 손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분당을(김병욱)을 시작으로, 의정부을(홍희덕), 의정부갑(문희상), 양주동두천(정성호), 포천연천(이철우), 하남(문학진) 지역에 유세를 돌며 강행군을 벌인 탓인지 목소리가 쉬었다.

손 상임고문은 이 후보의 과거 민주화운동 경력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부영 선배님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알았는데, 선배이지만 제자나 다름없다”고 추켜세웠다. 손 고문은 “2013년 체제를 열기 위해서 이 후보가 왔다”고 포문을 연 뒤 “민간인 불법사찰 등 아직도 유신독재의 잔재가 이 땅을 흔들고 있다”면서 “이 후보는 유신 체제하에서 언론자유를 억압할 때 제일 먼저 나선 이 시대의 양심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는 (민주화운동 기간동안)5차례의 옥고, 7년 동안 감옥에 살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만을 위해 살았고, 정치권에 온 뒤로도 자신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만 살았다. 한국 정치가 어떻게 하면 역사를 궤를 같이하며, 그것을 이끌것인가만 생각한 사람이 이부영 후보”라고 밝혔다.

또한 손 상임고문은 “87년 체제가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질적 민주주의에 기초한 공동체적 발전이 그것이다. 약자를 내버려두는 자유방임주의적 사회가 아닌 약한 사람도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체제를 열기 위해 ‘이부영’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위원장을 겨냥 “민간인 불법사찰 얘기가 나왔을 때 박근혜가 ‘나도 사찰을 당했다’고 했다. 거기에 더해 (민간인 불법)사찰은 전 정권도 했다며 물타기를 했다”고 꼬집은 뒤 “박근혜의 말은 새누리당이 집권을 해도 민간인 사찰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 상임고문은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꿨다고 ‘시커먼’ 색깔이 ‘흰색’이 될 수 없다”면서 “이부영을 선봉장으로 독재세력의 잔재를 뿌리 뽑고 정권교체를 위해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손 후보의 연설이 끝난 뒤 이 후보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지역얘기를 하지 않고 가면 섭섭하니까, 딱 한가지만 말하겠다. 지하철 9호선을 연장 추진하고, (고덕동과 상일동의)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뒤 이 후보와 손 상임고문은 지역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손 상임고문이 지원유세를 벌였다면, 새누리당 후보인 신 후보의 지원유세에는 박근혜 위원장이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9일 강동구 암사동을 방문했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의 이념은 민생이다. 지금 사회양극화가 점점 커져가고 있고, 또 재래시장이나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서민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민생을 강조했다.

동시에 박 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야권이 말을 바꿨다며 “ FTA, 해군기지도 야당이 다 폐기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세계 어떤 나라가 대한민국을 신뢰하겠는가”라고 말한 뒤 “19대 국회에서 FTA 폐기하겠다고 싸우고, 한미동맹을 깨자고 싸우고, 해군기지로 싸운다면 어떻겠는가. 과연 우리 국회가 그럴 시간이 있는가"라며 야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한편 지난 16∼18대 총선 후보자 득표율을 살펴보면, 16대 총선의 경우 이 후보가 52.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노관규 새천년민주당 후보(41.8%)를 제치고 당선됐다. 반면 17대 총선에선 당시 김충환 한나라당 후보가 47.2%로, 43.4%를 기록한 이 후보(당시 열린우리당)에게 신승을 거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선 김충환 한나라당 후보가 59.7%를 기록, 송기정 통합민주당 후보(28.8%)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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