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손학규-유시민 대선전초전 시작...‘대선 전략 수립 후 총선전략 세워야’

[좌담회 ①, ②]에서 이어짐...

<폴리뉴스> 및 자매월간지 <폴리피플>은 4월호를 발간하며 <4.27 재보선과 정국전망> 좌담회를 마련했다.

3월23일 실시된 이번 좌담회는 고성국 정치학 박사, 유창선 정치학박사,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 조사분석실장,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참석했고, 사회는 이명식 폴리피플 편집주간이 진행했다.

좌담회 3번째 파트에서는 재보선과 대선과의 관련성 문제를 다루었다.

차기 대선전에서 가장 관심있는 지역은 ‘박근혜 대 손학규’의 대선축소판으로 치러지는 강원지사 선거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박근헤의 힘’과 ‘손학규-이광재의 힘’이 대결하고 있다.

김해을에서는 야권단일화를 놓고 ‘손학규 대 유시민’의 야권경쟁이, 순천에서는 무공천으로 손 대표가 호남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점이 짚어졌다.

한편, 야권은 '단일화만하면 대선승리'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야권이‘총선이후 대선’이라는 프로세스대로 따라가기 위한 전략으로 총선용 ‘야권연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보다는 본질적인 ‘대선프로젝트’로 총선을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 제시되었다.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정권교체 후 연합구도’에 대한 합의가 전제된 후 이를 토대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상식을 깬 역발상’ 주장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재보선 승패와 관련없이 조기전대를 치룰 것이며 차기 당대표가 영남이나 수도권의 세대교체냐를 놓고 대결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대선발 정계개편과 관련, 현재 서울 등 수도권에서 내년 총선에 한나라당 의원 전멸위기까지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전대 등을 통해 한나라당이 ‘세대교체’로 방향을 틀면서 ‘新3당합당’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전망이 있었고, 반면 한나라당은 이미 ‘박근혜 당’으로 장악되었다며 내년 총선은 ‘박근혜 당’으로 치루면서 대선 발판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다음은 좌담회 일문일답 전문]

사회: 재보선을 통해 결국 내년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정치명운을 걸고 깊숙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어떤 형태로든 정치영향력을 발휘하려 할 텐데, 그 부분과 관련해 토론해 보자.

고성국: 그 점과 관련해서 역시 강원지사선거가 제일 의미 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보면 한나라당이 다소 불리한 선거다. ‘엄기영 VS 최문순’의 경우 엄기영이 약간 불리하다는 판단인데, 후발주자인 손학규는 강원도에 올인해서 이 선거를 이긴다면 그래도 박근혜가 강원도에 어쨌든 출현했기 때문에 박근혜와 직접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의 정치적 영향력에 맞서서 작은 싸움이라도 한 번은 이겨봤다는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이는 10.3 전당대회 효과로 16% 올라간 뒤 계속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던 손학규 입장에서는 이번 강원도선거 승리를 통해 다시 두 자릿수로 올라설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당대표이기 때문에 선거 열심히 하라는 차원이 아니다.

역으로 보면, 강원도에서 다소 불리하다는 점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 인정하고 있다. 거기에 박근혜가 손학규처럼 올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박근혜가 평창올림픽유치위원회 당특위 상임고문이라는 형식적인 자리 하나 가지고 서너 번 정도 강원도에 얼굴을 비치는 것이고, 선거가 격렬하게 혼전으로 가면서 박근혜가 한 번만 더 가면 질 선거 이길 수 있다면 한두 번 더 갈 수도 있을 것이고 막판에 지원유세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옆에서 조금 도와주는 정도일 텐데, 그것으로 만약 이겨버린다면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위력을 유감없이 다시 보여주는 셈이 된다. 최소비용으로 굉장한 효과를 보는 셈이다.

내년 총선 전에는 선거 더 이상 없다. 박근혜가 이 마지막 선거에서 그 위력을 한 번 더 보여주고 선거 마감하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총선 후보들 정해지는 때가 되면 박근혜 발언권 하나가 공천도 상당부분 결정할 것이고, 박근혜가 유세에 나가주느냐 안 나가주느냐로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지역이 여럿 생기게 될 것이다. 강원도선거에서 박근혜 때문에 질 선거 이겼다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면 박근혜가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굉장히 클 수 있다. 총선으로 가면서 굉장히 강력한 레버리지를 갖게 될 것이다.

김능구: 그런 점에서 박근혜가 기왕 이명박 정부 이후 선거에서는 ‘항상 선거는 당지도부가 알아서 할 문제’라면서 참여, 지원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원칙은 살아있다’고 하면서 당특위 고문이라는 직책으로 벌써 세 번이나 강원도를 다녀왔다. 고 박사께서 말씀하셨듯이 이는 내년에 가져올 영향을 치밀하게 봤기 때문이고, 어느 선까지 개입할지는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다. 어쨌든 ‘선거의 여왕’의 위력을 총선 전에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선거이기 때문에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다.
손 대표는 이광재라는 플러스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 그런 속에서 이광재가 손학규지지 선언을 하면서, 마치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대선의 대리전 양상을 만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강원도지사선거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 이유가 있다.

고성국: 선거 초반, 엄기영이 한나라당 입당한 전후에 엄 후보가 굉장히 위험했다. MBC 사장으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정권과의 갈등, 정권이 쫓아낸 것 아니냐는 부분에 대한 설명없이 한나라당을 선택한 데 대해서 강원도민들이 우선 납득을 잘 못했다. 그 본인도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못했다. 그 무렵에 ‘후보를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고,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경선결과 누가 될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었다. 직후인 15일 춘천에서 동계올림픽 유치대회가 있었고 박근혜가 출현했다. 사진을 보면 길게 손뻗어서 엄기영 손을 잡아주고 있다. 이때부터 엄기영이 한나라당 내에서 교체론을 잠재우고 안착한 측면이 있다. 박근혜가 그렇게 크게 힘을 싣지 않는 한두 번의 행보로 엄기영을 안정화시킨 위력을 일단 한번 보여준 것이다. 박근혜의 힘을 최문순이 혼자 막는 것은 역부족이고 손학규의 힘과 이광재의 힘. 최문순 후보 영향력이 어떻게 맞부딪히면서 승부를 낼 것이냐, 포인트를 그렇게 보면 김 대표 말씀대로 대선의 축소판을 본다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윤희웅: 강원도 선거를 가지고 박근혜-손학규 구도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데, 강원도선거 결과에 따라서 박 전 대표의 위력이 재확인될 뿐이지 박 전 대표의 위력에 손상이 간다거나 없던 것이 생겨나는 정도는 아니다. 어쩌면 저만치 너무 앞서가고 있는 박 전 대표보다는 야권에서 손학규-유시민간 경쟁구도가 정말 종반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측면에서 이 선거에 의미를 더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김해을에서 참여당이 후보를 내고 승리를 하게 될 경우 원내로 진입할 것이고, 유시민 대표가 미디어나 여러 가지로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고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길 수 있다.
손 대표의 경우 결과에 따라 승리하게 될 경우 입지가 공고해지면서 두 자릿수로 지지율을 회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앞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들이 없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감과 조직 내에서 불안정한 입지가 더욱더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야권의 대선주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가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김해을 선거 결과로 야권의 유시민 대표와 손학규 대표의 경쟁구도를 전망해 볼 수 있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해볼 수 있다.

유창선: 김해을 선거에서 ‘손학규 VS 유시민’ 경쟁구도는 앞으로 대선 때까지 야권의 지형, 특히 야권연대와 관련된 지형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도의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손학규, 유시민 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은 공통적인데, 손학규보다는 유시민에게 가중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된다.
손학규의 경우는 원론적으로 대선을 생각할 때 노풍의 근거지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는 것에 상징적 의미 부여가 가능할 것이고, 그래서 어떻게든 민주당이 승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의치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퇴로는 있을 것이다. 예컨대 단일화 과정에서 참여당 쪽으로 넘어갈 경우 ‘야권연대 룰에 따라서 우리는 양보했다’는 식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고, 만약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됐 때 김태호에 졌다 하더라도 도리가 없었다는 식으로 나름대로 퇴로는 있다. 손학규의 경우 선거결과가 정치생명을 좌우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유시민의 경우는 대선까지 가는 데 있어 기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참여당 이봉수로 단일화 돼서 김태호를 이기는 경우라면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그것을 발판으로 내년 총선 때 야권연대에서 지분을 적극 요구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상당히 능수능란하게 지분을 따내는 여건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최악의 경우 참여당으로 단일화후보가 됐는데 패배했을 경우 이에 따른 책임을 유시민이 안게 된다. 의석 확보 못했을 때는 내년 총선까지 당이 어떻게 존립할 수 있을지, 또 내년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한다 하더라도 과연 지분을 얼마만큼 요구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지면서 당 자체가 위기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참여당, 특히 유시민 대표 입장에서 대선주자로서 상당히 기로에 서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성국: 유시민이 김해을에 이봉수를 내는 과정에서 친노세력의 동의를 받는 데 실패했다. 김해을에서 국참당의 이봉수를 야권단일후보로 만들고, 그렇게 김태호와 싸워서 이긴다 하더라도 이미 그 승리보다 더 큰 패배와 타격을 받고 시작한 게임이라고 본다. 강금원의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라는 발언은 유시민의 주력부대인 ‘노무현 지지’를 거친 ‘유시민 지지그룹’들한테 간단한 얘기가 아니라고 본다. 강금원의 그 발언은 문재인, 이해찬 등 민주당, 국참당 어디에도 확실하게 손들어주지 않고 있는, 여전히 노무현 세력의 중심을 잡고 있는 이들의 공통된 정서일 수 있다. 이에 유시민은 이미 너무 큰 상처를 입게 됐다고 본다.

손학규로 포인트를 맞춰서 보면 손학규는 강원도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김해는 봉하마을이 있기 때문에 “내가 나서서 판 정리할게”라면서 손학규가 나서는 순간 부메랑을 맞게 돼 있다. 친노세력과 손학규의 관계가 그렇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손학규가 야권단일후보를 결정하는 데 무슨 정치적 승부수를 걸 이유가 없다. 손학규가 강원도에 올인하면 결과적으로 박근혜와 싸우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민주당 지지자들이나 야권 지지자들이 김해에서 유시민과 싸우는 손학규를 보고 싶겠나, 강원도에서 박근혜와 싸우는 손학규를 보고 싶어 하겠나? 당연히 박근혜와 싸우는 손학규의 모습이 보기 좋을 것이다. 손학규는 그것을 선택한 것이다. 손학규가 강원도를 선택하면 이광재가 강원도를 선택한 손학규를 어떻게 지지 안 할 수 있겠나. 자기 정치생명이 걸려 있는 이 강원도선거에 국참당은 후보도 안 내고 유시민은 강원도 갈 일이 없다. 그런데 손학규가 여기에 올인하는데, 그 사람을 지지하고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김두관 말대로 참여정부는 노무현, 이광재, 안희정이 지분을 가진 정부였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유시민도 그랬다고 인정했는데, 이제 노무현은 없고, 이제 적통을 주장할 수 있는 남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강원도선거 과정을 통해서 손학규의 손을 공개적으로 들어줬다. 이는 손학규가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성과로는 엄청난 것이다.
신학용 특보가 손학규가 분당에 출마하면 안 되는 이유 네 가지를 설명하면서 두 번째로 든 것이 “분당에 출마하면 강원도선거를 지휘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 국회의원선거 하나보다 광역단체장 선거가 훨씬 비중이 크고 중요하다. 이는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그렇다. 그런 면에서 이번 4.27에서 분당 직접출마 대신에 강원도 올인을 선택한 손학규 측의 판단이 옳았다, 그리고 거기에 상응하는 정치적 효과를 이미 거두고 있다.

윤희웅: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데, 손 대표가 현 이명박 정권과 싸우는 모습이었으면 가능성도 더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손 대표의 경쟁력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야권진영의 유권자들에게 ‘박근혜 VS 손학규’ 대결구도에서 승리하지 못했을 경우 손 대표가 갖게 되는 리스크는 상당히 크다. 경쟁력에 의심을 갖고 있고 박근혜를 상수로 놓고 과연 경쟁력 있는 후보로 누구를 놓고 고를 것인가 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여주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는 정말 크다. 거기서 감수해야 될 부분이 있다.

사회: 강원도 선거가 박근혜대 손학규 대결의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박근혜가 완전히 전면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고 보는 것은 너무 과도한 것 같다.
그런데 4.27 재보선에서 김해, 순천에서 야권연대 성사가 제대로 안 된다면 야권연대의 범위와 방식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과연 내년 총선 대선에서 야권연대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클 것이다.

유창선: 김해을도 성사될 가능성은 있다. 형식적으로는 단일화하고 방식까지 최종 절충했는데, 이후 서로 책임을 안 질 수 있다. 즉 형식적으로만 지원하거나 총력전이 안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김능구: 현재 김해을 지역위원장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이는 민주당 핵심세력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봉수가 야권단일후보로 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비해서 곽진업 후보는 이전부터 민주당 라인으로 친했는데 활동은 안 했지만 우호적인 정서가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로 하면 이봉수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노무현 특보 내세우면 10% 이상 오를 것이라면서 민주당 측이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에 있는 사람들의 유시민 대표에 대한 반발감도 상당하다. 유시민 대표가 김해을에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면 좀 더 절차와 과정에서 신중했어야 했다. 김경수를 낙마시키는 등등의 과정에서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상당히 패권주의적인 모습으로 비춰졌고 결과적으로 친노세력의 분열을 가져왔다. 그렇기 때문에 강금원 회장도 그렇게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참당의 이봉수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유시민 대표는 상당히 정치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고성국: 유시민은 김해을에서의 결과가 어떻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자업자득이다. 상대적으로 손학규가 김해을에는 깊이 개입 안 하는 것이 좋다. 시민단체가 이미 준비에 나섰고 합리적인 안을 내면 민주당은 그 흐름 타고 가서 결과를 다 열어놓는 것이 손학규로서는 현명한 전략이다. 지금껏 그렇게 하고 있다.
순천 이야기를 더 하면, 정치인들이 기본적으로 유권자, 지지층, 국민에 대한 한없는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정치를 해야 대중정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대중이 뭘 아느냐’는 식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는 순간 대중정치를 할 수 없다. 순천의 경우 손학규와 민주당의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전략적 무공천을 결정했다. 논란은 있었지만 왜 민주당이 순천에서 무공천을 결정했는지를 순천지역 유권자들에게 정확히 이유를 설명해야 된다고 본다. 정확하게 잘 설명했는데도 그 결정을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패배를 감수하고 그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전략적 무공천 결정의 문제의식이 총선·대선을 승리를 위해서, 정권교체를 위해서 아닌가? 호남 유권자가 설명을 잘 들었는데도 정권교체 싫으니까 순천 내줄 수 없다고 하겠나?

김능구: 순천 유권자 여론조사는 60% 이상이 무공천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치인들은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윤희웅: 무소속 후보들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의 경우는 참여당이나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서는 호남에서 민주당 무공천 여러 자리를 요구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 총선에서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선수들이 출마를 준비할 텐데 당이나 후보가 제어할 수 있을 가능성이 없다. 정권이 바뀌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을 약속하기도 애매하다. 지금처럼 무소속으로 유력 인물들이 나오게 되면 사실상 야권인 진보신당, 민노당, 참여당에서 민주당 무공천에 의해서 자기 후보들을 낸다 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든다. 이번 순천선거 상황이 주는 의미가 크다.

김능구: 순천은 다른 지역과 달리 대선주자 문제가 아니라 야권연대, 통합에 대한 호남민심과 호남정치인의 대답을 기다릴 차례다.

고성국: 그 점을 발전시켜서 가면, 제가 최근 야권통합 토론회에서 제기한 문재인데, 저는 야권에 깨야 될 신화가 있다고 본다. 총선에서 이기면 여세를 몰아서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 지금은 박근혜와 워낙 격차가 크지만 내년 총선에서만 이기면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 이러한 신화가 있다. 총선에서 이긴 여세로 대선에서 이긴 사실이 없다. 그것이 객관적인 팩트다.
둘째, 야권연합 하면 이길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박근혜 VS 야권후보의 1:1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고 50만표 이내의 혼전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신화다. 야권후보가 단일화 돼서 야권표 다 결집해도, 플러스알파 없으면 무조건 진다. 저는 이 두 가지 신화에 민주당이 6.2 선거 후에 안주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다른 야당들도 이러저러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 흐름을 타고 가고 있다고 본다. 정확하게 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은 명백히 다른 것이고, 야권 표만 다 결집한다고 해서 승리가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플러스알파를 더 갖고 올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역순으로 대선에 대한 전략적 고민부터 해야 한다. 대선에서 이기는 것이 정권교체지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 정권교체가 아니다. 대선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먼저 해서 결론을 내야 한다.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총선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4.27에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했었어야 했다. 제가 한 달 전부터 제기했던 것이 이것이다.

대선은 권력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연합의 반대급부들을 주기가 굉장히 용이하다. 예컨대 DJ가 JP를 끌어들이면서 경제파트너로 장관 줬다. 이렇게 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최소한 대통령이 임명권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3000명 정도 되니까. 연합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이 가장 많은 것이 대선이다. 따라서 대선에 대한 약속, 그 약속에 근거한 연합이 지켜질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타협이 합리적 수준에서 가능하다. 대선에 대한 합의가 있으면 그 합의를 지키기 위해서 거쳐야 될 통과의례로 총선이라는 것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총선에 모든 것을 걸고 막장싸움처럼 갈 구도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훨씬 많은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차원에서 총선에서 민주당의 양보의 폭이 커질 수 있다.
손학규가 마음을 통 크게 써서 양보를 더 많이 해 주는 개인적인 결단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연합의 합리적인 해법이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호남 유권자들 또는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이 당장 순천 무공천 소식을 들었을 때 이론상 논리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상실감과 억울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 구조를 원천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다. 이 방식으로 풀어야 김 대표가 제기한 호남의 문제를 발전적으로 우리가 승화시킬 수 있다.

호남을 야단치는 방식이 아니라 호남의 잠재력을 최대한 분출시켜주는 방식으로 정치연합의 주체로서 세울 수 있다. 아주 현실적으로 얘기해도 내년 총선에는 한나라당에서 누가 됐건 박근혜가 전면에 나서서 선거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쪽에서는 유시민은 유시민대로, 손학규는 손학규대로 연고를 찾아서 뛸 가능성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전선이 단일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필패다. 가능하면 야권도 최대한 빨리 당겨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도 야권단일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그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전략도 짜고 후보의 판단에 의해서 공천지분도 나누는 방식으로 1:1 구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게 손학규면 박근혜 VS 손학규 1:1 대결에 의한 총선이 되고, 그게 유시민이면 박근혜 VS 유시민 1:1 대결에 의한 총선이 되는데, 그렇게 총선을 이겨야 박근혜와의 격차를 좁히거나 앞서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상식적으로는 맞지 않다. 총선이 앞에 있고 대선이 뒤에 있는데 어떻게 역순으로 하느냐고 할 수 있다. 상식으로 하면 진다. 제가 상식에 안 맞는 말을 하고 있는데 상식으로 따라가면 필패다. 상식을 뒤엎는 발상을 하지 않으면 승부가 안 된다. 그래서 제가 아주 몰상식한 제안을 하는 것이다.

사회: 재보선 결과가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왔다. 그런데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가 되지 못했다.

고성국: 한나라당에는 딜레마가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딜레마는,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안상수 체제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내년 총선에 답이 없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 4.27 선거 지자고 할 수도 없다. 지면 그 다음 날로 대표 물러나고 조기전대가 불가피해지고, 뭔가 ‘내년 총선을 정면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부 구성으로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 텐데’라는 요구들이 있다. 수도권 의원들은 그러한 요구들이 굉장히 절박하고 처절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영남권 의원들은 선거에서 이겨서 안상수 체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자기들 선거에 특별히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뭔가 참패한 이후 바꾼다고 바꿨는데 40대 젊은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세대교체한다고 하면 영남권에서 그 세대교체 바람을 그대로 맞아서 다선의원들 불출마선언 해야 할지도 모르고, 실제 그런 흐름이 자기 지역선거에 큰 도움도 안 된다.
따라서 4.27 재보궐선거 승패 이후 갖고 올 정치상황이 완전히 상반된 2개의 코스가 예상되는데, 이 부분에서 수도권과 영남권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린다. 다만 이를 드러내놓고 얘기를 못하고 있을 뿐이다. 내연하고 있다. 4.27 선거가 어중간하게 2:2 승부 정도로 나면 이 내연이 좀 더 길어지겠지만, 3:1이 됐건 1:3이 됐건 어느 쪽으로든 승부가 나버리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때 행동을 먼저 움직일 지역은 역시 수도권일 수밖에 없다.

유창선: 한나라당의 내부적인 어려움과 딜레마는 아마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기는 경우라 하더라도. 안상수 대표 체제를 가지고 내년 총선 치른다는 것은 특히 수도권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두려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이재오가 복귀해서 당대표직을 맡는다면 친박과의 문제가 있어서 뚜렷한 답이 되기 어려운 면이 있고, 그렇다고 박근혜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 전면에 나서서 치른다는 것은 굳이 대선이라는 결정적인 승부를 앞두고 리스크를 가져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의 얼굴을 둘러싼 고민, 딜레마는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상당히 지지부진한 형태로 장기화될 것이라고 본다. 그 문제와 맞물리면서 여권 내부 전체의 혼돈, 내부적 갈등 역시도 지속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레임덕을 염두에 둔 일련의 움직임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이 당 쇄신 문제를 다시 요구할 텐데, 당청갈등이 재연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될 수는 없다. 아마 그런 갈등과 혼돈이 반복적으로 재연되면서 내년 4월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나라당의 총선을 우선 놓고 봤을 때 긍정적인 희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능구: 이번 재보선은 분당 빼고는 전부 민주당 의원이 된 지역이다. 다른 지역에서 지더라도 분당을만 사수하더라도 참패라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분당을 선거에 안 대표가 신경 쓴 측면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측근들조차도 안 대표 체제는 어렵다고 한다. 그 정도로 안 대표 체제에 대해서 말하자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선거 결과를 어떻게 규정하든지 간에 내년 총선을 위해서 조기전대는 필수적이라고 본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의원들은 이 분위기를 잡아서 나경원 의원이 스탠스 조절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반면 영남권 의원을 대변해 김무성 원내대표, 친이 쪽에서도 현재 마다할 이유가 없고 친박 쪽에서도 김무성 대표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소장파와 중진들, 수도권과 영남으로 나뉘면서 세대교체론과 김무성 대표론이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라는 강력한 대선후보가 있는 반면 친이 쪽에서 뚜렷한 후보가 없는 가운데 비전위원회에서 4월에 한나라당 개혁플랜을 발표한다. 2004년 탄핵 때 박세일 교수가 새로운 강령을 내면서 혁신적 중도보수론을 이야기했다. 지난 12월 안상수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자신들의 새로운 노선이 현재 마무리 단계다. 재보선 전에 어떤 식으로든 발표할 것이다. 그 내용에서도 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좌클릭 했듯이 한나라당도 중도로 오는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걸맞는 새로운 지도부는 필수적이다.

고성국: 여의도연구소의 나성린 부소장이 함께하고 있는데, 대체로 중도개혁주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치노선의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와 공정사회론과도 문맥적으로 맞닿아있기 때문에 그렇게 갈 것이다. 그렇다면 당의 얼굴도 거기에 맞는 사람으로 가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결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박 전 대표가 비토 하는 사람을 당대표로 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그렇다면 김무성 대표에 대한 박근혜의 생각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김무성 대표를 받아들일 수 없을 때도 과연 김무성 체제가 강행 가능하겠느냐. 김무성 대표 카드가 과연 안착하겠느냐에 대해 의문이다.
둘째 김무성 대표 카드는 수도권 돌파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의원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부담만 된다. 국회의장, 부의장 다 부산, 여기에 당대표 부산, 사무총장도 친이계가 내놓을 수 없을 테니까 영남, 이런 당과 국회 지도부의 면면을 놓고 수도권 의원들이 정권심판론에 맞서서 과연 제대로 싸울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도 상당한 부담이 되는 카드다. 나경원, 원희룡 대표론이 그래서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의 이야기다. 제가 ‘新40대기수론 필요하다’, ‘여야 어느 쪽이든 먼저 깃발 드는 쪽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총선으로 갈 수 있다’고 문제제기한 것이 작년 말인데 조금 발 빠른 쪽은 역시 한나라당인 것 같다. 왜냐, 위기의식이 그만큼 높기 때문에 발이 더 빠른 것이다. 생각보다 젊은 40대로 당 얼굴을 교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영남권에 있는 젊은 의원들에게는 공감대를 의외로 밑으로 확산시켜가고 있다. 대구가 됐건 부산이 됐건 이 지역에서도 제대로 된 새인물로 바꿔야 된다는 지역여론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만약 4.27 결과가 어떻든 간에 4.27 이후 한나라당이 세대교체형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화합관리형 대표로 갈 것이냐 논쟁에서 세대교체형으로 갈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 보인다.

윤희웅: 어느 정도 분화 내지 분열, 대립각 세울 수 있을지는 여러 결과에 따라서 예측 가능하다. 한나라당이 지게 되면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친이계가 내년에 당선을 위해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단편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당대표는 결과가 어떤지 간에 5월이든 6월이든 7월이든 이기면 명예롭게 안상수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교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데, 그것이 근본적으로 친이-친박이라는 한나라당 구조를 변화시키는 방향까지 가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과거에도 보면 청와대에 반발하고 도전하는 세력들이 그렇게 했을 때 새로운 주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까지 연결이 돼야 과거의 경험상 가능한데, 지금은 한나라당이 박근혜라는 워낙 거대한 세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나 친이계 내에 있었던 불합리한 모습에 도전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세력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의원들이 내년 선거에서 실제 당선 이전에 공천을 받아야 하는 더욱더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괜히 벌판으로 나왔다가는 공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친박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한 친이계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흔히 선거결과로 한나라당에 근본적인 재편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사실상 내년 총선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겠나. 이번 재보궐선거 이후로 당대표가 바뀐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친이계의 변화, 분화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측면 있다.

유창선: 한나라당의 병은 계속 내년 총선 때까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답이 없는 문제다. 당의 얼굴도 그렇고 여러 가지 쇄신에 대해서. 재보선 끝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목소리, 움직임 나오지만 어려울 것이다. 과거에 많이 해보지 않았나. 선거 끝나고 나면 노무현 정부 시절에서도 열린우리당에서도 나왔고 과거 DJ정부 때도 그랬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인다고 해서 어디로 갈 데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어떤 식으로든 덮어지는 패턴이고 총선까지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묘한 것이 한나라당의 내부적인 위기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마지막 희망은 박근혜 밖에 없고, 결국 박근혜에게 권력이 이동하는 수순이 되고 있다. 그것의 정점이 내년 4월 총선이 될 것이고, 총선이 끝나고 나면 여권이 박근혜에게로 이동이 본격적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선 전까지는 한나라당 병의 치유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김능구: 고 박사께서 대선에서부터 민주당도 역순환하면서 전략을 설정하라는 말씀을 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의 문제의식이 박근혜로 낙선할 것인가, 이길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이긴다면 자기만 살면 된다. 그러나 정권을 빼앗기면 어떤 결과가 온다는 것은 이미 다 겪었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것도 겪었기 때문에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도 현재의 생각과 달리 점차 대선이 가까워왔을 때의 생각이 머리를 짓누를 것이다.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 차원이 하나 있다. 총선·대선이 한 해에 연이어 있다. 국회의원들의 생명은 총선에 달려 있다. 어쨌든 배지를 달아야 자신들이 사는 것이고 그 뒤에 대선이 있는 것이다. 정권교체라는 큰 틀에서는 대선이 중요하지만 개인의 정치적 생명으로는 총선이 중요다. 서울에서 41군데가 한나라당 의원인데, 요즘 RDD조사로 당 지지율 조사에서 4%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가운데 서울에서 강남 3구를 제외하고 다 진다는데 끔찍스러운 결과가 예측된다. 따라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조건이 92년 3당합당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그때 대통령까지도 이대로 가다가는 전부 빼앗긴다면서 이해관계 맞물리면서 3당합당으로서 14대 총선·대선을 치렀다. 저는 그런데 준하는 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총선 때까지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뭔가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新3당합당’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 여러 가지 설이 나돈다.

박세일 이사장의 경우 1.5당을 이야기하면서 합리적 진보와 혁신적 보수가 함께하는 당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연합의 합당을 이야기한다. 또 한나라당 내 불만 있는 보수세력이 ‘선진통일연합’을 형성해 정당조직으로 바뀔 수 있고, 그런 세력들이 총선구도에서 모아지는 흐름들이 분명히 있다. 한나라당내 핵심적인 사람이 말하기를 “내년 총선은 한나라당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변할 수밖에 없다. 세대교체는 출발이고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3당합당 할 정도로 변할 수도 있다고 본다.

고성국: 재미있는 주장이지만 검토가 필요한 가설인 것 같다. 그 전에 짚어보아야 할 부분은 첫째, 내년 4월 총선 이후 박근혜가 당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총선과정에서 박근혜가 당을 장악한다고 저는 본다. 작년 8월 21일 이명박, 박근혜 회동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에 합의한 것이다. 지금 그 합의가 지켜지고 있다. 박근혜도 이명박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한다. 이 신사협정이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8.21 이전의 상황은 친박계가 학살당하고 세종시로 압박당했던 상황이었다. 그때는 친박이 살아남는 것이 문제였다. 따라서 매우 폐쇄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8월 21일 신사협정 이후의 박근혜는 더 이상 한나라당 안에서 폐쇄적이지 않다. 다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 신사협정에 대해서 유일하게 불복했던 사람이 이재오였다. 이재오가 마지막으로 개헌을 드라이브했다. 마지막으로 이재오가 세를 최대한 과시했던 것이 130명의 의원을 정책의총에 모아낸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직후 박근혜의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에 110명 넘는 의원들이 서명해버렸다. 이것으로 대충 게임은 끝났다. 이른바 친이-친박 간 계파갈등은 거기서 대충 정리가 됐다. 이미 한나라당은 박근혜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이명박도 동의 또는 양해하고 있다. 이상득, 정두언도 동의 또는 양해하고 있다. 유일하게 아직 그 흐름에 흔쾌하게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재오 세력인데 지금 많이 모아봤자 20~30명에 불과할 것이다. 이 20~30명이 선거 때 박근혜의 지원없이 선거를 치러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끝까지 갈텐데 그런 사람들이 수도권에도 별로 없고 영남권에도 별로 없다. 지난 8월 21일 이후에 점차 한나라당은 ‘박근혜당’으로 되고 있고 총선은 그 흐름 속에서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역시 선거는 최종적으로 후보다. 후보가 아무리 구도가 좋아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아무리 좋은 이슈가 있어도 이슈파이팅하지 못하면 안 되는 것이다. RDD조사에서 정당지지도가 아주 급락돼 있고 여러 가지 민심이 심판론으로 돼 있지만, 여전히 대선후보 측면에서 후보군들을 놓고 보면 다른 후보들이 박근혜를 전혀 쫓아가고 있지 못하다.

이는 대선에서 박근혜를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왜 공략이 쉽지 않을까의 고민에 집중하지 않으면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후보구도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것을 다른 정치구도나 대중적인 지지도를 가지고 넘어서려는 시도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박근혜 경쟁력의 비밀이 뭔지, 다른 야당 후보들은 그 경쟁력을 넘어서는 또 다른 경쟁력을 잠재적으로라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어디서 그것을 다시 만들어낼 것인지를 집중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 짧게 정리하면 4.27 재보선이 여권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치러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야권도 최적의 선택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잇기 때문에 결과 예측에 유보적인 측면이 있다는 말씀이다. 다만 선거과정에서 현재 잠복되어 있는 악재들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도 많았다. 선거결과가 일방에 치우지지 않으면 여권은 현 상태대로 지리멸렬한 가운데 갈 수도 있지만 내년 총선, 대선을 의식하여 큰 폭의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야권의 경우 선거 결과에 따라 손학규 대표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운신의 폭이 달라질 수도 있고 야권 연대 문제가 다시 재검토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었다.
다만 이러한 흐름 속에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독주가 지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분석과 야권의 대책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장시간 토론에 감사드리며 좌담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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