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총선과 대선은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정치적 선택이다. 동시에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구조적 위기와 문제점을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해가야 할 방향을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시기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은 우리 사회에 매우 깊은 골이 패어 있음을 실감케 했다. 이른바 2040 세대의 집단적 표쏠림 현상은 거의 묻지마식 투표행태였다. 청년과 중년은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한 셈이다. 민주통합당 공심위가 공천 신청자에게 던진 주관식 질문 역시 이 같은 경제적 양극화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2040의 집단적 아우성은 한마디로 분노와 좌절이다. 비싼 등록금 내고 갖은 고생으로 학점관리하고 자격증 취득과 해외연수가 필수인 스펙 쌓기에 휘청거리면서도 정작 취업이 바늘구멍인 지금의 현실은 20대를 분노케 할 수밖에 없다. 겨우 취직한다 해도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나 인턴이고 결혼 후 주택 구입과 자녀 교육은 당연히 30대를 좌절케 한다. 그것도 용케 지나치면 벌써 고용불안과 노후불안 등으로 40대 내내 불안에 떨어야 한다. 자신의 잘못도 하나도 없는데 패기와 도전의 상징인 젊은이들은 처음부터 희망을 잃고 불안에 떨어야 한다. 가장으로서 열심히 산 것뿐인데 중년층은 항상 빚만 쌓이고 손에 쥐어지는 돈은 없다.

경제적 어려움이 상시화 되고 비정규직 양산과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되면서 한편에서는 1%와 99%라는 극단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끊어진 사다리가 된 지 오래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격려와 희망은 이미 과거의 향수일 뿐이다. 1억원 피부과 한방에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날아간 것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갖는 정치적 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취업난과 불안감에 사로잡힌 2040의 좌절과 날로 심화되는 경제 양극화는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세계 경제의 쓰나미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리먼 사태 이후 미국경제는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고 튼실하게만 여겨졌던 유럽통합의 유로존의 붕괴마저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자본으로 서로 맞물려 있는 세계경제는 혼자만 멀쩡할 수도 없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 10위의 교역국가에 무역규모 1조 달러에 이른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하의 세계경제를 도저히 이탈할 수 없는 처지다. 한미 FTA 찬반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이 수출과 교역으로 경제를 이끌어 갈 수밖에 없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과 그렇다고 한국이 신자유주의를 부인하고 세계경제에서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신자유주의를 철폐해야 한다는 근본주의적 입장은 그래서 우리 한국에게 공허한 구호일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해소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실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구호와 몽상가적 반대에 머물지 않고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만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40의 분노와 좌절에 동참하고 동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말로 2040의 분노와 좌절을 멈출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양극화를 비난하고 저주하지만 말고 진짜 양극화를 줄여나가고 해소해갈 수 있는 우리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고 보면 다행히도 우리에겐 북한이라는 기회가 남아 있다. 미국에게도 없고 일본에게도 없고 독일에게도 없지만 우리는 북한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창을 갖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화해협력이 진전되어 더 이상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적 진전을 이뤄낸다면 북한이라는 새로운 땅은 대한민국에게 제2의 한강의 기적과 또 한번의 경제 도약을 가능케 한다.

북한의 숙련된 노동력과 무궁무진한 자원에 남쪽의 선진 기술과 자본이 결합한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지금의 불안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음은 그 단초에 불과하다. 남북 윈윈의 경제협력뿐 아니라 통일과정에서 필요한 대대적인 대북 투자 역시 한국 경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에서부터 공장 건설과 주택 공급 등 세계불황기에 한국은 뜨거운 활황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남북이 연결되고 명실상부한 경제공동체가 형성된다면 대한민국은 고립된 섬이 아니라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가교국가가 된다. 해양을 아우르고 대륙을 품으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대의 교역국가가 될 것이다. 북한이 열리고 통일이 진행되면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와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식의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북한을 통해 대한민국이 돈을 벌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은 그래서 우리에겐 축복이다. 지금까지 애물단지였던 북한은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일관되게 대북포용으로 대한다면 우리만의 소중한 보물단지가 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고민거리인 신자유주의 극복과 양극화 해소도 바로 북한문제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북방경제권과 남북 경제공동체라는 블루오션이야말로 한국경제에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북을 굴복시키고 타도하고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로 유도하도록 잘 관리하고 관계하고 변화시켜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의 토대를 만들어간다면 분단 비용과 긴장 비용을 줄이고 보편적 복지와 경제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우리만의 밑천이 생기게 된다. 대북강경정책과 한반도 긴장고조는 결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통해 군사비를 줄여나가고 북한요인의 활용으로 경제적 편익을 늘려나간다면 대한민국의 경제도약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2040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신자유주의 하에서도 우리는 경제적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평화가 복지이고 화해협력의 남북관계가 경제인 셈이다. 한국 경제의 해답은 바로 북한에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폴리칼럼니스트)

※ '열린칼럼'의 글은 본 사이트 논조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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