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다시 ‘천안함’을 생각한다-천안함 사건 1주기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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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 다음 글은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가 천안함 1주기를 맞아 폴리뉴스에 특별기고한 글이다. >

    천안함 46용사와 故 한주호 준위 전사 1주기 추모식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천안함 침몰 1주기(3월26일)를 앞두고 “1년 전 우리는 가해자인 적 앞에서 국론이 분열됐었다. 가슴 아픈 일이다”라며 “당시 북한의 주장대로 진실을 왜곡했던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용기 있게 잘못을 고백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 속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생각이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 하나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에 의한 폭침사건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북한에 의한 폭침이라는 정부 발표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주장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며, 셋째는 이들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었고 따라서 이들은 이제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사람이 아닌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과 발언은 사실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판단된다.

    믿음이 아니라 과학의 문제

    천안함사건이 북한의 폭침사건이라는 대통령의 ‘믿음’은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천안함 사건이 폭침사건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그 혐의는 북한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고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은 믿음과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혹은 정부와 대통령이 그렇게 주장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함께 따라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천안함이 ‘과학의 영역’이라는 의미는, 설사 천안함 사건이 북한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점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심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부정할 수 없는 증거에 의해 증명되지 않으면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80%가 북한 소행이라고 믿는다는 여론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검증’의 프리즘을 통과하지 못하는 한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조사결과는 여전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정부의 발표는 세 가지 지점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는 정부조사가 아직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비롯하여 ‘믿음의 강요’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정부의 섣부름과 국제정치적 이해관계가 포함되어 있다.

    무어보다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천안함이 ‘근접 수중폭발’로 인해 침몰했다고 결론 내리면서, 이 근접 수중폭발이 북한제 어뢰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드러난 모든 데이터는 파편, 충격파, 물기둥, 버블효과, 고열 등 근접 수중폭발과 관련된 현상은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는 물리학자들의 강력한 반론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정부 합동조사단의 근접 수중폭발이라는 주장은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둘째는 진보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주장에 따르면, 천안함 침몰 전후 상황, 근접 수중폭발 여부,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 관련 사항, 어뢰설계도 등 증거물 관련 사항들, 합동조사단 관련사항 등 천안함 사건의 핵심적 논란사항 23가지 항목에서 정부는 각종 반론이 제기될 때마다 계속 말 바꾸기를 함으로써 조사의 신뢰성 자체를 스스로 크게 저하시켰다는 점이다.

    셋째는 다른 나라의 유사한 사례들의 경우 대부분 1년 이상 혹은 수년에 걸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매우 신중하게 결과를 발표하는데 비해, 천안함 사건의 경우는 지나치게 단기간에 조사가 이루어졌고 민간에서 제기하는 많은 반론과 사실관계들에 대해서는 신뢰할 만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서둘러 발표가 강행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피의자 격인 ‘북한’은 논외라 하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우리 정부의 발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이 사건은 싫든 좋든 이미 국내외적인 ‘정치적 쟁론’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천안함 사건과 민주주의

    이상의 문제들은 몇 가지 자연스러운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우선 천안함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는 ‘조사결과 자체’의 불합리성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여 진실을 왜곡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천안함과 관련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을 끌어들여 민주주의를 억압하던 구시대적 발상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 검증은 과학의 문제이지 믿음의 문제가 아니며, 그런 점에서 국론의 분열을 빙자하여 논쟁을 봉쇄하고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가 아니다.

    “천안함 침몰의 진상 규명은 진보/보수의 경계를 넘어 절대성을 지닌 ‘과학의 영역’에 속한다. 이 중요한 본질이 정치적 이해에 퇴색되어 ‘믿음의 영역’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성적이고 과학적 논쟁이 절실히 필요하다”(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천안함과 과학의 절대성’).

    이와 같이 천안함 논란이 민주주의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무엇보다도 과학적 논쟁이 보장되고 동시에 논란이 되고 있는 합조단의 발표에 대해 신뢰성 있는 검증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 한 가지 방법은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여 국정조사 등의 방법으로 검증에 나서야 것이다. 더불어 정부 조사결과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국가 및 북한의 참여까지 허용하는 국제적인 검증작업도, 필요하다면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정부는 천안함 사건 관련 1차 자료와 정보의 공개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참여한 3개 중립국 대표들도 유엔에 회람된 문서를 통해 한‧미당국의 소극적인 정보공개에 대해 문제 제기한 일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미국 등과 체결한 정보비공개 양해각서를 개정해서라도 정보 통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만약 이러한 검증과정을 통해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에 의한 폭침사건이라는 점이 명백히 드러난다면, 이 사건에 대한 책임문제는 전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남조선의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은 북핵협상을 비롯한 모든 국면에서 신뢰와 협상력을 완전 상실하게 될 것이며, 국제사회도 더 이상 남과 북의 주장을 동시에 병기한 유엔 안보리 성명과 같은 애매한 결론을 내리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에 의해 ‘국론분열’의 주도자로 규정되고 있는 시민사회도 새로운 차원에서 대북인식과 정책의 변화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타협할 수 없는 문제로서의 ‘천안함’

    지금 정부는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 진전에서는 일종의 진퇴유곡 속에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시인과 사과를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국내외적으로는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게다가 미중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포함하여 독자적인 북미협상에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천안함 해결없이 남북관계 없다’고 서슬이 퍼렇던 정부가 슬그머니 천안함 문제를 덮어두는 식으로 나갈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천안함 문제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왔던 기존의 연계전략을 포기하고, 천안함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병행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정조사를 포함하여 천안함에 대한 신뢰할 만한 검증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와 별개로 정부는 인도지원과 민간교류의 재개를 비롯하여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문제 등 비정부 분야와 오랜 현안 등을 중심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적극 추진해나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천안함 문제와 관련하여 남북 간의 섣부른 타협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병행정책’의 취지는 천안함 사건을 덮어 두자거나, 혹은 남북이 각자 해석하면 되는 방식의 적당한 해결에 근본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합조단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안함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연계시키지 말고 각각을 분리하여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이 옳다. 천안함 검증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구나 북한의 우라늄농축 카드 제기 이후 북미협상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천안함 해결 이후로 미루는 것도 안될 일이다. 정부가 무리하게 양자의 연계전략을 고수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북한 핵능력 강화의 시간을 벌어주고 남북관계 악화를 방치하는 길이거나, 아니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어설픈 타협을 통해 남북관계 변화를 꾀하는 방법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미관계의 진전 압박이나 혹은 정치적 필요에 의한 남북관계 이벤트(정상회담 포함)를 위해 천안함 문제를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는 것은 남북관계의 근본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더 큰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신뢰할 만한 검증작업을 통해 결과적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이 분명해진다면, 그때는 북한으로서도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결코 회피할 수 없을 것이고, 그때는 남북관계와 동아시아를 둘러싼 여러 상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수많은 허점과 논리적 모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결과적으로는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성립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천안함 사건이 정부의 발표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때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질서에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분명한 점은, 46명의 무고한 희생도 희생이려니와, 북한의 소행이든 아니든 그 어떤 경우에도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질서는 크게 요동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고, 따라서 천안함 사건은 어떤 경우에도 결코 타협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baejh0507@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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