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강제송환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송환은 반인권적임으로 극구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중국과 북한은 국내법과 양국협정에 의거해 불법월경자를 본국에 송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제송환에 대한 찬반을 넘어 이제는 한중간 외교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양국관계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문제는 원래 복잡한 사안이 뒤섞여 있는 탓에 해결 자체가 깔끔하게 쾌도난마식으로 나오기 힘들다. 그러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로 상충하는 가치와 규범이 혼재되어 있을 때는 가장 우선적이고 선차적인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그나마 일을 덜 그르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체포된 탈북자의 생명과 인권 보호를 그 무엇보다 앞서는 원칙으로 인정해야 하고 이를 요구해야 한다. 이들 탈북자는 명백히 자유의지에 의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고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다. 또한 송환될 경우 가혹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전한 의미의 난민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체포된 탈북자의 인권과 자유의사를 인정하고 강제북송을 막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생명과 인권이야말로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단일한 목소리로 송환반대 결의안을 제출한 것도 그 맥락이다.

그러나 탈북자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 인도주의라는 국제적 규범 말고도 국내법과 북중간 협약이라는 다른 규범도 존재하고 있다. 북중 사이 국경관리와 안전이라는 차원에서 중국은 불법 월경자를 단속하면 북으로 송환하게 되어 있다. 실제로 중국 내 탈북자는 명백한 정치적 망명의지를 가진 체제 탈출형과 경제적 이유로 일시 중국에 나온 생계형 월경자가 혼재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적 망명과 생계형 일시 탈북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탈북자를 난민으로 규정할 수 없는 현실적 처지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단체 등이 생계형 탈북자에게 접근해 한국행을 유도하는 것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만약 국정원 관련 인사가 한국행을 권유한다면 더 복잡한 경우가 될 것이다. 이는 마치 경제적 이유로 돈을 벌로 미국과 일본에 불법입국한 한국 사람에게 친북인사가 와서 북한행을 조장하는 것과 같은 경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계형 탈북이 아닌 정치적 망명에 한해 북송반대와 한국입국을 요구하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체제탈출형 망명도 외부 인사와 조직이 개입된 기획의 경우 북한은 기를 쓰고 저지하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가 북에 남은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기획 탈북을 하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만약 기획탈북이 발각되어 체포된 것이라면 온전한 의미의 인도주의적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탈북자 송환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번 경우도 한국 정부가 목소리를 내서 중국에 공식 요구하고 여야 국회 결의안도 채택했지만 그게 다다. 중국이 강제송환하면 이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 오히려 조용한 외교 대신 떠들썩한 공론화가 탈북자 송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송환 반대 시위와 정부의 공식 요구가 속은 시원할지언정 문제 해결은 실제 더 어렵게 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북중관계에 비해 턱없이 악화되어 있는 한중관계의 자화상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마저 제기된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신뢰에 기반한 한중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탈북자 처리가 좀 더 현실적이고 전향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음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한중관계는 수교 20년이 무색할 정도로 사실상 악화되어 있다.

탈북자 송환 문제는 우리 모두를 분노케 하고 절망케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냉정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강제북송을 막지 못하는 안타까움에만 머물지 말고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마저 잊고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폴리칼럼니스트)

※ '열린칼럼'의 글은 본 사이트 논조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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