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입당 시사, “가능성이 없는 일은 없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후보는 10월 3일 야권통합경선을 앞두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박원순펀드’를 개설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9월 26일 가진 <폴리뉴스>와 자매지 월간<폴리피플>과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박원순 후보는 자신을 서울시장 선거에 불러들인 제일의 공로자는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출마동기에 대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시민사회의 균형과 협력관계, 감시시스템이 깨지고 정부의 독단만 난무하고 있는 현실을 들었다.

또 박 후보는 자신이 서울시장이 될 경우 무엇보다 복지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기본적으로 복지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임을 강조했다. 또 박 후보는 과거 참여연대 시절 ‘4대 보험 의무화’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해 노령연금을 이끌어낸 활동을 소개했다. 박 후보는 복지정책 확충을 위해 무엇보다 전시성 토건예산 삭감을 강조했다.

박원순 후보는 10월 3일 있을 야권통합경선에서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 민주당 입당 가능성도 열어두는 말을 했다. 그는 민주당 입당과 관련, “세상에 가능성이 없는 일은 없다”며 시민사회와 정치세력들, 정당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야권통합경선에서 패배했을 경우에도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50%의 지지율을 가진 안철수 원장이 5%인 박원순에게 양보했던 정신을 살리겠다”며 “혹시 패한다면 기꺼이 선대위원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 이명박의 독단과 불통이 직접적 원인

▶ 최근 “세상이 근본적으로 잘못되고 있는데 시민사회가 기계적 중립으로 간다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고 정치에 참여하게 된 소회를 밝히셨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정치 참여를 권유받은 적이 있지만 흔들리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렇게 결심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

- 고민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정치나 사회현실은 지식인들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저는 본래부터 정치보다는 시민사회에서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손에 물 묻히지 않고 혼자 잘살면 되느냐’하는 요구들이 많아서 사실 괴로웠다. 그 사이 지인들과 함께 백두대간 산행에 나섰고, 생각을 정리했는데 산행 도중 서울시장 선거가 갑자기 결정된 것이다.

그동안 힘들게 만들어온 정부와 시민사회의 균형과 협력관계, 감시시스템이 이명박정부 들어 완전히 깨졌다. 소통은 사라지고 정부의 독단만 난무했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만 해도 얼마든지 야당이나 시민사회와 논의해서 해결할 수 있었는데, 불필요하게 정치쟁점화되면서 엄청난 경비가 낭비되고 여기까지 왔다. 의회나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직한 자세로 경청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오세훈 전 시장의 급작스런 시장직 사퇴로 예기치 않았던 보궐선거에 나서게 되셨는데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내년 총선, 대선 무렵에는 정치에 관여했을 것인가? 아니면 시민운동 영역에 좀 더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나?

-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조금만 다른 리더십을 가지면 얼마든지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이미 참여연대 시절부터 했다. 물론 그때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구상을 가능하면 비영리 단체를 통해 해보고 싶었다. 또 나름대로는 그렇게 해왔다.

제가 강연을 많이 하는 편인데, 강연 때마다 사회의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왜 그걸 실천할 수 있는 공직으로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수천 번 받았다.

26살 때 제 고향 쪽에서 국회의원선거 제의가 있었던 이후 늘 공직 제의가 있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결국 출마결심을 하게 됐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출마를 잠시 고민했었다. 도법 스님께서 소개해주신 전북 남원 소재 귀정사(歸政寺)에서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찰 이름이 ‘돌아갈 귀(歸)’에 ‘정치할 때 정(政)’이었다. 며칠을 묵으면서 ‘이게 운명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시민단체 사람들이 와서 출마하라고 성화였는데, 당시 조금만 더 나를 몰아붙였더라면 그 때 결심했을 것 같다.

오세훈의 대표적인 전시성 사업인 한강르네상스 전면재검토

▶ “5∼10년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발언으로 급진적이란 논란이 있었고 애정을 가진 쪽으로부터도 아마추어 같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한강 르네상스 사업’ 전면 재검토 문제로 말바꾸기란 논란이 제기됐다. 이 문제들에 대해 입장을 밝혀 달라.

- 출마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이 재임한 지난 10년이 ‘도시를 위해 사람을 잃어버린 10년’이라면 앞으로 10년은 ‘사람을 위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10년’이 돼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10년이면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사실 10년이면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라도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 변화의 물꼬를 긍정적인 쪽으로 터보겠다는 이야기다.

한 5년 정도면 그래도 제가 꿈꾸는 많은 정책들이 기틀을 마련하고 일부는 정착되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한강르네상스 발언의 경우 당시 보도를 정확히 보면, 한강르네상스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분명히 강조했고, 출마기자회견에서 밝힌 다섯 개의 주요공약에도 ‘한강운하사업 폐기 내지는 재조정’이 있다. 이미 80~90%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왕 만들어진 시설에 대한 활용방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언론사의 오해가 있었지만 다 수정됐다.

전임 시장들이 서울시정을 정치화해왔고, 대표적인 전시성 사업인 한강르네상스는 전면재검토하고, 정책조정기구를 마련해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존폐여부를 결정하겠다.

▶ 오세훈 시장 이후 서울시정의 쟁점은 한강 르네상스로 상징되는 개발행정과 무상급식으로 대변되는 복지문제인 것 같다 박 후보께서 구상하고 계신 서울시정의 청사진은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계신지 또 어떤 것이 서울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보고 계신지?

- 참여연대 시절 ‘4대 보험 의무화’를 함께 관철했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해 노령연금을 받게 하는 정책을 주도했으며, 최저생활비 등에 대한 이슈들을 끌어내는데 기여했다.

기본적으로 복지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출마기자회견에서 밝힌 주요 공약 다섯 개중 첫 번째가 전시성 토건예산을 삭감해 그 재원으로 복지·환경·교육 등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하겠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가 친환경무상급식의 조기 확정, 세 번째가 일자리문제 해결이었다. 복지 관련 공약이 과반이었다.

그동안 서울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권욕을 가진 전임 시장들이 대선을 위한 지렛대로 악용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정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또 한 가지는 재정문제다. 고건 시장 시절 당시 9조원었던 부채가 이명박 시장 들어 13조원으로 늘었고, 오세훈 시장 시절엔 25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이자만 매년 1조원이다.

전시성 행정을 철폐하고, 서울시민의 생활안정을 위한 공동체 복원에 최선을 다하겠다.

복지는 시혜가 아닌 시민의 권리

▶ 박 후보께서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 언론 등의 집중적인 검증과정을 거쳐야할 것인데 서울시정에 대해 얼마나 파악하고 계신지? 또 여러 아이디어가 많다고 하셨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정에 접목시킬 구상이신지?

- NGO는 이상만 추구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동안 시민사회활동을 하면서 이상과 현실과 접목하려 노력해왔다. 오히려 행정은 현실적이어야만 한다는 틀을 깨고, 꿈을 가져야 한다.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이후 희망제작소를 찾아와서 시정 관련 브리핑을 한 적이 있다. 비록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인수위원장이 되면서 이념갈등이 생기는 바람에 계속되지 못했지만, 신임 시장이 자문을 구할 정도로 희망제작소가 시정의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반증 아닌가. 그 외에도 ‘좋은 시장학교’ ‘목민관클럽’ 등을 통해 시정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과 컨텐츠들을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 소위 ‘안철수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인물에 대한 선호가 높고 반한나라 비민주 성향의 무당파층이 광범하게 존재한다는 사실도 입증된 것 같다. 한나라당과의 본선을 이기기 위해서는 이런 성향의 표들을 결집시켜야 하는데 안철수 교수의 도움 없이 해낼 수 있다고 보시는지?

- 안철수 교수는 50%의 지지율을 갖고도 5% 지지율인 저에게 양보하신 분이다. 100개를 인정받은 분이 10개밖에 인정받지 못한 사람에게 모든 걸 맡겼는데, 그보다 더한 믿음과 지지가 없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민주당 입당 시사, “가능성이 없는 일은 없다”

▶ 서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25%∼30%가 존재하는 지역이다. 박 후보께서도 선거전략 상 당적을 가지는 문제에 대해 고심하시는 것 같은데 최근 “끝까지 무소속으로 가겠다는 것은 아니다”는 뜻을 밝혔는데 민주당에 입당할 의향이 있는지? 한다면 언제가 될지?

- 세상에 가능성이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민주당 입당 없이 전체 단일후보가 되겠다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에 정치세력들, 정당들과 상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정통 야당이며 서울시의회의 80%를 차지한 힘 있는 정당이다. 구청장도 그렇고 구의원도 그렇고 결국 민주당과의 협력 없이는 서울시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없다. 시민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통합야당으로서 민주당이 혁신된다면 기꺼이 함께 하겠지만, 입당 여부는 이런 시민의 요구를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야권단일후보로 당선된다면 서울시정을 꾸리는 과정에서 범야권이 참여하는 시정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구상은?

- 야권단일후보의 정신에 맞게 해결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50%의 지지율을 가진 안철수 원장이 5%인 박원순에게 양보했던 정신을 살려 이번 기회에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도록 하겠다. 당선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일이 아닌가 싶다.

▶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시민운동 과정에서 한나라당 측과도 교류가 있었고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거꾸로 보수층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입장을 밝혀 달라.

- 과거 20세기의 ‘이념잣대’로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합력(合力)해야 하는 데 자꾸 ‘누구는 좌파, 누구는 우파’하는 식의 이념갈등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이 치열한 내부경선을 치르고 있다. 여기서 승리한 후보와 민노당 후보 등과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만약 후보가 되지 못하면 패배하면 승복하고 승리한 후보의 선거운동에 임할 것인가? 아니면 시민운동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 일단 최선을 다해서 승리할 것이다. 그게 안철수 교수의 ‘아름다운 양보’를 받은 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민심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야권후보단일화 과정은 과거의 정치 행태와는 달리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이길 것으로 기대한다. 혹시 패한다면 기꺼이 선대위원장이 되겠다.

▶ 한나라당 후보가 우여곡절을 겪다가 다시 나경원 최고위원으로 좁혀지는 것 같다.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가진 분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또 본선에서 대결하게 된다면 어떤 점을 부각시킬 생각인가?

- 기본적으로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시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인터뷰어 이명식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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