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는 활력이 넘치다 못해 소란스럽기까지 하다. 여권의 선두주자는 일찍 앞서가고 있고 통합된 야권에도 잠재력 있는 잠룡들이 꿈틀대고 있다. 안철수로 상징되는 기성정당과 전혀 다른 새로운 바람이 불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정치지도자들이 이제 본격적인 각축을 벌이게 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주인인 유권자들은 그들 중 한명을 선택해 나라를 맡길 것이다.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정치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이다. 덕망과 자질, 정책성과 전문성, 결단력과 포용력, 도덕성과 청렴함 등등 정치지도자의 기준으로 거론되는 요소는 허다히 많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우선적으로 정치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하나를 필자는 제시하고 싶다. 그것은 시대적 가치를 정확히 꿰뚫고 그 시대정신을 한결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는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하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리더쉽을 발휘했다. 그때는 모르지만 사후적으로 당시의 시대적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1948년은 무엇보다 건국의 리더쉽이 요구되는 시기였다. 좌우의 이념적 경쟁과 남북의 정치적 경쟁을 넘어 어떻게든 반듯한 나라를 세워야 하는 것이 최고의 시대적 요구였고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은 그래서 적잖은 잘못에도 불구하고 사후적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자주와 평등을 시대가치로 간주하고 친소 사회주의 국가를 세운 북쪽은 사후적으로 역사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친서방 시장경제 국가를 세운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건국 이후 시대적 가치는 경제발전이었다. 나라를 세웠으면 응당 구성원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따라서 박정희로 대표되는 경제발전의 리더쉽은 당시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18년의 군사독재와 인권탄압에도 불구하고 박정희가 평가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건국과 경제발전 다음의 시대적 요구는 민주주의였다. 먹고 살게 되고 시민사회가 형성되면서 이제 시대 가치는 민주주의였다. 김영삼과 김대중에 이어 노무현의 리더쉽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박정희 시기에는 불가능했던 민주화 운동가들이 연이어 리더쉽을 확보하는 시기였다.

민주주의 이후의 시대적 가치가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정치지도자의 덕목이다. 2007년 선거는 그것을 토건적 경제발전으로 착각했고 그 결과는 이명박이라는 구시대적 리더쉽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시대가치가 아니었음을 이제 온 국민은 실감하고 있다.

지금 시대적 가치의 관점에서 정치지도자의 리더쉽은 북한통일 문제에 대한 혜안에서 찾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해법을 찾고 외교안보대북정책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철학을 가진 리더쉽이 우선적으로 요구됨을 의미한다. 북한은 우리에게만 존재하는 한반도적 특수성의 산물이다. 다른 나라의 정치지도자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는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리고 평화적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꿰뚫어보는 시대정신을 품어야 한다.

사실 북한은 우리만의 기회의 창이기도 하다. 북이 열리고 우리가 대륙으로 웅비할 수 있게 되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양극화와 이념적 양극화의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애물단지였지만 미래의 북한은 새로운 경제발전의 동력을 제공하는 우리만의 보물단지가 될 것이다. 북한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려고만 했던 이명박 정부는 그래서 시대적 가치에 역행한 것이었다. 남들에게는 없는 그래서 우리만의 고민이자 축복인 북한문제와 통일문제를 가장 현명하게 해결하는 정치지도자야말로 민주주의 이후의 시대적 가치에 부응하는 리더쉽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내년에 이를 분별하고 선택해야 한다.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폴리뉴스 칼럼니스트)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