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에서 개최된 북미 회담이 긍정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호 탐색전에 머물렀던 1차 뉴욕 회담에 이어 이번에는 상호 접점찾기를 진지하게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군 유해발굴 회담과 대북 식량지원 논의 등을 통해 북미간 신뢰는 조금씩 쌓여가던 참이었다. 진전된 긍정적 분위기를 감지할 만하다.

남북관계 중단으로 인해 북미 협상이 제약을 받고 발목 잡히기도 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북미 협상이 시작된 만큼 북미관계 진전이 앞서가고 그 결과로서 남북관계를 추동해내는 수순이 가능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과 미국 모두 지금의 정세에서는 생산성 있는 협상의 동력을 필요로 하고 동의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10년 말 북한의 원심분리기 공개 이후 북핵문제 악화를 막고 정세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북핵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북한 역시 2009년 12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이후 일관되게 비핵화와 함께 평화체제 논의를 주장하면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 양자가 협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금년 들어 북미협상의 모멘텀이 형성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7월에 뉴욕에서 개최된 1차 북미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은 재미교포 이산가족 상봉과 미군 유해 발굴 협상 등을 진전시키면서 인도적 문화적 교류를 통해 협상의 분위기를 조성해갔다. 따라서 이번 제네바에서의 2차 북미 회담은 남북비핵화 회담을 거치는 형식이긴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협상이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회담 직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이해가 깊어지고 일련의 전진이 이룩되었다’고 밝힌 점은 북미협상의 긍정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3차 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이제는 남북 회담이라는 사전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북미협상의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미협상의 진전 가능성은 결국 쟁점이 되고 있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사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사전조치 중에서 국제원자력 기구 사찰단 복귀는 이미 2010년 12월 빌 리쳐드슨 주지사 방북 때 북한이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고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모라토리엄 역시 8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분명히 그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결국 마지막 쟁점인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문제가 논의의 핵심인 바, 이는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체제 논의 문제와 맞물려 북미가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즉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UEP 중단 의사를 밝히고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체제 논의를 수용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최근 논의된 것으로 전해지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북미간 신뢰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협상을 촉진하는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남북관계 중단의 상황에서 어렵사리 마련되어 진행하고 있는 북미협상이 이제는 첨예한 쟁점을 넘어 상호 양보의 타협점을 만들어야 한다. 남북관계로 인해 더 이상 북미 협상이 장애받거나 제약되어서는 안 된다. 제네바 2차 북미회담을 계기로 북미간 쟁점이 해소되고 이른 시일 내에 6자회담이 재개됨으로써 북핵문제 진전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남북관계 갈등 국면을 지혜롭게 풀 수 있는 여지도 여기에서 비롯될 수 있다. 남북관계 자체의 동력이 불충분하거나 불가능 할 경우 북미관계 진전이라는 대외적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남북관계를 추동해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이제 막 시작된 북미협상으로 진전시키고 다시 또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 협상을 진전시키는 상호 선순환의 한반도 정세를 이제라도 우리는 기대하고 싶다.

김근식(폴리뉴스 칼럼니스트/경남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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